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귀퀴퀴 Queering The Queer

28회_인천인권영화제_상영작_귀귀퀴퀴_이미지

새훈 | 2022 | 다큐멘터리 | 22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 영어자막 자막해설 |

거리를 채우는 혐오만 사라지면 퀴어의 삶은 나아질까? 퀴어는 다른 퀴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로 다른 수십 명의 감각들이 자긍심의 원천과 필요성, 나아가 ‘퀴어’ 자체의 정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 다름과 연루 |

귀귀퀴퀴
Queering The Queer

감독 : 새훈
제작연도 : 2022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영어자막, 자막해설
상영시간 : 22분

상영일시 : 2023.11.17(금) 오후 9:00(3관) / 11.18(토) 오후 7:00(4관)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 4관

11월 18일(토) 오후 7시 <귀귀퀴퀴> 상영 후
새훈 감독, 타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시놉시스

거리를 채우는 혐오만 사라지면 퀴어의 삶은 나아질까? 퀴어는 다른 퀴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스. 일틱. 퀴어는 동성애자의 동의어인가? 커밍아웃하지 않고선 퀴어를 말할 수 없는 걸까? 은둔. 벽장. 말끔한 언어로 퀴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들만 말할 수 있는가? 퀴어 문화에선 어떤 성찰이 요구되고 있을까? 퀴어와 성소수자는 같은 의미로 쓰일까? 이쪽. 이런 질문들이 필요할까? 그저 배운 이들의 젠체일까? 서로 다른 수십 명의 감각들이 자긍심의 원천과 필요성, 나아가 ‘퀴어’ 자체의 정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래서, 퀴어는?



연출의도

영화의 분위기를 통해 퀴어 그 자체가 경험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어떤 느낌으로 전달될까. 무엇보다 퀴어가 다른 것을 위한 도구로 쓰이지 않은 영화를 보고-듣고 싶었다. ‘알 수 없음’ 또한 퀴어의 일부로 전달되길 바라며, 관객들의 제각기 다른 경험과 영화가 만나 더욱 복잡한 질문들이 만들어지길 욕심 내본다. 질문으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나는 영화 안에 밀어내면서도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숨겨두었다.



인권해설

퀴어를 퀴어링하기, 이것은 퀴어라는 말을 우리가 손에 쥔 이상 놓을 수 없는 과제다. 퀴어는 계속 진행 중, 갱신 중이지 않으면 그 순간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무언가. 물론 퀴어라는 ‘집’ 속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나 퀴어라는 말이 괜히 현학적이거나 실제가 아니라 재현에만 존재하는 느낌을 갖는 사람들에겐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퀴어를 퀴어링한다’는 부제는 감독이 퀴어라는 말을 어떤 방식으로 쥐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방향타이다.

영화는 십수 명의 사람들이 목소리를 직조하고 교차시키면서 퀴어 정체성과 커뮤니티, 주류사회와의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와 불화, 정치적인 긴장을 드러낸다. 퀴어와 성소수자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저마다 다른 감정을 가지는 것을 들으며 영상의 음성은 그 목소리들이 엉키고 설키며 쌓아올려가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화면은 이야기들을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은유하는 이미지들로 구성된다. 특히 뜨개질, 실뜨기, 물레질은 몸이 등장해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실과 실이 엮이고, 진흙을 빚다가 뭉개지는 장면들은 노동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와 망쳐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실망의 감정들도 짐작하게 한다. 기침 소리에 매혹된다. 명확한 언어는 아니지만 폭발적인 힘을 몸 안에서부터 분출시키는 재채기. 또한 이 영상은 기획에서부터 시청각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하면서 미적 체험과 접근성을 융합하려고 시도했다. 이것을 퀴어방법론으로 인식하고 접근성에 대한 논의를 퀴어링하는 것의 중요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퀴어커뮤니티 내부에서 일틱/일스를 선호하면서 티부나 끼순이를 밀어내는 것,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것, 다른 성소수자가 겪는 일에 관심이 없는 것, 차별과 혐오가 없어지길 바라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서로를 실망시키는 주된 양상일까. 이런 차이와 갈등은 대학성소수자 동아리에서 자주 표출된다. 여러 정체성을 가진 퀴어들이 친목이나 운동 등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모일 수 있는 토대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동아리들이 모임을 중단했을 때 이런 마주침마저도 중단되었을 것이다. 퀴어들은 커뮤니티를 어떻게 감각하는가 자체가 최대의 논란거리다. 성소수자 인권운동 단체, 상업적인 업소들,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사이트, 데이팅 어플, 친목모임, 퀴어문화축제라는 현장, 게이스북, X(구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것을 지목할 수 있고 각각의 장소는 저마다의 특정한 목적과 관계맺음의 규율이 있다.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지, 나이는 어떠한지, 투자할 수 있는 돈과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외모와 행동, 말투가 어떠한지, 정치적 지향은 무엇인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경험을 하기도 하고 그런 차이들이 누그러지는 장소도 있다. 퀴어 커뮤니티를 퀴어링하고자 하는 욕망이나 지향은 어떻게 생성될까? 주변적인 퀴어들을 좀 더 포용하기 위해서? 좀더 퀴어답게 살 수 있는 집단적인 힘과 문화를 생성하기 위해서?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알 수는 없는 좀 더 나은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서로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이나 갈등을 드러내고 안전하게 토론하고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 누군가 퀴어라는 이유로 고립되고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기 위해서?

인권활동가로서 퀴어를 퀴어링 하기와 관련해 스스로 생각하는 과제는 국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퀴어의 권리를 보다 근본적인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퀴어가 경험하는 차별이 구조적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이나 선택으로 극복하자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리고 퀴어가 퀴어이기 때문에 억압받는 것이 아니라 지배질서와 불화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러한 불화를 겪는 또 다른 이들과 함께 넘어서자고 제안한다. 2023년 7월 열린 ‘노프라이드 파티’(No Pride) 의 구호 중 하나는 “국가는 약물사용자, 성노동자, 미등록이주민, HIV감염인을 단속하지 말라! 퀴어 커뮤니티는 우리를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혐오하지 말고 지지하라!”였다. 노프라이드 파티는 퀴어 중에 약물사용자, 성노동자, 미등록이주민, HIV감염인이 있다는 것을 가시화하고 이들이 프라이드 정치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제기하며 열린 파티였다. 커뮤니티를 향해서 우리를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혐오하지 말고 지지하라는 요구 또한 퀴어를 퀴어링하기로 나란히 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프라이드 파티 또한 전혀 완결되거나 완성된 무언가가 아니다. 무엇이 퀴어인가, 퀴어한가는 미리 주어져 있기보다 어떤 존재와 사건이 출현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과 그 이후에 방향을 설정하는 태도일 수도 있다. 반응과 응답, 그리고 그걸 수행하면서 각자가 몸, 정체성, 관계, 관점을 재조정해 나가는 것을 바라며 기꺼이 엮인다.

타리(나영정)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모임POP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새훈 감독


감독
새훈 Saehoon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며, 곁을 지키고 싶은 현실을 포착-기록합니다. 이왕이면 그곳에 균열이 생기길 바라면서 난리를 피웁니다. (그러려고 애씁니다.) (괄호체를 좋아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큐멘터리 <ㅈㅣㅂ>(2022), <연고 있는 무연고>(2021), <비건들의 수다>(2020)가 튀어나왔습니다. 2023년 28회 인천인권영화제가 열리는 지금은 애도-상실-사랑에 관해 골몰하며 여기저기서 비틀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