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르는 : 삶과 곁, 공존을 향해 |
착지연습
Not a Joke
감독 : 마민지
제작연도 : 2025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107분
상영일시 : 2025.12.6.(토) 오후 7: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기획의도
영화 <착지연습>이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함께 시간을 통과해온 과정을 기록한 작품이다. 미투 운동의 거센 파도 이후, 잊힌 듯 보이는 ‘그 이후의 시간’을 다시 되새기고자 만들어졌다. 피해 생존자들이 회복을 위해 걸어가는 길은 매일의 일상을 버티며 다시 현재에 발을 ‘디디는’, ‘착지’의 과정이다. 어떠한 서사 대신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손을 뻗고,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작고 느리지만 분명한 움직임들이 영화의 중심에 있다. 함께 실패하고, 갈등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이다.
이 영화를 통해 모두가 그들의 착지를 함께 지지하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특히 회복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 생존자·연대인이 만든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에게 지면을 마련해주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항상 안정적이지 않고 때로는 갈등과 균열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나누고자 한다.
대화의 시간 기록
마민지 감독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수진 한국농인 LGBT+(수어통역)
채아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문자통역)
희우
안녕하세요?
‘착지연습’ 영화를 마치고 저희가 지금 대화의 시간을 시작하려고 하는데요. 제가 박수 속에서 등장을 시켜드리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앞에 앉아서 착석하셨습니다. (웃음) 그래서 저희도 먼저 앉아서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착지연습’ TA 진행을 맡은 저는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희우이고요.
지금 AUD 사회적 협동조합 채아 님이 문자통역을 그리고 한국농인LGBT+의 수진 님이 같이 수어통역을 해주고 계십니다.
저희가 모신 이야기 손님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 소장님과 이 영화를 만드신 마민지 감독님이십니다. 제가 긴장이 되어서 자꾸 말이 꼬이는데요, 두 분의 소개를 들으면서 마음을 조금 가라앉혀 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 소개 부탁드릴게요.
마민지
안녕하세요? 저는 이 영화 착지연습을 연습한 마민지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오매
저는 인천인권영화제 ‘착지연습’ 인권 해설을 썼고요. 오늘 오게 되어서 너무 영광입니다. 오매라고 합니다.
희우
이 영화는 미투 운동의 거센 목소리가 잠잠해진 이후에도, 그 이후의 시간을 살아내야 했던 생존자들의 그리고 연대인의 5년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내는 과정이 언제나 안정적이지는 않았고 조금 부침이 있고 서로에게 서로를 밀어내는 시간들도 있었고,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도 트라우마 이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서로에게 발 딛어 보려는 그라운딩의 그런 과정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조금 해보게 되었는데요. 되게 자주 나왔던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옆에서 서로 몸을 부딪혀보는 그 공간이 저는 참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저는 첫 번째 질문을 공간으로 생각을 하고 준비했습니다.
아, 관객분들께서도 이 영화에 대한 질문이나 소감을 남겨주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 나눠드린 티켓을 보시면 QR코드를 통해서 카카오톡 대화방에 들어오실 수 있어요. 여기서 소감을 남겨주시면 저희가 전달도 하고요.
이후에 관객석으로 마이크를 보내는 시간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혹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달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카톡은 지나고 나면 대화가 안 보이기 때문에 지금 바로 들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그러면 제가 먼저 질문을 하는 동안 남겨주시기를 바라고요.
공간이 참여자분들도 이야기를 하지만 자기가 몸을 활짝 펼 수 있는 공간이 약간 의미가 있었다고 이야기하시잖아요. 그래서 그 회복의 과정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과 오매 님의 입장에서 볼 때 그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두 분이 같이 답변을 해주시겠어요?
마민지
처음에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영화에 나오는 늘보 이야기를 사실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늘보 님이랑 처음에 무용계 성폭력 사건의 방청연대에서 처음에 만나게 됐는데 그때 피해 생존자들의 미투 운동 이후의 회복을 우리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만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었어요.
