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학기 💬

| 일렁이는 몸들 |

3학년 2학기
The Final Semester

감독 : 이란희
제작연도 :2024년
장르 : 극영화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105분

상영일시 : 2024.11.29. (금) 오후 7:2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기획의도

대학 진학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한국 사회에서 취업이라는 다른 선택을 하는 소수의 직업계고 학생들은 그동안 ‘알지 못하는 아이’ 또는 ‘다음 소희’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들로 불리어 왔다. 

영화 ‘3학년 2학기’ 를 통해서 직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을 ‘죽은 존재’가 아니라 ‘현재의 삶을 살고 있는 존재’로서 그들의 풍경을 조금 더 넓게 들여다 보고 공감하며 그이들의 존엄이 지켜지며  노동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함께 해야 하는지 이야기 해본다.

대화의 시간 기록 


이란희 감독

노용래 전국특성화고노조 인천지부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이현진 이래봄(수어통역)

이종환 AUD사회적협동조합(문자통역) 

미니미

저희 앉아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이면서 지금 상업계열 특성화고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미니미라고 합니다.

[박수]

감사합니다. (웃음) 오늘 대화의 시간에는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이 제공이 되는데요. 수어통역은 이현진 님 그리고 문자통역은 AUD사회적협동조합에 이종환 님이 담당하고 계십니다. 오늘 들어오시면서 티켓 받으셨죠? 뒤에 보면 QR 코드가 있을 텐데 코드를 찍으시면 관객과의 대화 오픈채팅방이 열립니다. 영화를 보시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실 것 같은데 감독님하고 이야기손님과 대화 나누는 동안 소감 올려주셔도 좋고요 아니면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손을 들어주셔도 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분과 소통을 해 보고 싶습니다.
일단 오늘 영화를 통해서 관객분들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먼 길 찾아오신 두분 각자 소개해 주시면서 관객분들과 인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란희

네, <3학년 2학기> 연출한 이란희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수]

노용래

전국의 특성화고 재학생 졸업생으로 이루어진 전국특성화고노조 인천지부 대의원 노용래입니다.

미니미

동료분들이 많이 오셨나 보네요. 혹시 특성화고 노동조합이 낯선 분들에게 잠깐소개를 해 주신다면?

노용래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이루어진 노조고요. 현장실습생 문제나 졸업생들이 실제 현장에 가게 되면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은 사업장에 가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노동 관련 자문이나 법률 지원 등을 하고 있습니다.

미니미

먼저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관객분들은 영화를 보시면서 공장이 나오는 장면일 때 마음이 어떠셨어요? 아마 대부분 어떤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영화를 보셨을 것 같은데. 공장이라고 하는 공간이 굉장히 위험하고 죽음의 이미지 이런 것들이 저희들한테 깔려 있는 것 같아요. 반면 영화를 보다 보면 또 공장이 그런 이미지의 곳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공장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계셨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란희

네, 이 작품 전에 만들었던 <휴가>의 경우도 일단 영화에 공장이 등장하고 기계소리가 나면 관객분들이 긴장하기 시작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전작인 <휴가>도 그렇고, 이번에 <3학년 2학기>도 그렇고, 제가 실제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서 취재나 혹은 촬영 장소를 구하기 위해서 갔을 때 좀 위험한 느낌보다는 사람들이 뭔가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모습이 저한테는 더 눈에 들어왔고 그리고 공장 규모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정수기 옆에 커피믹스를 타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는 곳이나 아니면 어떤 사장님 같은 경우는 오침 공간을 만들어 두기도 했거든요. 그러니까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 나름 생각을 하셔서 굉장히 예쁜 의자를 놓으셨어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일을 하다가 자면 누워서 자고 싶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쪽에 당구대를 놓아서 쉬는 시간에 당구를 칠 수 있도록 휴게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고 저한테 되게 자랑스럽게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막상 거기에서 일을 하고 있는 20대 청년한테 물어봤더니 아무도 당구를 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최대한 빨리 일을 마치고 퇴근하고 싶기 때문에 거기에 그런 휴게 공간이 있는 건 딱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위험한 공간이라고 하는 것보다 좀 오랜 시간 동안 머무는 공간? 이런 느낌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미니미

