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해, 정종민 | 2024 | 다큐멘터리 | 40분 | 한국어 일본어 한국어자막해설 |
오키나와를 포함한 류큐제도의 섬들에 군사 요새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가는 섬 주민들을 밀어내지만, 이들은 전쟁의 위협과 공동체의 파괴에 맞서 전쟁 반대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삶이 이어지듯, 오늘도 그들은 전쟁기지 앞으로, 무기 반입의 현장으로 향한다.
| 전쟁속의일상, 일상속의전쟁 |
나란한 섬
Side by side
감독 : 김설해, 정종민
제작연도 : 2024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일본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40분
상영일시 : 2024.11.30. (토) 오후 3:0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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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김설해 감독
오이 평화바람 활동가
신석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동중국해와 태평양의 경계, 일본과 대만을 잇는 길게 늘어선 섬들 곳곳에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수십 년째 군사기지를 확장하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바다는 길이 아닌 경계가 되었다. 군대는 경계를 굳히기 위해 습지를 밀어내고 목초지를 아스팔트로 덮으면서 오랜 세월 삶을 일군 주민들까지 밀어내고 있다. 하지만 섬 주민들은 전쟁을 준비하는 군대에 맞서 매일 부서지는 것들을 기록하고, 덤프트럭과 무기가 들어오는 길목을 함께 막아선다. 무표정의 군인과 경찰들이 주민들을 쉬이 옮겨버리지만 주민들은 전쟁을 반대하는 삶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바다를 길로 열어 다른 섬과 다른 삶을 연결하는 평화의 연대를 이어간다. 영화는 섬을 섬으로 남겨두지 않고 전쟁이 아닌 함께 사는 삶을 찾아가는 섬 주민들의 평화활동을 바다 너머 관객에게 전한다. 그리고 당신의 자리에 당신의 평화활동이 자리하길 제안하며 나란한 삶의 연대를 희망하고 있다.
신석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2023년 2월 군산미디어연대프로젝트 ‘난리법석’은 오키나와를 방문했다.
독립된 국가 류큐왕국이었던 오키나와는 한국보다 앞선 1872년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의 일본 패전 후 미군정을 거치고 1972년 일본에 반환됐다. 이후 일본과 미국은 주일미군기지의 대부분을 중국과 가까운 오키나와에 집중시켰고, 현재 주일미군의 80%가 오키나와에 주둔해 있다. 그리고 오키나와 토지의 20%는 미군기지가 차지하고 있다.
<나란한 섬>에서 이야기하듯 2005년 이후 미국과 한국정부가 평택-군산-성주-제주를 잇는 서해안 전쟁벨트를 만드는 동안 오키나와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중국과 대만의 긴장, 북한의 무기 실험을 들먹이며 공포를 지렛대 삼아 일본정부와 주일미군은 규슈 남쪽 무인도였던 마게섬부터 아미미오섬-오키나와섬-미야코섬-이시가키섬-요나구니섬을 잇는 전쟁벨트를 만들고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국 서해안의 전쟁벨트가 오키나와의 요나구니까지 선명하게 이어진다.
오키나와는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있었던 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을 경험하며 “누치두 다카라(생명이야 말로 소중한 보물)”이라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는 오키나와 주민들은 전쟁을 위한 자위대 기지 건설, 미군기지 건설을 막기 위한 저항하고 있다. 헤노코 신기지 건설을 막기 위해 캠프 슈와브 정문 앞에서 벌이는 연좌시위는 3,000일이 훌쩍 넘었다. 헤노코 앞 바다에 쏟아붓는 매립토 반출 지역에서는 흙을 실은 트럭이 지나는 길을 천천히 가로지르는 소걸음 시위(10명의 소걸음 시위는 1,000대의 트럭을 500대로 줄일 수 있고, 이로서 공사를 지연시킨다)를 벌인다. 해상과 육상에서 공사 모니터링을 한다. 띄엄띄엄 요나구니까지 연결된 섬들의 주민들도 마찬가지로 지루하고도 절실한 싸움을 한다. 쉽게 거대한 산을 무너뜨리는 권력, 군대, 돈 앞에서 소의 걸음처럼 느리고, 우직한 저항은 이 미친 무장을 막고,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한국 정부는 군산 미군기지 옆 새만금의 수라갯벌을 파헤치고 신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군산미군기지 확장이 될 게 뻔한 신공항 건설을 막기 위해 수라갯벌을 드나들었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만났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저어새며 고라니며 멧돼지들이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퉁퉁마디, 갈대, 나문재, 억새, 갯쑥부쟁이가 철 따라 피어났다. <나란한 섬>의 오키나와 주민들은 수라갯벌의 저어새를 닮았다. ‘살아있는 동안’ 주어진 몫을 다해 살아가는 수라갯벌의 흰발농게 같다.
탄약고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며 강제이주가 결정된 군산의 하제마을에서는 2018년 많은 주민들이 그곳을 떠났다. 당시 중장비가 마을에 상주하며 주인이 떠난 집을 허물었다. 하제마을에서는 매일매일 집들이 무너져나가는데 확장된 미군기지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건물이 솟았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평화를 무너뜨리고 전쟁을 위해 기지를 세우는 이상한 풍경 사이에 서는 것이 평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와 전쟁 사이에 서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보내는 우헤하라씨의 타전에 ‘우리도 같이 여기서 싸우고 있다’는 답이 응원이 되면 좋겠다.
오이 평화바람 활동가
2003년 결성된 평화바람은 평화가 깨지는 현장에서 투쟁하는 곳입니다. 현재 군산평화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군산 미군기지 및 새만금 신공항 문제를 알리고 600살이 된 하제마을 팽나무와 수라갯벌을 지켜가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감독
김설해 Kim Seol-hae
청주에 있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을 하며 농사도 짓고 다양한 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감독
정종민 Jeong Jong-min
다큐멘터리가, 교육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고 믿었고 곁에 있으면 힘이 되는 동료들을 만나 함께 교육도 하고, 기록도 하고, 농사도 짓고, 투쟁도 하고, 연대도 하며 활동했다.
김설해, 정종민 감독이 공동연출한 <사수>(2018)는 인천인권영화제 개막작이었으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상영하였고,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평등길 1110>(2021)은 인천인권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