이 공간은 영화 안에서도 소개가 나오지만 실제로 피해 생존자였던 늘보 님의 언니가 그 집에 살고 계시다가 사고로 인해서 돌아가셨고 그 공간에서 여러 가지 운동을 하기 위해서 새로 지어진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이 공간을 되게 생존자들을 위해서 열어주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처음에 이 공간을 설정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을 되게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생존자들이 처음에 왔을 때 본인들이 이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도 각자 필요하고 속도도 필요하고 그다음에 신뢰할 수 있는 어떤 시간들이 조금 필요했기 때문에 그런 시간들에 대해서도 조금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고요.
중간에 저희가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다 쓰고 있잖아요. 그래서 락다운이 돼서 이 공간에 몇 달 동안 못 갔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저도 사실은 생존자 중의 한 명으로서 이 영화를 기획을 했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저 공간에 가서 내가 되게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 갔더니 갑자기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아, 여기가 내가 정말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어서 여기를 만들려고 했고 다른 분들을 만나고 싶어 했구나.’ 이런 걸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오매
저도 여기 영화에 계속 나오는 공간이 댄서스라운지라는, 맞죠? 이름이 붙어 있는 곳인데 위치가 비밀 아니죠?
마민지
네.
오매
위치가 서울의 홍대 상상마당이라고 아시는지 엄청 핫한 플레이스에 딱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자본주의의 ‘K’를 보러 온갖 외국인들이 다 놀러 와서 사람이 너무 많은 동네 한복판에 건물이 있고, 그게 성폭력 피해에 대한 어떤 앞으로의 숙제를 하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지어진 건물이었고요. 그것이 또 미투 운동 시기에 이렇게 당사자이자 조력자 같은 사람들이 다 모여서 그 공간을 만든거고요. 그래서 그 동네에 가서 그 공간을 보면 너무 신기하고 정말 이런 곳이 있어서 너무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영화까지 나와서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느냐가 이 공간은 조금 핵심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희우
저는 그 공간이 어디인지 모르고 있었는데. (웃음) 깜짝 놀랐어요. 저는 되게 약간 고즈넉한 골목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상상했는데 조금 되게 신기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간뿐만 아니고 그 안에 모이는 사람들이 그 공간의 무게나 감정을 바꾸는 것은 저도 많이 경험해 봐서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감독님께 영화에 관련된 질문을 더 드리려고 하는데요. 감독님이 영화에 대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약간 수행적 실천이었다고 이야기하실 정도로 이 공동체의 일원이자 생존자로 오랜 시간 함께하시면서 고민이 조금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함께하면서도 그걸 촬영하는 렌즈 뒤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은 또 다를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또 5년이라는 시간, 긴 시간 동안 하시면서 처음의 위치랑 또 나중에 위치가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참여하면서 동시에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고민이 있으셨는지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마민지
제가 이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이게 사실은 수행적인 어떤 과정이었다고 사후적으로 이야기를 했었다기보다는 처음에 한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왜 이렇게 많이 우울하고 왜 이렇게 많이 죽을까라는 질문으로 처음에 시작을 했었던 영화였어요. 그런 설정을, 그런 세팅을 하고 영화 기획을 시작했을 때 기존에 있었던 단체에 가서 혹은 기존에 이미 활동하고 계시던 분들을 제가 가서 촬영하는 방식보다는 어떻게 하면 제가 예술을 가지고 조금 더 수행적인 방식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것으로 어떻게 수행적인 세팅을 할 수 있을까. 이거를 처음에 고민을 조금 많이 하면서 시작을 했었고요.