특성화고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다양한 공간에 나가잖아요? 공장뿐만 아니라 사무직일 수도 있고요. 현장실습을 통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학생들이 만나는 공간에 대해 감독님은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계셨다면 용래 님은 그동안 본인의 경험, 주변 졸업생들, 친구들을 통해서 일하는 공간들이 어떤 이미지로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용래

일단 저도 처음 사회 생활을 생산직은 아니지만 공장 옆에 있는 사무실에서 시로작을 했었고, 제가 봤을 때 공장이라는 공간이 학생들이 첫 사회의 발을 내딛는 공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기 영화에 나오는 공장 정도면 굉장히 안전한 공장이거든요. (웃음) 공장에 사람도 굉장히 많잖아요? 사실 5인 미만으로 가는 경우도 많고, 있어 봐야 열댓 명 정도가 있는 곳으로 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저 정도만 가더라도 안심이 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니미

영화를 보면서 용접을 가르쳐주는 여자 선배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인물 중 하나인데. 처음에는 ‘와, 되게 좋다, 실습생을 기다려 주기도 하고, 마음을 읽어 주는 그런 선배인 것 같아서 굉장히 좋은 어른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 후반부에 보면 결국 중요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잖아,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렇게 말을 하면서 관성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현장실습 문제나 학생들의 취업문제를 고민하면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교사, 이런 모습은 있지만 반면 정작 중요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에는 ‘현실이 어쩔 수 없지 않나’ 라는 생각과 태도를 취하지 않았나 반성과 반추를 해 보게 되었습니다.

용래 님은 영화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인물, 인물을 통해서 관객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눠 봐야 되겠다고 떠오르는 게 있었는지와 감독님은 등장인물 중에 영화에 다 담지 못했지만 관객들과 나누고픈 인물이 있다면 후일담을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노용래

저는 일단 주인공이었던 창우가 기억에 남아요. 이유가 저희 조합원이고, 저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저 상황과 굉장히 비슷한 친구가 있어요. 일단 중학교 1학년 때 똑같이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특성화고 출신이고, 영화 속 주인공 창우는 3형제의 장남으로 나오지만 그 친구는 둘째인데 특성화고를 나와서 실제 일을 하다가 작년에 손가락 한 마디가 절단이 되는 사고를 당했어요. 그게 떠오르면서 최저선 문제를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은데 저렇게 다치는 게 좀 비일비재한데 누군가 죽었는데 뉴스는 평화롭게 눈 내리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약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란희

사실 담지 못한 인물이라고 말씀을 하셔 가지고, 영화를 찍기 전에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을 생략하거나 한 사람이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어떤 물리적인 여건 때문에 인물을 삭제한 건 없어서요. 거기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은 없는데 그런데 이 영화 시나리오 이전 버전에서는 놀랍게도 창우에게 로맨스가 있었습니다. (웃음) 다혜는 아니었고요. 다혜 소개로 만난 대입 준비를 하고 있는 고2 여학생과의 로맨스가 있었는데 이 버전으로 정리를 하면서 그 인물이 완전히 삭제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버전에서는 한 주임, 아까 말씀을 하셨던 여자 용접사. 그 사람이 굉장히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완전 말을 하자면 제1멘토, 그런 인물로 나왔습니다. 그 부분이 지금 상당히 축소가 됐습니다. 원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할 때 선봉에 선 사람이 한 주임이고, 창우가 그 투쟁에 말려들고 그런 이야기인데 지금은 소박하고 일상적인 버전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미니미

혹시 그렇게 연출을 바꾸신 이유나 계기가 있으실까요?

이란희

막상 그렇게 찍으려고 생각을 하니까 스스로 너무 부끄러워서 그리고 지금 여기 각색을 같이 한 작가님도 오셨는데, 보여드렸을 때 진짜 이런 걸 하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그런 걸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미니미

그러셨구나.

이란희

거의 영화<파업 전야>라고 생각을 하면 되겠습니다.

