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몸, 애도의 시간 : 거리에 서

인천인권영화제 27회 포스터 원작 이미지 사진


싸우는 몸, 애도의 시간
거리에 서



싸우는 몸, 그 감각이 나의 몸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감히 ‘허락’되지 않는 공간 혹은 모두가 목도하는 공간에 드러내는 몸.
불허를 거부하거나 하늘 높이 올리거나 어딘가 단단히 고정한 채
혹은 그저 그 공간에 존재하면서 무언가를 멈추거나 시간을 버티는 게 곧 싸우는 것인 몸.
그렇게 위태로워진 몸을 자신의 불안정한 삶에 이어지는 ‘사건’으로 만들며 존엄과 평등을 묻는 몸.
그 삶에 이르게 한 부당함을 바로잡기를 요구하는 몸.
목도하는 이들로 하여금 불안정한 삶을 감각하고 이에 반응하며 싸우는 몸으로 자리매김하는 몸.
그리하여 살아내는 것에서 살만한 삶으로, 내일을 바꾸는 정치적 관계를 맺는 몸.


애도의 시간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고 앞으로도 다시 없을 이들이 끊임없이 사라지는 시간, 속절없이 남은 자가 되어 상실과 고통, 슬픔과 분노 사이에서 애도를 묻게 되는 시간입니다.
누구든지 어떤 순간에서라도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 지킬 수 없는 순간에도 다른 이들이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간절한 시간.
애도하고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은 죽어도, 고통스러워도 마땅한 이가 있다고 여기는 것, 그런 이여서, 그런 집단에 속한 까닭이라며 그 죽음과 고통의 책임을 그이의 몫으로 돌리는 것에 다름이 없습니다. 떠나 보낸 이의 삶을 기억하며 이어갔을 내일을 떠올리고, 그이를 잃은 곁들을 위로하며 또 다른 곁이 되는 일까지. 애도의 시간은 놓쳐버리고 만 이들과 영원히 작별하게 된 까닭 그리고 슬픔의 출처를 찾아 응시하고 짚으며, 상실을 몸에 새긴 우리를 내일로 이끕니다.


거리에 서
싸우는 몸으로 만나 애도의 시간으로 존엄을 약속하고 싶습니다.
나 혼자서는 이름도 없을 권리들을 불러보고 싶습니다.
경계의 의미와 안팎의 관계를 변화시키며 평등의 감각을 새기고 싶습니다.
공존의 조건을 묻고 싶습니다.



스물일곱 번째 스크린을 펼칩니다.
표현의 자유, 더 많은 인권감수성과 대안영상이 펼쳐지는 공간이 되고자 보내는 시간들.
이것이 삶의 자리를 지키며 공존의 순간과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엮어나가는 당신들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저항의 스크린은 꺼지지 않는다
2022년 11월 인천인권영화제를 일구는 사람들 드림


27회-인천인권영화제-포스터
메인이미지 제작 : 차강 바느질 작가 ㅣ 촬영 : 정택용 사진가 ㅣ 포스터디자인 : 언제나봄그대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