그래서 리서치를 조금 하는 과정에서 생존자분들이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생계 활동이 불가능한 것, 그게 가장 어렵다는 거를 말씀을 많이 듣게 됐었고요. 그래서 처음에 준비했던 게 영화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과 그다음에 이 활동을 하는 활동비를 따로 구분을 하자, 회계를. 그리고 여기에 참여하시는 참여자 착지술 멤버분들 그리고 같이 참여하면서 자문을 해주시는 분들한테는 생계비를 같이 마련을 하면서 활동을 하실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저희는 많은 활동들을 하지만 돈을 받으면서 잘 활동을 못 하잖아요. (웃음)
그래서 그런 것들에 이미 다 지쳐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거는 어쨌든 경제적 지원들을 하면서 사회생활과 문화 생활과 본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예술 매체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세팅을 하는 것, 이거를 모두가 다 공감을 하면서 시작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거를 계속 지켜나가는 게 사실은 되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기획자이기도 하고 감독이기도 하고 중간에 자청 님도 나오지만 저희가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회계 정산이 너무 어려워서. (웃음) 감독인데 계속 영수증을 같이 붙이고 마지막에 연말 되면 정산해야 하고 이런 과정들이 쉽지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이거를 한 5년 정도를 그렇게 매년 하다가 여기 나오시는 라무 님한테 자리를 넘겼거든요. 그래서 다른 분들이 기획자로 조금 더 활동을 계속 주도적으로 하실 수 있게 이런 교체의 과정들이 있었고요. 그리고 감독으로서는 모니터를 같이 보면서 촬영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연출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희우
같이 활동을 하고 있는 걸 찍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면 카메라를 혼자 두고 찍으신 건가요, 감독님이?
마민지
촬영 감독님이 항상 계셨어요. 그래서 저는 자아가 계속 분리되어 있는 거죠. 활동하면서 의견 계속 내면서 여기에 앵글이 있으니까 이걸 찍어야 하는데 안 찍고 있으면 문자로 ‘지금 뭘 찍고 있는 거죠?’ 보내면서 앵글을 바꿔달라고 한다든지 그런 식의 소통 과정이 있었던 것 같고요.
실제로 저도 영화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사진이나 영상으로 할 수 있는 예술 매개 프로그램들을 같이 만들어서 활동을 또 하기도 했습니다.
희우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렇게 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하시지만 정말 어려웠던 일이었을 것 같아요. 회계도 하시고 촬영도 신경 쓰셔야 하고 그 안에서 프로그램도 진행하셔야 하고. 그 기간 동안 이거 하셔서 영화를 완성시켜 주셔서 조금 감사하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 카톡방에서도 어떤 분이 딱 영화 끝나자마자 박수를 치는 이모티콘을 보내주시고. (웃음) 멋쟁이 토마토라는 분께서 ‘영화 잘 봤습니다. 탁의 오랜 친구입니다. 영화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상을 남겨주셨습니다.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너무 좋은 것 같고요.
이번에는 오매 활동가님께 질문을 보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만의 경험이 떠오르지 않았던 분들은 잘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이런 공간이나 어떤 침해의 기억이나 그걸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들이 어디의 당사자였던 경험들이 아마 꽤 있으실 거로 지금 생각이 드는데요. 저도 영화제나 이런 데에서 사건을 해결해 오면서 같이 있던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느끼거나 그런 순간들이 있었어요. 정말 도망치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요.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으려면 어떤 방식의 지지가 필요할까요?
현장에서 상담이나 이런 걸 많이 하시는 분이다 보니까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었던 건데요, 그렇게 공동으로 문제를 두고 해결하다 보면 모두가 당사자가 되는 그런 재현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현장에서 이런 경험을 재현하는 과정을 다루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이나 프로그램이 있는지 그런 것도 한번 들려주세요. 벌써 표정이 이렇게 되시는데… (웃음)
오매
질문이 너무 크고 어려운 질문이지만, 저는 이 ‘착지연습’이 되게 소중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게 치유를 위한 모임이잖아요. 치유를 위한 치유를 기획하고 치유를 실행해 보고 그거를 자기에게도 적용하고 또 만나는 참여자들에게도 또 하고 또 전시도 열어서 누가 올지 모르지만 또 이거를 내보이고 그런 모임이라는 점이 이 영화의 되게 특별하게 소중한 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아까도 감독님께 준비하다가 잠깐 들었지만 각자 미투 운동 때 각자 자기 영역에서의 예술계, 연극계라든지 되게 다양한 분야에 사건이 있잖아요. 사건이 있고 또 가해자도 있고 피해자가 말하긴 했지만 또 2차 가해도 굉장히 많고 이걸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여기에서 다 해결이 되는 그런 사안도 있지만 또 거의 피신해 와야 하는 그런 사안도 있을 것이고요.