미니미

그동안 직업계고 학생들이 불렸던 이름이 ‘잘 알지 못하는 아이’, ‘다음 소희가 되면 안 되는 아이’주로 이렇게 호명이 되고, 현장실습 사고와 같은 때에만 사회에서 그려지는 모습만 보면서 다른 시선의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3학년 2학기란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저도 그 시간 속에서 생활하고 있고 학생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변해가는 그런 모습을 누군가는 그려주지 않아야 할까? <3학년 2학기> 관객과의 대화를 부탁을 받았을 때 다음 소희와 같은 영화일까 봐 겁이 나기도 했는데 영화를 보고 ‘좀 더 힘을 내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잔잔하지만 절대 잔잔하지 않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많은 울림과 사람들한테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을 던져 주는 영화. 연출에 대한 선택 잘하신 것 같습니다. 관객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궁금한 거 많지 않으세요? 등장인물은 왜 저랬는지? 용래 님에게 더 물어보고 싶은 것 등 마이크 드릴 테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 없으실까요?

플루어

안녕하세요? 저는 이란희 선생님한테 8년 전에 한 중학교 연극부에서 연기를 배웠던 원선아라고 합니다. 장편 영화 개봉 정말 축하드립니다. (웃음) 궁금했던 건 성민이가 창우가 다치고 나서 노무사님한테 안전장치가 없다, 가죽 앞치마가 필요하다는 것 등등 말을 하고 나서 바로 퇴사를 하게 되는데 그동안 성민이가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떤 계기로 그걸 터트리고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지 성민이의 마음이 조금 궁금합니다.

이란희

네, 성민이가 왔으면 좋았을 텐데, 뭐였냐 하면 성민이 입장에서는, 그런데 이 말을 하기 전에 어느 학교예요?

플루어

부평여중이요.

이란희

반갑습니다. 성민이 선배가 학교에서 홍보 영상을 찍을 때 활용될 만큼 그러니까 잘 간 케이스. 그 케이스가 수호고, 그래서 이제 성민이도 좀 힘들어도 열심히 버텨서 성민이 형처럼 학교도 졸업을 하고 그 코스를 다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고, 또 정도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그 형이 죽잖아요? 그리고 이제 제가 설정을 한 것은 수호가 죽은 작업장이 창우의 작업장 창고 2층과 같은 그런 공간이 있었고, 거기에서 추락을 해서 죽었다고 설정을 했어요.

그런데 수호가 성민이한테 내가 회사에서 똑같은 공간에서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렇게 했을 때 이제 성민이가 회사에 말을 해 봤자 소용도 없고, 학교에 말을 해 봤자 소용이 없다고 넘겼는데 수호 형이 공장에서 그것과 유사한 공간에서 죽었기 때문에 얘는 이제 그거 때문에 자기 잘못은 아니더라도 마음이 안 좋았을 것 같고, 그 상황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회사에 나갔는데 거기에서 이제 막 친해지기 시작한 창우가 팔을 다치고, 그 다음날 또 노무사가 온다고 하니까 다친 걸 감추고 와서 일을 하고 있고, 그러니까 이걸 보면서 점점 이렇게 참을 수 없는 그런 상태까지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잘리든 말든 일단 말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말을 한 것 같습니다.

미니미

이어서 용래 님도 대답을 해 주셨으면 좋을 것 같은데 현장실습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나서 지금은 개선된 방향으로 이제는 교육 형태로 바뀌기도 했고, 선생님들이나 노무사들이 현장을 찾아가서 체크를 하는 시스템이나 이런 것들이 갖춰져 있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당사자인 특성화고 학생들 입장에서 창우처럼 쉽게 자기가 당한 이야기를 이야기 못하는 상황 등을 옆에서 지켜보거나 그런 문제점들을 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

노용래

일단 현장실습은 문제가 많은 제도죠, 솔직히. 무결한 제도는 아니지만 가끔 활동을 하다 보면 현장실습 폐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때마다 생각을 하는 건 왜 정작 현장실습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안 물어보는지 첫 번째로 궁금했고요. 두 번째는 그럼 19살은 다치거나 산재로 사망을 하면 안 되지만 20살은 다쳐도 되고, 일을 하다가 죽어도 되는지 그리고 과연 현장실습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산업현장으로 우리 졸업생들이 가지 않을지 그걸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니미

그래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직접 그 일을 몸소 겪으면서 자신의 일로 체화를 하고 거기서 생기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특성화고노조가 문제점으로 계속 발굴하고, 정책들로 만들어서 개선하려고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오픈채팅방에 질문이 올라왔는데 차기작에 대한 건 이따 물어보고요. 소감을 좀 읽어드려도 될까요? ‘통풍기를 조립하는 곳에 취직을 했는데 안전과 위험으로 모순된 공간이라는 인식이 컸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무직의 편안함을 바라고 있는 제가 있더군요. 창우가 전철 안에서 승무원을 보는 장면이 가장 공감이 됐습니다.’ 라고 소감을 남겨 주셨습니다. 자신과 다른 위치에 취업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그런 모습을 영화를 보면서 떠올리셨나 봐요.

