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인천인권영화제 4호] 생각글


※영화 ‘도가니’ 포스터

장애,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해영 (인천민주노동자연대 인권모임)

올해 9월 영화 <도가니>*1)가 개봉하면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여론은 해당 사건의 가해자와 책임자들에 대해 분노하며 그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에 놀라면서도 내심 우려되었다. ‘일시적인 공분에만 그치게 될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이 출간된 이후에도 인화 학교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지만 지자체가 조사를 거부한 것*2), 너무도 가벼운 형량을 받고 여전히 인화학교에 해당 사건의 가해자와 책임자들이 버젓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것과 영화가 개봉하기 전 인화학교가 학교명을 세탁하려던 정황*3) 등은 더욱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고 사건 재수사, 인화 학교 법인 인가 취소 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인터넷 여론이 확산 되었다.
여론에 못 이겨 광주시는 급하게 인화학교 법인 ‘우석’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했고,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침해실태를 조사하겠다고 하였다. 한편 이번을 계기로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와 시민단체들이 모여 결성된 ‘광주인화학교성폭력사건해결과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위한도가니대책위원회’ (도가니대책위)는 야4당과 함께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의 공공성, 투명성, 민주성 강화 및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실현을 위한 지원정책 마련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복되고 지속되는 사회복지법인 비리*4)
시설과 관련된 재단 비리나 인권침해 사례는 비단 인화학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의 사회 복지 시설 중에서도 특히 생활(수용) 시설이 지니고 있는 인권 침해 문제나 비민주적인 운영, 공금, 후원금을 횡령하는 일 등의 문제는 ‘일상화된 시설 비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심각하고 만성화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96년 11월에 세상에 알려진 에바다복지회의 비리인데 가족, 친인척을 중심으로 구성된 족벌 체제, 수억 원의 국고 및 후원금 횡령, 작업장에서의 강제 노역과 임금 착취, 입양 사업을 명목으로 한 해외로의 인신 매매, 장애 아동 의문사 발생 등 비리 시설의 전형이었다. 또한 2003년에 인권 유린, 비리 문제가 드러났던 사회 복지 법인 성람재단은 2006년 시설 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거액의 공금을 횡령한 것이 밝혀지는 등 비리가 또 다시 발생하면서 사회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한국에서 장애인 시설 등의 사회 복지 시설은 한국 전쟁 이후 구호 사업의 일환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외국의 원조 단체, 선교 단체들에 의해 생겨났는데 이런 단체들이 철수하면서 그들이 운영하던 시설과 자원들은 지역의 토착 유지들이나 종교 단체들에게 이관되었다. 1970년대 정부는 사회복지사업법을 제정, 사회 복지 법인 제도를 마련하고, 민간의 자원을 활용하는 수용 시설 정책을 펴게 되는데, 장애인들 역시 마찬가지로 수용 시설을 중심으로 편입되었다. 이는 국가가 비용과 책임을 최소화하면서도 장애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었던 것이다. 사회복지법인들은 정부와 민간의 보조금, 후원금 등으로 시설을 운영하면서 시설을 사유화해나갔고, 정부와 관련 지자체는 이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해왔기 때문에 시설 관련 비리가 오랜 시간 같은 양상으로 반복될 수 있었다.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요구하다
장애인이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주장하게 된 것은 그동안 수용 중심의 사회 복지 정책에서 발생한 시설 비리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다. 장애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설립된 사회 복지 시설이지만 복지의 중심에 장애인은 없었다. 오히려 시설 내 존재하는 권력 관계 속에서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보이지 않는 폭행, 감금, 학대 등 인권침해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라는 사회적 편견 역시 장애인을 지역사회와 분리시키는데 한 몫했다. 한 개인이 사회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것은 삶의 필수적인 조건인데, 그간 수용 시설의 장애인에겐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분리로 인한 단절과 고립은 삶에 대한 의지를 상실하게 하고 의존적으로 만든다.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은 이렇게 장애인을 배제하고 의존적으로 만드는 사회적 장벽과 차별들을 제거하고, 다양한 지원 체계들을 권리로서 획득하며, 장애인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생활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되었으며, 장애와 관련된 정책 결정과 서비스 전달 과정에 장애인의 주도성과 참여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5) 지금까지는 부양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시설에 수용되거나, 이동권이 제한되고, 교육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등 타인의 의사 또는 환경에 의해 결정이 ‘강요되어’ 자신의 삶에서조차 소외된 채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장애인이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스물 다섯, 홀로서기>의 지체장애 1급인 주인공 정화씨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살아오다 자립생활 체험홈*6)을 통해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청도에서 보낸 25년이란 시간은 무기력 했었지만 대구에서의 1년은 갓 태어난 아이가 세상을 만나듯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기만 했다”라고 말하고, <선철규 자립이야기-지렁이 꿈틀>의 주인공인 뇌병변장애 1급인 철규씨는 10여년간 생활한 시설과 자립생활 체험홈도 벗어나 완전한 자립을 시작하게 되면서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 “처음 스스로 이동하는 기쁨”에 감격스러워 한다. 법인의 각종 비리 문제와 시설의 폐쇄성은 이미 많이 지적되었다. 국가가 장애인의 삶의 문제를 더 이상 시설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내 삶을 내 뜻대로 살고 싶어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조차 어렵게 하는 비장애인 기준의 사회를 벗어나, 장애인이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보장해주기 위해 개별적인 지원 및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장애’, 낙인찍는 사회
더 나아가 ‘손상impairment’을 ‘장애disability’로 만드는 사회*7)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얼마 전 동생을 통해 신체적 손상이 있는 동생 친구의 이야기를 접했다. 하지만 그것은 평소에 그 자신도 신경쓰지 않을만큼 아주 미약한 정도였다고 한다. 그 친구가 취업 면접을 보러갔을 때 면접관에게 ‘신체가 불편한 점이 약간 있으나 미약한 정도이고 열심히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며 말했다고 한다. 혹시 입사 후에 알려지게 되었을 때 미리 말하지 않았다며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 말을 하고 그는 면접에서 탈락 되었다. 다른 회사 면접을 봤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는 필요성을 못 느껴 그동안 하지 않았던 장애 등급 판정 심사를 받았고 ‘일반 전형’이 아닌 ‘장애인 전형’으로 다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미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상태였다고 한다.*8)  또한 노라 그로스라는 사회학자는 미국의 마서즈 비니어드라는 외딴 섬에 사는 농인들의 생활상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그 섬의 농인들은 사회로부터 배제되지 않았다고 한다. 섬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와 수화를 공용어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인들은 사회적 제약이 전혀 없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개인의 특질trait*9)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소설 <도가니>에서는 상식적인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 사회를 답답해한다.무엇이 상식일까.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일반적인 지식 ·이해력 ·판단력 및 사려분별.’ 이라고 설명한다. 어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이 상식 퀴즈라며 외국의 수도 이름과 문학 작품의 저자명 등의 문제를 낸다. 그것들도 상식이라면 상식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중요하게 알고 있어야 할 상식은 ‘인간은 인간 자체로서 존중 받고,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자본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을 잊고 살았던 게 아니었을까?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 나아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고 마음껏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꾸려나갈 수는 사회에 대한 소망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1) 소설 <도가니>, 공지영 저, 창비, 2009 가 원작. 2005년 청각 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학교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발생했던 장애 아동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함.