여기 또 다른 공간에서 이 사람들이 모여서 조금 뭐랄까 메타적인 공간이 됐다고 해야 하나요? 이 피해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상실했고 뭘 같이 마주하려고 하는지, 나는 뭘 마주하기 힘든지 이런 걸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게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그게 우리에게 뭘 줄 수 있느냐는 걸 말해주는 이 두 번째 선에 있는 이 공간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아까 희우 님이 질문도 하셨지만, 우리가 이 사안에 대해서 진짜 어떻게 해결해야 하고 공동체적으로 해결하는 것도 있고 법적으로 처벌하게 되는 것도 있고 이런 과정은 굉장히 아프고 힘들고 너무나 괴롭고 또 도망가게 되고 또 이거를 끝까지 해내는 사람도 있고 엄청 오래 걸리기도 하고 그런데 이거에 대해서 또 메타적으로 이야기하는 공간이 되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웃음)
그래서 저는 한국성폭력상담소라는 단체에서 일하는데 직접적으로 자기 학교라든가 정당이라든지 노동조합이라든지 사회운동단체, 영화제도 포함해서 이런 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해 보려고 하다가 굉장히 소진되고 너무 지쳐서 한번 이 공간을 완전 떠났다가 친구들도 다 안 만나고 완전히 힘든 상태를 보냈다가 다시 돌아와서 ‘과연 우리는 잘 해결할 수 없는 걸까? 좋은 해결이란 없는 걸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오랫동안 반성폭력 활동을 해온 것은 무슨 체계가 있느냐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오시는 분도 굉장히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여러 선이 필요하다. 가장 직접적인 선, 그 다음에 또 그것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선, 그리고 또 깔깔 좀 웃으면서 다르게 풀어갈 수 있는 선, 또 예술가들이었다 보니까 재미 레이어들을 만들어 내는 그런 시간이 있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희우
제가 지난번에도 이런 비슷한 대화의 시간을 했을 때 주변인들의 지지와 그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그거랑 조금 맞닿아 있는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카톡방에 조금 깊은 고민이 있으신 분께서,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무조건 격리하고 어느 한쪽을 배제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라 함께 있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는 지금 이제 퇴직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제게 주변인들을 이용해서 압력을 가하는 상황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2차 가해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나왔는데 어느 한쪽의 배제 없이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제게는 이게 가해자들에게 굴복하라는 말처럼 들려서요.’ 이렇게 고민을 남겨주셨네요.
저희도 그런데 비슷한 경험을 해보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동시 복귀라는 목표로 계속 노력을 해왔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확실히 실현은, 지금 다른 사정으로 인해서 실현은 되지 못했는데요. 이게 피해자와 가해자의 어떤 위계 상황을 들여다보는 그런 고민이나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많은 조력자들의 도움이 조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 피해자 한 명에게만 ‘동시 복귀해야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사실 그분에게 위계를 강요하는 거로 들려서 조금 더 주변에 있는 분들로 구성된 어떤 기구를 구성한다든지 그런 도움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분이 느끼는 무력감 같은 것도 많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아서 조금 도움을 한번 나중에 청해보시는 게 어떨까, 이런 생각이 좀 듭니다.
오매
저도 한마디 하면 회복적 정의라는 용어가 있잖아요. 회복적 정의를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연구도 많이 하고 그걸 실천하기도 하고 회복적 정의의 일종에 회복적 사법도 있고요. 그런데 그 회복이 공동체도 회복하고 관계도 회복한다는 것인데 이게 잘못 쓰이면 피해자에게 ‘다 수용해라. 다 용서해라.’라고 강요하는 그게 회복이라고 압력이 행사되는 이런 경우들도 있단 말이죠. 그래서 이것은 진짜 회복적 정의는 아니라는 비판도 되게 많아요.
