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A Tale of Old C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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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원도심인 중구는 일제강점기 시절 최초의 개항이 이루어진 곳이다. 현재 이 공간은 역사와 문화적 가치에 대한 보존과 아파트로 대변되는 재개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라지는 동네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된 촬영은 과거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현재성을 고민해 온 이들의 이야기로 점차 오래된 공간의 미래를 꿈꾸는 데까지 나아간다.


[인천, 사람이 산다]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A Tale of Old Cities

감독 : 조은성
제작연도 : 2021
장르 : 다큐멘터리
국가 : 한국
언어 : 한국어/ 일본어/ 한국어자막
상영시간 : 82분

상영일시 : 2021.12.18(토) 15:30, 19(일) 15: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토), 3관(일)


12월 18일(토) 오후 3시30분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상영 후
조은성 감독, 이의중 건축가,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이 진행됩니다.



작품해설

도시는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이 쌓아 놓은 시간의 흔적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뒤섞이며 변화해 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변화는 재개발로 시간의 흔적들을 지우거나, 그곳에서의 삶을 지속할 수 없기에 내몰리는 상실의 과정이었다. 영화는 기존의 개발방식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인천의 구도심(중구)과 일본(쿠라시키와 오노미치)에서 공간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건물의 건축적 가치를 살리면서 현재성을 반영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재생된 공간을 매개로 사람들의 시간과 경험들이 만나 오랜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긴 호흡으로 공간을 소비하지 않으며 거주와 생활이 지속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간다. 현재 우리 곁에서 변화의 시간을 겪고 있는 곳들을 우리는 어떤 가치와 다양성을 갖고 마주하고,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상상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찾아본다.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터무니 없는 도시”

이 영화는 인천의 장소성과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인천에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일제 강점기 건축이 상당히 많이 있지만 개발에 의해 건물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영화의 인터뷰에서 인천시립박물관 관장 유동현씨는 지금 인천은 “터의 무늬가 사라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우리말에 “터무니없다”는 라는 말이 있는데 보통 근거가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국립언어원에 따르면 그 말의 어원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터무니’의 ‘터’는 ‘집이나 건물을 지었거나 지을 자리’의 뜻으로 본다고 한다. 땅의 흔적이 온데간데없다는 말이 근거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터무니없는 도시인 셈이다.

막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장소가 인천뿐만은 아니다. 전 국토에서 지역 역사성과 원주민을 존중하며 개발하는 곳이 과연 존재할까? 서울의 청계천 을지로 지역도 조선 후기의 역사, 일제 강점기의 역사, 한국전쟁 이후의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를 모두 지우고 아파트를 짓는 중이다.

문제는 다수의 시민이, 국민들이 과연 아파트 대신 도시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쿠라시키 미관지구의 건축가 나라무라 토오루는 “오래된 것을 수리하고 활용하고 연결하기 위해서는 살고 있는 주민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즐겨야 합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의 말이 근본적인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땅이란 여러 생명들이 함께 살고, 일하고, 씨를 뿌리는 곳이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땅은 곧 부동산이라는 등식을 가지고 있다. 땅과 공간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우리의 도시에 역사성은 남을 수 없다. 인천도 서울도 터가 있는 장소가 되려면 땅에 대한 우리 세대의 가치관이 변하는 수밖에 없다. 땅과 공간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는 일은 고되고 끝도 없는 일이지만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천, 서울 그리고 전국 어딘가의 공간성과 다양성을 지키고자 하는 문화 기획자들과 예술가들의 노고를 응원한다.


은선 리슨투더시티
┃리슨투더시티는 2009년 시작되었으며, 미술, 디자인, 건축, 도시계획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하는 콜렉티브이다. 리슨투더시티의 활동 자체의 시작점은 한국의 과도한 개발과, 환경적 사회적 무책임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의문점을 가지고 시작했다. 현재 내성천의 친구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