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람이 분다 Again the Wind Blows

28회_인천인권영화제_상영작_또바람이분다_이미지

김태일, 주로미 | 2022 | 다큐멘터리 | 104분 | 한국어 캄보디아어 아랍어 보스니아어 한국어자막 |

보스니아, 캄보디아, 팔레스타인 그리고 광주. 그곳의 여성들은 전쟁과 국가 폭력의 여파 속에 살아가고 있다.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삶을 지켜온 여성들의 이야기는 서로 닮아 있다.



| 전쟁 속의 일상, 일상 속의 전쟁 |

또 바람이 분다
Again the Wind Blows

감독 : 김태일, 주로미
제작연도 : 2022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캄보디아어, 아랍어, 보스니아어, 한국어자막
상영시간 : 104분

상영일시 : 2023.11.18(토) 오후 1: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11월 18일(토) 오후 1시 30분 <또 바람이 분다> 상영 후
김태일, 주로미 감독, 뎡야핑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신석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작품해설

모진 찬 바람이 분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23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과 학살을 다시 시작했다. 언론은 군대와 폭격, 절규하며 공포에 떠는 사람들은 보여주지만,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진 않는다. 하지만 <또 바람이 분다>의 카메라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휘말린 분쟁과 학살 속에서 살아남아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5.18항쟁을 지켜온 광주의 하문순과 박복자, 전쟁 후 뻗치는 자본의 손아귀에서도 밭을 일구기를 멈추지 않는 캄보디아의 부농족 슬리와 네이떽,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가족을 잃고도 떠나지 않는 난민촌의 노우라와 파트마, 오랜 시간 인종차별의 대상이었던 보스니아의 집시 라미자와 아멜라. 그리고 그저 바라만 보지 않고 그녀들의 삶 속에 들어가 존중을 담아서 ’민중의 세계사‘를 기록하는 상구네 가족.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고단하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만나지만 가족들은 함께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함께 엮어가는 그들의 작업이 거친 삶을 이어가는 여성들의 삶에 따뜻한 평화의 바람이 불게 할 한 결의 바람이길 바란다.

신석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거대하고 역사적인 사건들을 겪어낸, 혹은 여전히 겪고 있는 평범한 민중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 이질적인 인물이 한 명 등장한다. 팔레스타인 해방운동가 ‘칼리다 자라’다.

사회주의자이며 페미니스트로서, 칼리다 자라의 삶은 팔레스타인의 좌익 해방 운동가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집약판과 같다.

1963년생 칼리다 자라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감옥에 네 차례에 걸쳐 총 63개월간 수감됐다. 처음 수감된 건 1989년의 일이다. 국제 여성의 날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였다.

자라는 해방 운동 조직이자 정당인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의 일원으로 2006년 열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때 또 다른 정당 하마스가 다수 의석을 차지하자 이스라엘은 이후 팔레스타인에 선거를 허락하지 않았다. 때문에 지금도 자라는 2006년 선거에 기반한 국회의원이다.

팔레스타인은 1948년부터 이스라엘에 식민지배당해 왔고, 1967년부터는 군사점령당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스라엘의 식민지배 하에 피점령지의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은 보호막이 되긴커녕 오히려 그 자체로 범죄가 된다. 2015년 자라는 재판도 기소도 없이 이스라엘 점령군에 구금당했다. 팔레스타인 주민을 재판 없이 무기한 가둘 수 있는 ‘행정 구금’이라는 점령군의 제도에 따른 것이었다. 세계적인 석방 운동 덕에 무단 구금을 당한 6개월 뒤 풀려났지만 PFLP라는 “불법 단체에 소속됐다”는 등 12개 죄명으로 재판을 받아 15개월 실형을 살았다. 이스라엘은 모든 팔레스타인 정당을, 그러니까 이스라엘의 하수인으로까지 불리는 정당을 포함해 모든 팔레스타인 정당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있다.

자라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전쟁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결국 석방된 지 일 년 후, 다시 행정 구금당해 1년 반을 갇혔고, 석방된 8개월 후인 2019년 10월 또 다시 체포돼, “불법 단체 소속”을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아 2년 더 수감됐다. 지금으로선 이것이 자라의 마지막 수감이다.

이 때 석방을 한 달 앞두고 자라의 딸이 사망했다. 팔레스타인 사회와 국제 연대 단체들이 자라가 딸의 장례식에 갈 수 있도록 한 달 빨리 석방하라는 운동을 벌였지만 이스라엘 점령군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자라는 석방된 후에야 딸의 무덤을 찾을 수 있었다.

감옥에서 자라는 팔레스타인 여성 수감자들이 대학 학위를 딸 수 있게 지원하는 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지금은 여성 수감자들이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에서 수행한 역할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자라는 해방 운동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로 수렴되는 것을 경계한다. 해방은 민족 해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민주적 투쟁의 과정이고, 여기엔 사회 정의와 성평등이 포함된다고 얘기한다. 또 해방이 피점령지의 팔레스타인인만이 아니라 현대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과, 800만에 이르는 난민이라는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최근 몇 년간 팔레스타인 사회를 달궜던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주장과도 조응한다. 진정한 해방이 무엇이냐고, 팔레스타인은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뎡야핑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에 연대하는 한국의 페미니스트 단체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2004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김태일 감독


감독
김태일 Kim Tae-il

주로미 감독


감독
주로미 Ju Ro-mi

민중의 세계사 10부작을 기획하면서 본격적으로 함께 작업하고 있는 부부다. 가족 프로덕션 상구네를 만들어 10년간 함께 작업하면서 네 편의 작품 <오월愛>(2010), <웰랑 뜨레이>(2012), <올 리브, 올리브>(2016)을 만들었다. 상구네는 의도치 않게 결성된 가족 제작집단으로 두 감독 외 두 사람은 청년이 되어 또다시 의도치 않게 각자 독립의 길을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