지금은 작년에 나온 어떤 외국의 반성폭력 그룹 팸플릿에는 회복적 응징이라고 해서. (웃음) 상대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정말 반성을 잘 안 하기 때문에, 초법적인 어떤 행위를 해서 응징을 함으로써 회복을 도모하자. 이런 것도 필요하다는, 사적 제재와는 조금 다른 겁니다. 같은 건가요? (웃음) 하여튼 어쨌든 그런 이야기도 있는데요.
최근에 일다에서 삼태마을 공동체라는 지역에 성폭력이 있었던 것을 마을이 어떻게 해결했는지 혹시 그 기사 읽어보신 분 계신지 모르겠어요. 그게 연재되고 있는데 거기 보면 피해자가 적어도 수용하려면 엄청 가해자와의 지위가 역전되는 정도의 공동체에서의 대안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가 장애가 있는 장애 마을 주민이었는데 그분을 부녀회장으로 앉히고 그리고 가해자가 한 이야기를 명예훼손을 무릅쓰고도 공동체에서 다 공유하고 오픈해서 다 공유하고 이 사람이 2차 가해하는 거 다 교육이나 이런 거로 마을에서 제재하고. 이 정도의 힘의 역전 상황 정도는 만들어야 그 다음에 공존이나 이런 걸 해나가는 그런 사례도 있어서 그것도 같이 한번 읽어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민지
저도 다들 말씀해 주시고 나니까 여러 가지 기억들이 있는데요. 저도 그런 2차 피해들을 경험했었던 적이 있어서 저는 공동체 안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었고 그때 모두가 당연히 다른 데에서도 늘 벌어지듯이 가해자의 생계와 어떤 생활과 정신, 멘탈리티를 걱정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자서 명예훼손 그런 일들을 겪고 앞에서 욕을 먹는다거나 그런 되게 전형적인 어떤 과정들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방금 말씀해 주신 걸 들으니까 확실히 피해자가 이만큼의 권력을 가지고 있고 이거를 전부 다 전복시킬 수 있을 만큼의 뭔가가 있어야 그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동등하게 출발선부터 그런 용서 내지는 같이 공동체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들을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너무 이 사람이 혼자 감내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저도 당시를 생각하면 너무 끔찍해서 조금 지우고 싶었는지 잠시 생각이 안 났거든요. (웃음) 그래서 너무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희우
결국 정신 차려 보면 피해자만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고.
그래서 더 이 피해자분들이 모여서 만드는 공간이 조금 특별하게 보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면 감독님께 질문을 더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영화 속 공간이 때로는 갈등도 있고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결국 그 공간이 유지되고 다시 모이는 힘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될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분의 질문 하나는 영화를 이분이 보시면서 5년 동안 쉽지 않고 여러 고민이 많으셨다고 느끼셨대요. 그래서 그 과정 중에서도 감독님이 편집을 시작하고 완성할 수 있을 거라고 의심 또는 확신이 드셨던 순간이 있었는지.
그리고 편집을 하시면서 기획 초기랑 가장 많이 바뀐 점이 있다면?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마민지
활동의 동력 자체는 동시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너무나 많은 성폭력들이 있고 그 양상이 변해가기 때문에, 그 고민을 내부에서 같이 갱신하면서 계속 따라가려고 하고 그 안에서 이 시기에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를 계속 같이 기획해 나갔던 것이 가장 큰 동력이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처음에는 사실 제가 생각했었던 거는 피해 생존자의 회복 과정, 일상 회복이 얼마나 힘들고 여러 에너지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요. 그런데 그게 사실은 일종의 동화처럼 그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어떤 전형적으로 ‘이렇게 노력을 하고 공동체가 함께하면 우리 모두 회복할 수 있어요.’ 약간 이런 동화적인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고요.