그 다음으로 ‘극적인 요소가 많지 않지만 일상적인 시나리오 덕분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많은 내용들이 너무 현실과 가깝다 보니까 저는 마음이 더 무거워졌는데요, 감독님도 관객들이 현실적인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해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란 질문이 있네요. 답변은 잠시 후에 듣고 다음 질문을 이어가도 될까요?

‘영화에서 저는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거든요. 우제가 첫 출근날 사물함에서 틀린 자신의 이름을 찍찍 긋고 바르게 고치는 장면을 보면서 현장실습생이라는 사회적인 이름대신 불리고 싶은 정체성을 표현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고, 창우가 영화 시작 부분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 사인을 할 때 ‘선생님 저는 사인이 없는데 이름을 쓰면 안 될까요?’란 대사를 영화 거의 끝부분 근로계약서를 쓸 때도 사장님한테 똑같이 하잖아요. 이 장면을 보면서 현장실습생에서 노동자로 이름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이 대사가 의도해서 나오게 된 건지?’

이란희

아니요, 처음에는 우연히 발견되었어요.

미니미

누구의 입에서?

이란희

제가 시나리오 쓰면서 현장실습협약서를 쓸 때 이름을 써야는 데 학생들이 사인이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인이 없는 친구들은 제가 어떤 여중생 같은 경우 하트 그리는 것도 본 적이 있거든요. 그런 경험 때문에 창우가 사인이 없을 것 같고, 그러면 그냥 그렇게 선생님한테 편하게 물어볼 것 같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대사를 썼고요.

그런데 나중에 근로계약서를 쓸 때는 그때도 이름을 써야 하니까 그때쯤 되면 사인이 생기는 게 나을까? 이런 생각도 좀 했었는데 여전히 사인이 없는 상태. 그리고 20살이 되어서 지게차를 몰수 있게 되고 약간 일이 익숙해졌을 때쯤 어쩌면 그때는 사인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걸 또 굳이 설명을 한답시고 사인하는 것을 넣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렇게 된 거고요.

영화에서 그 외에도 밥을 먹을 때도 자기 이름을 적고, 장례식장에 가서 부의금 봉투에도 자기 이름을 적거든요. 나중에 시나리오를 다 쓰고 나서 생각을 해 보니까 이게 이름을 걸고 사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들이 부르거나 혹은 친구들 사이에서 부르는 이름과는 다르게 사회생활이 시작이 되면 뭔가 자기가 책임이 져야 할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고, 또 다른 평가들, 이런 것들이 또 생길 것이고, 그래서 성인이 되면서 이름에 대한 무게가 좀 달라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미

제가 용래 님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드렸잖아요? 현장실습으로 작성하는 표준협약서와 근로계약서 사이의 간극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을지?

노용래

현장실습생과 현장실습이 끝난 후 근로계약서를 썼을 때 가장 큰 차이가 뭐가 있을지 생각을 했는데 일단 4대보험이 들어가고요. (웃음) 현장실습생은 산재보험밖에 안 들어가요.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나오는 가장 큰 두 가지가 첫 번째, 부당해고가 성립됩니다. 현장실습생은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 그렇게 해도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이런 것들을하나씩 어떻게 설명을 드릴까 고민을 하다가 실제로 조합원들의 사연을 좀 읽어드리려고 합니다.
중략 –

미니미

준비를 많이 하셨네요.

