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 (Comfort)

위안_스틸샷

‘양공주’라 불리었던 기지촌 여성들은 왜 스스로 ‘미군 위안부’라 칭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을까?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착취 제도는 ‘일본군 위안부’에서 ‘미군 위안부’로 이어졌다. <위안>은 은폐되었던 그녀들의 삶과 목소리를 찾아 전한다.


[돌아보다]

위안
Comfort

감독 : 이혜린
제작연도 : 2020
장르 : 다큐멘터리
국가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상영시간 : 65분 32초

상영일시 : 2021.12.18(토) 18:10, 19(일) 17: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금), 3관(일)


12월 18일(토) 오후 6시10분 <위안> 상영 후
이혜린 감독, 이은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미루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이 진행됩니다.



작품해설

‘기지촌 여성’으로 알려진 ‘미군 위안부’에 대한 낙인은 여전하다. 위안부라고 하면 ‘일본군 위안부’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한국 정부 주도로 운영된 ‘미군 위안부’도 존재한다. 정부와 언론은 그들을 ‘애국자’, ‘외화벌이의 주역’이라 치켜세웠지만, 실체는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국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감시받는 삶이었다. 이제 정부 주도의 ‘위안소’는 사라졌지만, 국가는 그들에게 가한 폭력에 침묵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도 점점 그들을 잊어갔다. 2014년 이들은 스스로 ‘미군 위안부’라 칭하며 국가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 고등법원은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지만, 오히려 정부는 항소했다. 이들은 여전히 싸움을 지속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위안>은 기지촌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으며 우리에게 ‘미군 위안부’라는 국가폭력을 어떻게 해석하고 기억할 것인지 말을 걸고 있다.

MIRU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이들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양공주’라는 표현에 담긴 비하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위 ‘양공주’로 불렸던…” 하고 소개의 첫 마디를 뗀다. 이미 이른 시기부터 소설·드라마·영화의 캐릭터로 종종 등장했을 정도로 존재 자체는 익숙한 데도, ‘기지촌 여성’이나 ‘미군 ‘위안부’’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낯선 것이기 때문이다. 호칭의 문제는 2014년 6월 한국 정부 대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되고서 자주 논쟁이 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관련 단체들은 그동안 ‘기지촌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제한적이게 나마 사회와 소통해오다가, 입법·사법운동을 시작하면서 ‘미군 ‘위안부’’를 정식명칭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위안부’ 명칭 사용에 반대한 것은 이들을 자발적인 성매매 여성으로 자리매김하여 피해를 부인하고자 한 피고 대한민국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사법운동의 지지자들 중에서도 이들의 피해가 일본군‘위안부’ 여성들의 피해와 등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고, 일본군 ‘위안부’ 운동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호칭을 둘러싼 논의는 자꾸만 피해의 경중을 재면서 피해자들 사이를 갈라치기 하는 방식, 피해자다움의 굴레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위안>은 질문을 바꿔서 다음과 같이 묻는다. 누가 ‘위안부’인가. 질문이 바뀌면 시야가 달라진다. 앞선 질문에 대해 고민할 때 고정된 의미의 균질적인 집단으로 상정되었던 일본군 ‘위안부’도 실제로는 일본인 ‘위안부’, 기업‘위안부’/산업‘위안부’, 전시 강간캠프와 유사한 중국에서의 형태 등 내부에 여러 이질성이 존재한다. <위안>이 초점을 두고 있는 한국군 ‘위안부’와 미군 ‘위안부’ 제도는 여기에 하나의 흐름을 더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들의 국가 대상 손배소는 단지 이 여성들의 경험을 피해의 영역 안에 위치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을 매개로 한 성적인 ‘위안’이 전쟁 수행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관념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위안>에서 일본군 ‘위안부’ 박연이, 최명순, 이영숙, 박순애와 미군 ‘위안부’ 김연자의 증언을 개별 출처 표기 없이 혼재해서 제시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자료나 내레이션을 제공함에 있어서 시종일관 인용법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는 영화이므로, 이 부분은 누락이라기보다 감독의 의도일 것이다.


이은진 젠더법학 연구자,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기획운영위원
┃한국 땅에서의 법과 사회의 역동에 대해 성과 재생산을 중심으로 고민하고 있다. 기지촌 여성 세 명과 대화한 내용을 엮은 구술집 『영미, 지니, 윤선: 양공주, 민족의 딸, 국가폭력 피해자를 넘어서』의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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