손으로 말하기까지 (Seeing Voices)

손으로 말하기까지 Seeing Voices 스크린샷

수어가 언어인 농인들은 손으로 말한다. 청인 중심의 세계에서는 소리가 아닌 손으로 말하는 것을 금하고 없애려 한다. 그에 맞서 농인들은 손으로 말하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차이에 대한 권리 – 장애인권]

손으로 말하기까지
Seeing Voices

감독 : 다리우쉬 코발스키
제작연도 : 2016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오스트리아
언어 : 오스트리아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자막
상영시간 : 90분

상영일시 : 2019.11.24(일) 13: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상영 후
한나 <한국농역사>(2019) 편집자, 꼬비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작품해설

사람들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농인들은 수어를 사용해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고유의 문화와 사회를 구축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청인 중심의 사회에서 들리지 않는 것은 기능의 상실, 비정상으로 여겨져 ‘치료’와 ‘수술’을 통해 ‘비장애인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는 인공와우 수술을 권하는 의사에게 “우리들은 인공와우 없이 잘 살고 있다”고 말한다. 농인 국회의원인 야머는 농인들의 연대를 강조하며, 청인 중심의 사회와 정책을 바꾸기 위해 활동한다. 아이샤는 직장을 구하고 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공동체의 지지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수어로 세상과 소통한다. 이렇게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감을 가지고 농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지지하는 농인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저항하고 있는 수많은 ‘나’들의 삶을 볼 수 있다.

꼬비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농인은 수어를 제1언어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장애인들과 크게 다른 것은 없다. 각자의 삶을 영유하고 저마다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각국의 언어가 다르듯이 수어 역시 나라마다 다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인들이 처한 삶들은 어떤 나라든 상관없이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농아 자녀에게 인공와우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농교육에 대한 문제점과 고찰, 직장을 구하는 과정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들이 그렇다.
한국에서 농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과 인공와우를 하고 통합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수는 점점 반비례하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겉으로 보기에는 장애를 ‘극복’ 하고 있는 과정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인공와우를 한 사람들 중 꽤 많은 비율이 농사회로 들어가기를 원하며 뒤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일까? 농학교의 수어를 못하는 교사? 청각장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부모? 사회적인 시선? 어느 것 하나도 뚜렷하게 온전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고 법적으로 한국수어는 한국어와 동등하게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법이 제정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수어는 그저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 지하철에서 수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게 바라보기가 일쑤다. 음식점에도, 카페에도 심지어는 은행에서도 수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수어가 정말로 언어로서 존중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도 수어 과목이 없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손으로 말하기까지>에서는 오스트리아 농사회의 모습을 한 사람의 삶에 집중해서 풀어내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며 이는 개인의 삶에서 사회까지 확장된다. 그중 돋보이는 것 중 하나는 농인 국회의원이다. 농인이 직접 국회에서 수어통역사를 통해 진행되는 얘기들을 듣고 국민들과 얘기하기도 하며 정책을 의논하기도 한다. 한국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농인 의원이 없다. 직업의 다양성도 제한적이다.
농인의 일자리, 예술, 개인의 삶 등 전반적인 오스트리아 농사회의 모습이 잘 담긴 <손으로 말하기까지>는 매번 관람할 때마다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한국의 농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사회가 완벽하고 이상적인 형태를 띨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디서나 수어를 구사하고 농인을 존중해주는 사회가 오기를 희망해본다.

한나
통합학교를 나왔으며 늦게 농정체성을 깨달은 사람. 농인의 문화향유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한국농역사>(2019)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