노용래

대표적인 거 두 개가 있는데요. ‘부당해고’는 흔합니다. 너무 흔한데 해고 전에도 현장실습생이라 부당해고 적용이 안 된다, 우리가 너 해고할 수 있다는 것도 다반수고요. 두 번째는 최저 시급을 지급을 안 해도 됩니다. 아까 사연에 나온 것처럼 최저시급의 40%로 알고 있는데요. 2021년에 졸업한 학생인데 실제 더 챙겨주는 것도 있지만 한 달에 50만 원씩 받고 강화에 사는 친구인데 서울까지 출퇴근을 하면서 일을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간극인 것 같습니다.

미니미

제가 자료를 좀 찾아 보다가 얼마 전에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에서 간호조무사가 있잖아요? 이게 현장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720시간이라는 장시간 근무를 하는데 거기에 대한 비용이 하나도 지불이 되지 않는 것을 특성화고노조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아요.

노용래

실제로 저희가 대표인으로 소송 중에 있습니다. 지급을 해 달라.

미니미

현장실습생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서 밀린 임금이나 이런 것들을 받는 소송을 준비하고 계시는 건가요?

노용래

네, 병원을 상대로 720시간 부당 노동이다. 현장실습이지만 실제 노동자와 똑같은 노동을 한다. 우리의 임금을 지급해 달라. 판례가 생기게 하기 위해서 대표로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미니미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네요. 사실 라이더들도 그렇고, 노동자성을 인정 받는 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사회에서 개인사업자 아니냐고 했던 게 이런 싸움들이나 문제 의식들이 모여서 법 제도를 바꾸고 한 것처럼 작은 움직임들이 또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현장실습의 실질적인 제도나 이런 것들을 변화를 시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을 좀 하게 되었습니다.

올라온 질문 중에서 몇 개를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창우의 가족이 창우를 보는 시선? 태도? 위치? 창우 가족의 평범하고 서로 위하고 착한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답답하고 모든 것을 의심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는 모습들에서 엄마가 자고 있는 창우 이불을 챙겨 주는 모습. 동생이 등교 시 사고 후 자고 있는 창우를 이불로 이렇게 덮어 주는 장면. 무엇을 표현을 하고 싶었는지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가족들이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창우 이야기를 통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좀 관객들에게 해 주실 이야기가 있으신지?

이란희

일단 엄마가 이불을 덮어 주는 거 있잖아요? 이불을 잘 덮어 주려고 들어간 게 아니라 두 아들이 있는 방 방문을 열었는데 파스 냄새가 나서 큰아들이 파스를 붙였나? 생각을 해서 이불을 들춘 거고, 팔에 파스가 덕지덕지 붙어 있으니까 엄마 마음이 안 좋은 거죠. 그래서 이불을 덮고 나갔고.

그런데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가족들은 그 사람이 일터에서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이런 것 잘 알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그냥 힘들겠거니.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넘기는 것 같아요. 그건 그 엄마가 나쁜 엄마라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가족들이 대부분 그렇게 지내잖아요. 꼬치꼬치 물어보고 “너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를 해 봐, 내가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는지 이야기해 봐.” 그 정도 가족 관계라고 생각했고.

그 다음에 창우 동생이 이불을 덮어 주는 장면의 경우는 전날 형이 다쳐 가지고 들어왔는데 얘는 이제 형이 다치고 들어온 게 일을 하다 다쳤다고 생각을 하지 못했고, 아마도 실수로 어디 부딪치거나 이런 정도로 생각을 해서 그냥 농담처럼 “싸웠어?” 이렇게 물어보는 거고. 형이 자기가 다친 것 때문에 엄마가 걱정을 하니까 동생 입장에서도 엄마가 걱정하는 게 싫고, 그래서 이제 이불을 덮어서 상처를 이제 숨겨 주는 그런 거죠.

그 정도의 가족 관계. 서로가 좀 뭔가 힘든 내색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고, 힘든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가족 구성원의 마음을 인정하고 그걸 같이 도와주고 이 정도. 그래서 예전에 물론 ‘다음 소희’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산재 피해를 당한 고등학생들 부모님들이 애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랐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거 가지고 너무 무관심하다거나 이런 식으로 뭐라고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대부분 모르잖아요. 우리 아버지가, 우리 엄마가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것처럼 자식이 노동할 때도 그 현장이 어떤지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그런 장면들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미니미