2) 2010년 7월 인화학교 내에서 학생 간 성폭력 사건이 발생. 피해학생 3명은 강제적으로 당했으며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가해학생 고모와의 합의로 가해학생은 다른 시설로 전학을 갔으며 그 이후 광주교육청, 광산구청에 사건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으나 민관 합동조사는 법인의 거부로 연기, 결국 민ㆍ관 합동조사가 아닌 민간위탁으로 조사를 준비, 2011년 4월에 광산구청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려던 ‘인화원 인권실태조사’도 진행되지 못한 상황.

3) 2011년 6월 28일 사회복지법인 우석(인화원, 인화학교 등 운영)에서 정관변경신청서(명칭 변경과 지적장애인시설 운영 등을 주요내용으로)를 제출하였다는 사실이 확인, 7월 11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정관변경신청 서류를 반려 처리.

4)  <차별에 저항하라>, 김도현 저, 박종철출판사, 2004

6)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김도현 저, 메이데이, 2004

7)  자립생활 체험홈을 통해 장애인이 사회적응력을 기를 수 있게 도움을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체험홈에서의 생활이 실제 자립생활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기도 한다.  

8) 현재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사회에서 취업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제도적 보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이 글에선 개인의 특질trait인 손상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장애로 낙인 찍혀 오히려 차별 당하게 됐다는 의미로 설명하게 위해 이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9) 특질trait 표현은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김도현 저, 메이데이, 2004 에서 참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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