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다, 팔레스타인 (Stitching Palestine)

잇다, 팔레스타인 영화장면

12명의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태어나고 살아가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녀들은 한 조각의 천에 수를 놓으며 떠나온 그곳과 이어진다. 천에 자수가 놓이며 연결되고 저항하는 그녀들을 드러낸다.


[전쟁속의 일상 – 반전·평화]

잇다, 팔레스타인
Stitching Palestine

감독 : 캐롤 만수르
제작연도 : 2017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팔레스타인
언어 : 아랍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
상영시간 : 78분

상영일시 : 2018.11.24(토) 19: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작품해설

영화에 등장하는 12명의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지난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이스라엘에 의해 자신들이 태어나고 살아가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지금도 그럴 수밖에 없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자신들의 삶터였던 곳을 뺏기고 되찾는 긴 전쟁 속에서 그녀들은 수많은 곳을 떠돌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들은 전통의상인 ‘토부’와 ‘쿠피예’를 입고 수를 놓으며 전통을 이어나간다. 이들은 이 전통의상마저도 이스라엘인들이 입는 모습을 보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꿋꿋이 자신들의 핏줄에 담긴 문화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믿음으로 수를 놓는다. 저항의 삶을 살아내는 그녀들의 증언은 그녀들이 천에 한 수 한 수 곱게 놓는 자수로 연결된다. 그리고 연결된 자수는 그녀들을 드러낸다.

라일락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우리가 존재하는 어디에서나 우리는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우리의 지구 위에 그 이야기 하나하나를 꿰어낼 수 있어.”

오늘날 ‘팔레스타인’이라 불리는 땅은 동예루살렘·서안지구·가자지구 세 곳을 묶은 것으로, ‘역사적 팔레스타인’의 22%에 불과하다. 78%의 땅은 70년 전 이스라엘이 건국하며 차지했다. 당시 유럽에서 이주해 들어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만의 국가’를 만들겠다던 시온주의자들은 영국이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를 끝내고 철수한 틈을 타 이스라엘 건국에 성공했다. 이스라엘은 건국을 전후한 일 년간 주변의 신생 아랍 국가들과 전쟁하며 팔레스타인 원주민 마을 530개를 파괴하고 원주민 15,000여 명을 학살했으며, 인구 절반이 넘는 80만 명을 강제추방해 난민으로 내몰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때를 나크바, 즉 대재앙의 날들로 기억한다.

이스라엘은 영국이 팔레스타인 위임통치기에 실행했던 ‘비상강제령’을 이스라엘 법제로 편입하고 군사정부를 만들어, 학살과 추방에도 불구하고 78%의 땅, 즉 현대의 이스라엘에 살아남은 팔레스타인인들을 18년간 통치했다(같은 기간 유대인들은 물론 민간정부의 통치를 받았다). 비상강제령은 상소할 권리를 주지 않은 채 민간인을 관할하는 군사법원, 신문과 서적 발행 금지, 가옥 등 건조물 파괴, 재판 없는 무기한 행정 구금, 출입봉쇄, 통행 금지, 강제 이주 및 추방 등을 규정했다. 자국 내 군정을 폐지한 이듬해인 1967년에 이스라엘은 나머지 22%의 팔레스타인을 점령했고, 비상강제령을 적용하며 지금껏 군사점령 통치하고 있다. 그리고 78%의 땅, 즉 현대의 이스라엘에서 추방당한 난민과 그 후손이 고향 땅을 밟는 것을 무려 70년 동안 철저히 금지해 왔다.

폭력적인 이스라엘 건국, 온갖 국제법과 유엔 결의안을 무력화시키는 이스라엘의 식민 정책에 따라 팔레스타인인은 군사 점령지에 사는 팔레스타인인 및 난민, 국외 팔레스타인 난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으로 강제로 격리되었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극히 제한된 왕래 허용과 여러 식민제국을 본받은 분열통치 전략의 일정한 성공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회는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저항을 통해 서로가 연결돼 있다. 팔레스타인인으로서 정체성을 잊지 않고 전통을 지켜내는 것, 그래서 팔레스타인이 새로운 세대에게 지워진 과거가 되지 않게 하는 것. “존재 자체가 저항”이라고 얘기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전통 자수는 그 존재와 저항의 한 방식이다.

<잇다, 팔레스타인>에 등장하는 팔레스타인인은 ‘나크바’를 직접 겪은 사람부터 조/부모 세대에게 들은 이야기로만 팔레스타인을 접한 사람, 이스라엘에 군사 점령당한 팔레스타인에 나고 자라 살아가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팔레스타인 각 지역을 담은 거대한” 자수를 만들고 싶다는 이들은, 자수를 통해 점령지와 국외,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이어 나가며 존재하기를 또한 저항하기를 계속하고 있다.

영화에는 가자지구의 인터뷰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육·해·공을 봉쇄한 지 햇수로 12년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가자와 이집트 사이 국경만 매우 제한적으로 열고 있으며 이마저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자지구로의 출입과 촬영이 여의치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영화가 이집트에서 상영됐을 때 가자지구 출신의 한 관객은 이스라엘이 허가를 내주지 않기에 한 번도 방문해 보지 못한 서안지구를 영화를 통해 방문했다며, 언젠가 전 세계에 흩어진 팔레스타인인 모두가 모여 함께 돌아가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저항하길 멈추지 않는 한 그녀의 말은 현실이 될 것이다.

뎡야핑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후 한국사회에 발흥한 중동지역 연대운동의 일부로 시작했다. 한국이 미국을 매개로, 또 직접적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식민화에 공모하고 있음을 알리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군사점령을 종식하도록 강제하는 BDS(보이콧, 투자철수, 경제제재) 운동을 주요 전략으로 삼아 한국 사회의 BDS 조직화에 집중하고 있다.
pa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