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펠릭스 에브레오 | 2023 | 극영화 | 20분 | 타갈로그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
오랜만에 머리를 하고, 케이크를 사서 친구의 파티로 향하는 덱스, 친구들은 2년 만에 나타난 그를 반겨준다. 끝까지 마음을 풀지 않는 이안에게 덱스는 HIV 미검출 결과지를 건넨다. 의사의 축하와 이안의 축하 사이 덱스의 침묵의 의미는 무엇일까?
Synopsys
After receiving an undetectable HIV status, Dexter finally shows up in his friends’ party and reconnects with them, following a long and sudden ghosting in their milestones and lives.
| 다름과 연루 |
축하해, 덱스!
Congratulations, Dx!
감독 : 마크 펠릭스 에브레오
제작연도 : 2023년
장르 : 극영화
언어 : 타갈로그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20분
상영일시 : 2024.11.30. (토) 오후 1:3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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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도리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 ‘가진사람들’
타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오랜만에 머리를 하고, 케이크를 사서 친구의 파티로 향하는 덱스, 친구들은 2년 만에 나타난 그를 반겨준다. 끝까지 마음을 풀지 않는 절친 이안에게 덱스는 HIV 미검출 결과지를 건넨다. 의사의 축하와 이안의 축하 사이, 덱스의 침묵은 어떤 의미일까?
어린 자녀의 생일파티에서 참석한 모두에게 함께 키워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이와 퀴어함이 넘치는 축하 자리에서 이모 삼촌 혹은 그 무엇이 되어 즐거운 이들. 이렇게 서로돌봄과 다른 삶으로 관계 맺고 살아가는 게 가능한 커뮤니티는 덱스 아닌 누구에게라도 필요한 공간이자 시간이다. 그럼에도 바이러스 미검출이 관계 맺음의 기준이 되는 것을 그 기점에 복귀한 덱스조차 용납 못 하지 않았을까?
일정 기간의 약과 치료로 이른다는 바이러스 미검출(전파 불가)은 검출/미검출로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다. 감염이 되었을 때 누구든지 숨기지 않고 치료에 접근할 수 있고 평등한 돌봄 속에 살아가면서 확인하게 되는 몸의 구체적 상태일 뿐이어야 한다. 불확실의 불안과 공포가 서로의 몸을 돌봄은 고사하고 전파 매개로 전락시키고 범죄화하기에 이른다는 혐오와 낙인. 이 차별의 시나리오는 왜 아직도 우리 삶 깊숙이 작동하는가. 2년 만에 복귀한 덱스가 코로나19 대확산에 휘말린 2년여의 시간을 보낸 세상 사람들에게 묻는다.
기선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HIV/AIDS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 축하하고 받는가
2년간 사라진 덱스가 커뮤니티에 복귀했다. 복귀 전에 들른 곳은 미용실. 외모를 가다듬으면서 팔려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짐작할 수 있다. 너무 오랜만에 돌아온 그에게 트랜스 친구는 트랜지션을 하느라 그런 건지 장난스럽게 물었다. 만약 트랜지션을 했다면 게이에게는 더 이상 안 팔릴 가능성이 높다.(물론 그 친구의 질문에는 다른 의미가 담겨있을 수 있지만 오늘은 이쪽으로 드라이브를 걸어보겠다) 오답이었다. 덱스에게는 안 팔리는 또 다른 사연이 있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질병과 PL(People Living with HIV/AIDS)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의 근원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내부로부터 발생한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PL에 대한 MSM(Men who have sex with men) 공동체 내부의 편견에 도전할 필요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2019년부터 현재까지 ‘오픈테이블’을 기획하고 진행해 왔다. 처음에는 회원을 초대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HIV/AIDS에 대한 공포와 낙인을 대면하는 기회를 가졌고, 2020년부터는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으로 확대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 모임을 함께 기획하고 진행자로 참여했던 나미푸는 2021년 사업보고 간담회 자료집에서 아래와 같이 느낀 점을 전했다.
인권의 틀 안에서 얘기되는 보편적인 HIV/AIDS에 대한 얘기들, ‘약 먹으면 괜찮다, 예방하면 된다, 개독의 공격이 문제다,’ 등 내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얘기들의 반복은 참여자들에게 어떤 면죄부처럼 작용한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 정도 생각하니까 괜찮아…’ ‘나 정도면 인권의식 있어.’ 하지만, ‘내가 PL이 된다면, 나와 섹스를 한 사람이 PL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PL은 항상 감염 사실을 알리고 섹스를 해야 하나,’ 등의 질문에서는 미세하지만 날카로운 떨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삶 안에 PL이 직접적으로 들어오게 되는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때부터 거리두기는 시작됐습니다. (중략)
내 혀가 그의 몸에 닿을 때, 내 정액이 그의 살을 스칠 때, 그의 가장 본능적인 순간에, 나는 배제당합니다. PL과 섹스할 수 있을까? PL과 열정적인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응답해야 할 때, 난 배제당합니다. – 나미푸, “오픈테이블 <HIV를 둘러싼 다양한 ‘‘【 】’를 이야기하는 모임> 사업보고 간담회 자료집, 2021년 2월 26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아이샵.
덱스는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고, 2년이 지난 후 드디어 미검출이라는 결과를 받아든다. HIV 미검출인 HIV 감염인은 비감염인과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관계를 하더라도 전파확률이 0%이다. 이러한 상태를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라고 한다. 덱스는 “난 변하고 싶어. 새로운 인생, 새로운 시작을 원해”라고 말했다. 덱스에게 무엇을 축하할까? 덱스 자신은 미검출을 축하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 미검출은 건강할 권리와 연결되면서도 환자로서 도달해야 할 과업이기도 하다. 덱스는 새로운 인생과 새로운 시작을 원한다. 자신이 원하는 관계가 시작되었을 때, 여전히 섹시하게 받아들여질 때, 섹파로든 애인으로든 팔렸을 때 축하할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것을 시험하러 커뮤니티에 돌아왔다. 그런 점에서 제목은 조금 열받는 포인트다.
타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감독
마크 펠릭스 에브레오 Mark Felix Ebreo
마크 펠릭스 에브레오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퀴어 서사를 펼치고자 한다. <이것은 커밍아웃 스토리가 아니다 This Is Not A Coming Out Story>(2022)에 이어 <축하해, 덱스!>는 두 번째 연출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