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의 여정 Miho’s Journey

섹 알 마문 | 2023 | 다큐멘터리 | 65분 | 한국어 일본어 영어 영어자막 한국어자막해설 |

일본 우에노하라에서 태어난 아마리 미호.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음악을 하며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삶을 도전해 왔다. 언어와 국가를 가로지르는 음악의 힘과 함께 그녀의 여정은 계속된다.

Synopsys

Born in Uenohara, Japan, Miho Amari, the main character of the film, now lives in South Korea. From the time she was a child, Miho loved music and dreamed of becoming a singer. Leaving her home for a new life, her journey as a singer and immigrant begins.

| 당신이라는 세계 |

미호의 여정
Miho’s Journey.

감독 : 섹 알 마문
제작연도 : 2023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일본어 영어 영어자막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65분

상영일시 : 2024.12.1. (일) 오후 3:1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대화의 시간
섹 알 마문 감독
미호 한일부부밴드 파드마 pAdma
머큐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일본 우에노하라에서 태어나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아마리 미호.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미호는 청소년기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에 빠져들면서 뮤지션으로서의 꿈을 키운다. 일본에서 밴드 멤버로 만나 음악과 삶의 동반자가 된 한국 출신 뮤지션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한다. 음악으로 소통하고자 했던 한국에서의 삶과 관계는 ‘일본 출신’이라는 정체성과 언어의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그녀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고향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이방인에 대한 시선과 긴장 그리고 음악에 대한 열정은 언어와 국경을 가로지르며 노래하는 미호의 삶의 궤적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미호의 삶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와 도전으로 이어진다.

머큐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누군가를 안다고 말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하는 영화다. 나는 미호를 알지만 모른다. 일본에서 온 여성, 노래하는 가수, 아버지의 딸, 한 사람의 아내 등 그녀를 설명하는 말은 수없이 많지만, 그녀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희망과 절망, 과거와 미래를 여전히 온전히 알기 어렵다. 누군가는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어 쉽게 범주화하고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하지만, 그것 자체가 이미 차별이다. 오히려 한 사람의 삶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집단적 정체성인 결혼이주여성을 때로 ‘다문화’라고 부르는 바람에 개개인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정체성을 보지 못하게 한다.

그저 한 사람과 결혼했을 뿐인데 많은 일들을 견뎌야만 한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말이다. 법적으로 체류자격이라는 조건이 한국에서의 삶을 불안하게 한다. 할 수 있는 일들을 제한하고 언제든 추방의 가능성으로 위협한다. 영주권이나 귀화라는 체류자격을 얻기까지는 ‘체류안정’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설사 귀화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해도 한국인으로 대하지 않는 세상에서 고립감은 해결되지 않는다. 본국에 남겨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염려와 그리움은 늘 마음 한구석에 남겨 둔 채 살아간다. 새로운 사람들과 익숙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넘어 어울리며 살지만, 나를 온전히 다 보여줄 수가 없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만나지만 정말 신뢰할 만한 관계인지를 알 수 없다. 신뢰란 환대의 태도 속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라고 환대를 정의한 김현경의 말처럼 그것은 동정과 시혜의 시선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내어주는 과감하지만 우호적이고 평등한 위치에서 주고받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환대’가 개인들의 인식 전환과 성숙한 인권의식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법제도 안에서 결혼이주여성은 제도적인 인종주의 위계 속에서 조건부 체류자격을 얻어가며 머무르는 존재다. 아이를 낳아야 체류 연장이나 영주권이나 귀화가 쉽다. 이주여성이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화된 몸으로서 기능할 때 국가는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하지만 아이가 없다면 계속해서 의심받고 체류자격 변경이나 연장에서 밀린다. 국적취득 후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그 의심 때문이다. 그 의심은 법적인 제도로 드러난다. 만약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이가 없다는 것은 체류자격을 박탈할 이유가 된다. 아이가 있어야만 남아 있을 수 있다. 양육권이나 면접교섭권이 없다면 한국 땅에 발을 붙일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 국가이다. 심지어 한국의 가부장제를 대표하는 몇몇 국회의원들이 이혼 후 혼자 남겨진 한국인 남편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걱정한 나머지 간이귀화를 어렵게 만들자고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2년 이상의 체류 기간이면 충족되던 요건에서 4년 이상이 되면 주자고 한다.

그런가 하면 출신 국가의 GDP 수준은 이주여성 사이에 위계를 만든다. 미호가 일본 출신이라는 것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또는 필리핀 출신의 이주여성과 다른 위계에 놓이게 한다. 하지만 일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적대감으로 대하는 한국인들의 민족적 반일감정을 상쇄하기는 어렵다. 일본이라는 출신 국가가 그녀를 나타내는 유일한 정체성이 아님에도 때로 낙인이 되어 무시하거나 거부할 이유가 되기도 하고, 때로 공격의 구실이 되는 것이다. 자기 국적을 스스로 선택하여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겪는 부당함이다. 출신 국적이 디폴트가 되어 차별을 불러오는 상황은 불합리하다.

나답게 사는 일이 가능하면서도,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게 서로 연결된 존재로서 공동체를 이루고 같은 동료 시민으로서 평등한 위치에서 마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연대해야 하는 이유다.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을 통해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지역의 공동체라디오 단원FM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20년 넘는 이주인권 현장의 활동 이야기를 담은 책 <우리안의 인종주의>를 썼다.


감독
섹 알 마문  Shekh Al Mamun

방글라데시 다카가 고향이다. 대학교 재학 중이던 1998년한국에 입국, 2001년부터 이주노동자 인권 운동에 뛰어들었다. 2012년부터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이주민 문화예술지원단체인 아시아미디어컬처팩토리의 기획국 상근활동가로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연출의도

주인공 아마리 미호는 저의 5년 지기 친구입니다. 저나 미호 둘 다 각자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하고싶은 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 지내다 보니 이곳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주자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태어난 곳을 떠나 ‘어쩌다’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수이자 이주자인 미호를 통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주민의 여정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미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주자들의 선택이 경제적 이유와 같은 한 두가지 이유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다양한 이유로 이주를 선택한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