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실 (Gipeusil)

기프실 영화장면

4대강 사업의 일환이었던 영주댐 건설로 사라진 ‘기프실 마을’. 아이들은 사라질 학교에서 체육대회를 하고, 어르신들의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밭을 가꾼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기프실’의 기록과 사람들의 마음을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속된다, 삶 – 기억과 기록의 힘]

기프실
The Black

감독 : 문창현
제작연도 : 2018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상영시간 : 94분

상영일시 : 2018.11.24(토) 15: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작품해설

2012년 9월의 어느 날, 기프실을 기록하기 위해 향한 영주. 그곳은 4대강 사업의 영주댐 건설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몇십 년을 버티던 그들의 모교에 졸업생들이 모여 마지막 체육대회를 했고, 아이들은 곧 철거할 학교에서 책받침과 문구를 가지고 나왔다. 곧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기프실 마을을 꾸려가는 이들과 영주댐 건설로 연설을 하는 국회의원은 대비된다. 기프실의 추억과 삶을 무너뜨린 자는 이것이 자신의 업적인 것처럼, 자신 덕분에 대통령이 기프실을 신경 써준다며 당당하게 주민들 앞에서 연설한다. 그렇게 기프실은 사라졌고, 끝까지 마을을 지키던 이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간다. 그곳의 기프실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땅에서 어르신들은 다시 씨앗을 심고 밭을 일군다. 기프실 마을은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이어져 나간다.

은비 인천인권영화제 소금활동가


인권해설

문창현 감독의 <기프실>(2018)은 금광마을에서 쫓겨나게 된 젊은 농부 이야기인 강세진 감독의 <촌 금가이>(2012), 내성천 생태 운동가인 지율스님의 내성천 이야기 <모래가 흐르는 강>(2013), 내성천 변 금광3리 할매들 이야기 <물 위에 쓴 편지>(2014)를 이은 영주댐과 내성천을 소재로 한 네 번째 다큐멘터리이다. <기프실>은 금광1리 할매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주댐으로 삶의 터를 잃는 사람들에 대한 서사와 감독의 감정을 담았다.

필자는 2009년 4대강 공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낙동강과 내성천 답사를 하다가 지율스님과 함께 낙동강 상류인 내성천을 지속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4대강 사업에서 공사비가 가장 큰 영주댐은 홍수나 가뭄 조절용 혹은 발전을 위한 댐이 아니라 낙동강 본류에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수질 유지용 댐이다. 영주댐 건설이 본격화된 2011년부터 수자원공사는 강변의 나무를 베고 강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30종이 넘는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는 황폐해져 갔다. 한때 영주 읍내보다 사람이 많이 살았다던 평은면은 농사가 금지된 지 벌써 7~8년이 되어 현재는 버드나무 습지가 되었다. 우리는 내성천 친구들을 만들어 생태조사를 하고 영주댐 건설 취소 소송을 해왔다. 이것은 비단 강이 아름다워서 지키자는 것이 아니라 왜 우리 사회가 이러한 건설사업을 선택하게 되며, 그 선택으로 인한 여파를 기록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벌거숭이가 된 산의 표면에서 나무들이 잘려나가던 소리가 생생하다. 지율스님은 금광3리 둑방에 텐트를 치고 내성천 친구들은 텐트에 자주 함께 머물렀다. 둑방은 너무 덥고 너무 추웠지만 수리부엉이가 찾아와 울고, 늦반디가 날아오는 곳이었다. 영화는 주로 감독의 할머니가 살던 금광1리를 중심으로 촬영되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를 매개로 댐이 한 마을을 어떻게 해체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에 나오는 할매들은 댐 반대한다고 매몰차게 구박하던 할매들이 아니라 동네 손녀를 맞이하듯 따듯하게 대해주던 할매들이라 사뭇 달랐다.

내성천 친구들은 2017년 대법에서 내성천 영주댐 중지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2018년 영주댐이 안전상 문제로 아직 완공되지 않아 재심 청구를 한 상황이다. 보상 때문에 동네를 떠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동네를 떠나고 집을 허무는 마음이 녹록하지 않았음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알 수 있다. 내성천 강 생태를 망가뜨리고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켰던 영주댐은 부실 공사로 인해 다시 댐을 철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농사를 더이상 짓지 않는 땅은 버드나무가 자라고, 댐은 결함 때문에 담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제비를 비롯한 작은 새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우리는 사람이 떠난 자리의 내성천을 어떻게 다시 생태적으로 복원할지 고민 중이다. 내성천의 복원도 중요하지만 삶을 빼앗기고 농토를 빼앗긴 농부들의 삶은 다시 복원할 수 있을까?




박은선 리슨투더시티와 내성천친구들에서 활동 중이다.
내성천 친구들 www.naese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