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떠나다 (Journey Into The Dream)

꿈, 떠나다 영화장면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꿈을 말한다. 한국 노동자와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하면서 꿈을 이룰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한국행이라는 운이 자신에게 닿길 바란다. 이들의 꿈은 현재 이주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말하는 현실과 교차한다. * 딴저테이 추모·법무부의 살인단속 규탄상영


[공존의 조건을 되묻는다 – 이주·난민인권]

꿈, 떠나다
Journey Into The Dream

감독 : 섹알 마문
제작연도 : 2017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한국
언어 : 한국어/ 방글라데시어/ 한국어자막/ 영어자막
상영시간 : 61분

상영일시 : 2018.11.25(일) 14:2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작품해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말한다. 자신의 노동으로 가족이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 한국 문화와 발전한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그들을 이끈다. 그들은 한국 노동자와 평등하게 일하고 기술도 배우며 자신의 꿈을 이루리라 기대하기에 알라께 기도하며 간절히 한국행을 기다린다. 그러나 한국에 온 그들의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무시와 차별 속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견뎌내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미등록노동자가 될 수 있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서 있다. 또한 추방과 체류의 경계는 이들의 삶을 불안하고 위태롭게 만든다.

다국적밴드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down·단속을 멈춰라)을 만들어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알리며 저항했던 미누는 표적 단속으로 강제추방됐다. 그는 얼마 전 DMZ 국제다큐영화제에 초청되어서야 한국에 다시 올 수 있었지만, 네팔로 돌아간 지 한 달 만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2003년부터 미누가 고발한 단속·추방의 현실은 아직도 변함없다. 지난 8월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딴저테이가 갑자기 들이닥친 단속반을 피하다 추락해 사망했다. 추방당한 미누와 세상을 떠난 딴저테이, 이들은 변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인천인권영화제는 이들을 기억하며 꿈을 꾸는 사람,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상영한다.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한국에서는 매년 56,000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하고 있다. 중소기업, 제조업, 농어촌의 사업주들은 인력난을 호소하며 매년 고용허가제 쿼터를 더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흔히들 ‘외국인 노동자들’이라고 쉽게 범주화되는 이들은 30만 명의 규모로 한국 사회를 함께 구성하고 있다.

이주는 차등화되고 있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범주는 인력난이 심한 3D 업종으로 철저하게 제한되어 있고, 그 안에서조차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여러 가지 차등과 장벽이 만들어져 있다.

사업주가 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사업장 이동과 비자 연장을 할 수가 없도록 만들어진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제도의 균형판 자체가 사업주에게 치우쳐져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차별적인 대우를 감내하도록 만든다. 고용허가제 안에서의 노동자 간의 차등도 있다. 제조업 이주노동자들은 건설업, 농축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농축산과 건설업 노동자들은 제조업으로 이동할 수 없는 식이다. 또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에 그들의 가족들은 심지어 관광비자로도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가족을 만나러 오지 못한다.

이러한 과도하게 불공정한 제약들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고용허가제에서 이탈하여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었을 때이다. 근로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고, 이것을 통해 협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된 순간 공권력의 폭력적인 단속과 추방이라는 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이러한 처지가 일터에서 불리한 조건을 만들기도 한다.

이 영화는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갖는 꿈과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대비하여 보여준다. 꿈을 꾸는 누군가도 꿈이 떠난 누군가도 지금의 현실은 소중하다. 이주노동자가 노동력으로만 값어치가 매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를 선택한 그들의 꿈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이를 통해 꿈을 떠나보내야 하는 한국 사회의 이주민 현실에 공감해주길 바라는 감독의 꿈이 담긴 영화라고 생각한다.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이주의 시작은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일입니다. 민족, 피부색, 종교, 성별, 인종, 사회적 신분, 재산, 직업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 불평등한 국제관계와 경제구조가 빚어 낸 지역공동체의 해체에 허덕이다 목숨을 건 ‘이주’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평등한 세상.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로부터 피어나는 꿈. 한국이주인권센터가 꿈꾸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