그리고 편집 감독님이랑도 제가 1차 편집본을 가지고 갔을 때는 그런 느낌이 조금 더 강했거든요. 한두 명의 인물이 이 내용을 끌고 간다든지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공동체가 치열하게 논의하고 고민하고 그 안에서 서로 깨지고 부딪히고 싸우고 누군가는 떨어져 나갈 수도 있고, 하지만 다시 또 할 수도 있다는 여러 가지 레이어들을 같이 보여주지 않으면, 그러면 너무 논의가 납작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고민의 과정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레이어들을 계속 쌓아나가려고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희우
답변이 되셨을까요? 저도 조금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었는데 마침 딱 질문해 주셔서 이에 대한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제가 준비한 질문은 슬슬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요.
혹시 여기서 직접 질문이나 소감을 나눠주시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신호를 주시면 저희가 마이크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계실까요?
아, 아까 질문 드린 것 중에 의심 또는 확신이 드셨던 순간에 대한 답변을 못 들었네요.
마민지
영화를 만들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상태로 계속 촬영을… (웃음) 그러니까 왜냐하면 회복이라는 것이 어떤 딱 단서적 순간을 ‘자, 이제 완성됐습니다.’ 이렇게 되는 게 아니다 보니 어느 시점까지 이것을 찍는 것이 맞을까라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촬영을 종료하고 나서도 어쨌든 이 공동체는 계속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4~5년의 과정을 마무리하는, 정리하는 것을 잘 해낼 수 있을까? 1년 동안 기다리고 있는 다른 멤버들에게 이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 내지는 책임감 내지는 여러 가지 그런 복잡한 심정으로 이것을 우리 멤버들에게 일단 일차적으로 만족스럽게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조금 컸던 것 같습니다.
(웃음)
희우
그래서 여기 오늘 그 멤버분들이 오셨던 것 같은데 잠깐 인사를 나누셨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웃음)
한번 일어나서 인사를 좀 나누실 수 있을까요?
마민지
지금 탁 님이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셨는데요, 한 분 더…(일어나서 인사)
희우
출연자분들이 오셔서 영화를 함께 보셨습니다. (웃음) 아까 질문 남겨주셨던 분들께서 답변 너무 감사하다고 또 남겨주셨고요.
그리고 이제 제가 공통 질문을 하나 드리고 마무리하려고 하는데요. 영화가 끝난 지금 이 5년의 기록을 다시 돌아본다면 두 분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지점이나 감각이나 이런 게 어떤 게 있으실까요? 5년 전의 나 그리고 또 있으실 텐데 또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던 점이 있다면 그것도 조금 같이 들려주시겠어요?
마민지
감독 개인으로 느끼는 것과 여기에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는 게 조금 다른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디지털 성문제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계속 스터디를 하면서 어떻게 해야 피해 생존자들을 다른 방식으로 또 만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성폭력을 경험하는 어떤 신체적 감각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스터디를 하고 이후에 그것이 숙제라고 생각하면서 현안들을 계속 확인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고요.
감독 개인으로서는 사실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게 너무 힘들거든요. 감독에게 두 번째 장편을 만드는 게 너무 힘든 일이라서 스스로 가장 의심했던 것이 ‘나는 두 번째 영화 완성 못 하면 어떡하지?’ 이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2017년에 첫 번째 장편을 완성하고 지금 두 번째 장편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거를 사실 저는 완성했다는 것에 스스로 너무 뿌듯함이 있는 것 같아요. (웃음) ‘나도 이제 세 번째 영화를 또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연출적으로 그런 소회가 있습니다.
오매
미투 운동 이후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영화도 조금 그런 시점에서 나왔고 그 이야기들을 다 담고 있고 그 책임감을 자임하고 있는 그런 영화이기도 한데요, 미투 운동 이후에 시간이 한 7년 정도가 이렇게 흘렀는데 지금 되게 페미니즘이나 성평등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행동들이 많이 사회적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굉장히 많이 일상에서부터 되게 탄압받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스텔스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기에서는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완전히 자기 정체를 숨기는, 자기에 대해서 이렇게 띄엄띄엄만 드러낼 수 있는 그런 걸 표현하는 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사회 전반에 대해서는 아직 굉장히 백래시도 되게 심하다고 느끼고 되게 많이 지치기도 하고 좌절도 되는 때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럴 때는 상여자의 착지술 프로그램을 합시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웃음)
저는 뒤에 나오는 눈 감고 자기 몸을 내맡기면 주변을 둘러싼 사람이 받아주는 건가요, 밀어주는 건가요?