이제 대화의 시간이 5분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요. 마지막으로 막내동생이 그런 말을 하죠. “엄마, 우리 시장통닭 그만 먹고, OO치킨 먹자고”. 그리고 창우 선택이 그런 것 같아요. 대학은 가고 싶지만 형편이 안 되니까 일을 하면서 대학을 갈 수 있는 제도를 선택하는. 뭔가 항상 최선의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보다 차선을 선택하는 삶.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일터나 제도들이 아까도 이야기를 하셨지만 최저선만 지켜지는 현실. 그리고 영화에서 보신 것처럼 시간이 지난 후에 공장에 현장실습을 위한 팔토시, 앞치마도 생겼더라고요. 2층에 가림막도 생겼지만 위험하거나 이런 건 아직도 산재한 상황에서 다른 실습생이 들어와서 계속 굴러가는 그런 상황.

이런 것들을 해결 하려고 하면 답답하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손을 놓거나 아무것도 안 할 수 없는 잖아요. 각자 자리에서 영화를 보면서 살 만한 세상을 좀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이 이런 것들은 생각해 봤으면 고민해 봤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용래

저는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정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논제에 대해서 안 지겨워 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올해 있었던 일인데 김군 추모제를 하고 개인 SNS에 느꼈던 단상들을 남겼는데 그 글에 대한 답글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몇 년째냐’, ‘케케묵었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전주페이퍼에서 현장실습 끝난지 얼마 안 된 스무 살 노동자가 사망을 하고 노동조합을 통해서 알려져서 해결이 되었는데 이 문제가 끝난 것 같지만 저는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다치는 친구들도 많고. 그래서 정말 오늘 이 시간이 현장실습생들 졸업하고 힘들겠다는 휘발성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지겨워하지 마시고 뉴스가 나오면 맞아 저런 일이 있었지? 생각을 해 주시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수]

미니미

박수 쳐 주세요, 마음 동하셨으면 표현해 주셔도 되겠습니다.

이란희

그러니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최저치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을 어떻게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을 미리 받았는데 저는 해결을 못 할 것 같고, 그런데 이제 저는 창작하는 입장이니까 창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을 때 그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계속 창작 작품에 넣는 것이 그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 그러니까 예를 들어 한동안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없어서 그걸 문제시 하면서 여성 서사를 열심히 개발을 하기 시작했을 거든요.

그것처럼 어떤 창작물을 만들면서 그 사람의 직업을 설정한다거나 그럴 때 대부분 의사, 디자이너와 같은 뭔가 있어 보이는 직업 설정들로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방식이 아닌 우리가 옆에서 계속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최저치의 삶을 굉장히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그런 직업군들이 드라마와 영화 이런 곳에 나와 주는 것들. 이런 것들이 오히려 좀 문화적으로는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나중에 격정 멜로를 찍게 되더라도 (웃음)

미니미

그런 계획도 있으시군요.

이란희

직업이 모델, 아이돌이 아닌 다른 어떤 우리가 지금 이야기를 했던 그런 직업군들이 등장을 하고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가지고 캐릭터의 얻는 방식. 그런 것이 좀 창작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미니미

폐기된 창우의 로맨스가 (웃음) 다른 버전으로 다음에 어떻게 표현이 될지 궁금합니다. 관객과의 대화를 들으시면서 현장실습에 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시면서 관련 질문들이 들어오거든요. 시간관계상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할 수는 없고, 대화의 시간 카톡방은 영화제가 끝날 때까지 계속 유지가 될 예정입니다. 오늘 못 하신 소감이나 궁금한 것들 말씀을 하시면 답글도 달아 주시고, 반응도 남겨 주시면서 못다한 나머지 대화의 시간을 이어가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영화제 슬로건이 ‘일렁이는 몸들이 만나는 당신의 세계’입니다. 오늘 짧지만 직업계고등학교 학생들의 세계를 만나 봤습니다. 부모를 잘 만나지 못하더라도, 타고난 재능을 찾지 못하더라도, 꿈이 없어도,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운이 좋지 못해도, 성실하게 노동하면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구나 인간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인정받으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다른 이의 목소리에 몸을 기대서 진중하게 함께해 주시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쉽지만 <3학년 2학기>, 영화제 활동가들 사이에서 한동안 3학년 2반이 입에 배서 헷갈렸는데 관객과의 대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두 분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카톡방에 이야기 많이 남겨 주시고, 소통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