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하나의 목숨값을 구하라 (Complicit)

반도체 하나의 목숨값을 구하라 영화장면

중국의 반도체 공장은 값싼 노동력인 농민공과 그들이 다루는 저렴한 발암물질을 바탕으로 돌아간다. 이예팅과 활동가들은 스스로가 직업병에 걸린 사실도 몰랐던 노동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모으고, 함께 싸운다.


[인간의 보편적 권리와 평등을 위하여 – 반자본·반신자유주의]

반도체 하나의 목숨값을 구하라
Complicit

감독 : 헤더 화이트, 린 장
제작연도 : 2017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미국
언어 : 중국어/ 영어/ 영어자막/ 한국어자막/ 한국수어
상영시간 : 90분

상영일시 : 2018.11.24(토) 20:3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작품해설

중국 정부는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했고, 이를 통해 소위 ‘국가경쟁력’을 얻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그 내막에는 값싼 노동력인 농민공과 그들이 다루는 저렴한 발암물질이 있다. 그 자신도 직업병 피해자인 이예팅은 자신이 직업병에 걸린 줄도 몰랐던 노동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모으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함께 싸우기 시작한다. 발암물질인 벤젠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추가되는 비용은 고작 1달러. 어마어마한 부를 창출하는 반도체 공장에서 스러져가는, 결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목숨값은 얼마인가?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이 감싸는 건 누구일까? 고향을 떠나 도시로 찾아든 그들. 높은 빌딩, 화려한 조명, 행복하게 웃는 사람들. 모두들 희망찬 미래를 꿈꿨지만 지금은 직업병이란 절망만이 그들을 감싸줄 뿐이었다.

“농민공은 경제화의 주역이며, 산업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안전하지 못한 작업환경의 문제들은 “경제화의 주역, 산업성장에 기여”라는 미사여구 속에 감춰져 버렸다. 화려한 도시와 기업의 성장, 경제 발전의 이면에 열심히 일하다 직업병에 걸린 농민공(노동자)의 아픔이 존재하고 있었다. 반도체, LCD, 휴대폰 액정 등을 깨끗이 세척하기 위해 사용하는 벤젠과 노말헥산은 노동자들을 병들게 했다. 노말헥산 중독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동자들,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노동자들, 약값과 미래에 대한 절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늘어났다. 코를 찌르는 냄새, 무엇인지 성분을 알지 못하는 화학약품은 그들의 몸을 서서히 침식해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에 대해 알지 못했다. 노동자의 삶보다 기업의 영업비밀이 우선했기 때문이다. 벤젠을 사용하지 않고 휴대폰을 만들 때 드는 1달러의 추가비용. 단돈 1달러 차이로 생과 사의 경계가 나누어져 버렸다. 이윤추구와 비용 절감이란 야만의 숫자놀음 뒤에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우리는 알고 있는가.

어쩌면 23살 유미가 겪었을 삶을, 오늘은 그들이 살고 있다. 중국, 한국. 시공간은 다르지만 이윤추구를 위해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기업의 야만과 모르쇠, 화학약품 영업비밀 등 자본의 대응방식은 너무도 꼭 닮아 있다. 삼성, 팍스콘 이름은 다르지만 이윤추구를 위해 노동자의 삶을 쉬이여기고 아픔을 외면하는 기업이라는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삶 역시도 마찬가지다. 샤오 야, 故 쿤펑, 샹지아오지아오 등 농민공들이 겪었던 아픔은 故 황유미, 한혜경이 살고 있는 오늘일지도.

또 하나 노동자들이 닮아 있는 건. 직업병의 원인을 밝히고, 기업에 책임을 묻게 하겠다는 행동. 누군가는 또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것. 중국과 한국의 노동자들은 직업병이란 절망 속에서 희망이 틔워내고 있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 인간 존엄의 외침이 차이나 레이버 와치와 반올림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누군가가 아픈 원인을 찾아가고, 기업에 책임을 묻고, 온전한 사과/보상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저항이 닮은 건 함께 연대함으로 인해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가능성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온갖 가전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칩. 세정제로 닦고 또 닦는 것이 일이었던 노동자들. 누군가는 기억해주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본의 비용절감과 이윤추구에 고통받았던 이들의 얼굴을. 우리의 일상과 멀지 않았던, 어쩌면 연결되었을 그들의 삶을.




랄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다산인권센터는 ‘인권에는 양보가 없다’라는 마음으로 26년째 인권운동을 해오고 있는 단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