마민지
받으면서 밀어주는.
오매
저는 너무 그 가운데에 들어가서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사회가 크게는 되게 힘들다고 느낄 때는 되게 작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이미 하고 있는 되게 작은 일들에서 재미와 배움을 극대화해서 많이 느끼고, 그러니까 나 자신을 챙기는 거죠. 우리를 챙기는 거고. 그래서 그런 시간이 너무 필요하고 그런 것만으로도 너무 충분한 것 같아요. 여기에서 나오는 상여자 착지술 프로그램들이 전국으로 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필요하신 모임이 있으면 연락해도 되나요?
마민지
네, 얼마 전에 저희가 창원에서 프로그램을 마쳤고 언제든지 환영하고 있습니다.
오매
그런 2026년을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희우
사실 관련된 책도 있잖아요. 여자를 일으키는 여자들이라는 책이 있고 제가 그거를 잘 읽어본 다음에 오늘 소개해 드려야지 했는데 놓고 왔어요. (웃음) 죄송합니다. 한번 보시면 초록색 표지에 예쁜 책이 있는데 그걸 보시면서 지지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하고 바라고요.
저는 여자를 일으키는 여자들이라는 책 제목이 너무 좋았어요. 왜냐하면, 이 뒤를 받쳐주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 여자들이 내 뒤를 받쳐주는 감각, 그런 감각을 여기 계신 분들과도 같이 나누고 싶다.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두 분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향후 계획을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오매
제 향후 계획을 물어봐 주셔서 조금 놀랍습니다. 저는 일단 이번 주가 지나면 일요일에 신문에 써야 하는 마감이 하나 있고 다음 주 월요일에 민변 인권대회 가서 발표를 해야 하고 저는 다음 주 초까지밖에는 미래가 없는 그런 느낌이고요.
제가 이번에 탄핵 집회를 하다가 다리를 다쳤어요. 그래서 무릎을 재건을 하는 수술을 하고 지금은 7개월이 지났는데 이번에 눈이 오면 꼭 산에 가고 싶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마민지
저는 이 영화 만들면서 ‘이제 미투 이야기는 조금 늦은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사실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요즘 사실 온라인에서 다시 미투 운동이 조금씩 다시 시작되고 있기도 하고 기존에 싸우고 계셨던 피해 생존자분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이 영화를 통해서 다른 생존자분들도 만나고 또 연대자분들도 많이 만나고 싶은 게 바람 중 하나이고요.
저희가 상여자의 착지술을 하면서 중요한 모토 중의 하나가 ‘연대를 위한 연대가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연대를 위한 백업을 뒤에서 하자.’ 이런 이야기들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요. 생존자분들뿐만 아니고 연대 활동을 하시는 활동가분들에게도 사실 이런 쉼 내지는 지지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영화는 제 첫 번째 영화에서 저의 가족의 이야기를 찍었는데 세 번째 영화도 다시 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찍고 있어요. 그리고 내용은 조금 더 퀴어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바라본 입양과 어떤 가족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찍고 있습니다.
희우
향후 계획을 여쭤봤는데 마감 이야기를 하셔서 조금 마음이 괴로워졌고요. (웃음) 마민지 감독님의 세 번째 감독 너무 기대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착지연습’ 대화의 시간을 여기서 마치도록 하고요.
여러분을 지지하는 힘은 주변에 있다는 점을 꼭 잊지 말아주시기를 바라면서 영화제에 대한 지지도 조금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가시는 길에 데스크에서 천천히 구경들 하시고요.
오늘 추운데 조심히 귀가하시기를 바랍니다.
참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