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몸을 찾습니다 Is There Anybody Out There?

엘라 글렌다이닝 | 2023 | 다큐멘터리 | 87분 | 영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

자신만의 독특한 몸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엘라의 몸이 세상과 만날 때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된다. 정상성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과 같은 몸과 삶이 궁금한 엘라는 “이런 몸”을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Synopsys

Born with a rare disability, director Ella Glendining goes on a global search for someone with a body that looks like hers. In this deeply personal and disarmingly honest documentary, she experiences a number of surprises, discovers the experience of being pregnant, and demonstrates an infectious joy for her body and life as it is. Is There Anybody Out There? challenges lazy ableist assumptions, and reminds the viewer to question the way we see others, tugging at our biases and exploring Ella’s journey as she asks: “what it takes to love yourself fiercely as a disabled person in a non-disabled world?”

| 당신이라는 세계 |

이런 몸을 찾습니다
Is There Anybody Out There?

감독 : 엘라 글렌다이닝
제작연도 : 2023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영어 한국수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87분

상영일시 : 2024.12.1. (일) 오후 1:2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대화의 시간
이진희·진은선 장애여성공감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엘라는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가지만, 일상에서 반복해서 겪게 되는 시선과 편견들로 외롭고 혼자 동떨어진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서 내 모습을 보고 싶어 자신과 같은 몸을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비슷한 몸을 가진 사람들과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공감하지만 모두 비슷한 몸을 가졌을 뿐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몸소 겪은 사회는 각자의 고유한 몸으로 살아가기 위한 것들을 상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비슷해 보이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비장애 중심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다름을 이해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상한 몸’들의 경험이 계속해서 만나고 그 속에서 권리를 찾고 재구성하며 모든 몸이 각자 고유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모든 몸’의 몫이다. 엘라의 여정은 ‘이런 몸을 찾습니다’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세상에 ‘나와 같은 몸’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우리에겐 이상한 몸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와 같은 몸을 가진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영화를 만들고 출연한 장애여성 엘라가 자신과 같은 몸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영화에서 엘라는 자신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몸을 찾아  서고 이를 기록한다. 정상성을 강요당하며 이상한 몸과 정체성을 최대한 숨겨야  는 사회에선 나와 같은 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궤적과 연결되기 어렵다. 홀로 남겨진 고립의 순간, 서로의 경험을 공명하며 함께 싸워줄 얼굴들을 찾게 된다. 나의 몸과 얼굴로, 나답게 살기 위해, 비슷한 처지의 동료의 삶은 더욱 간절해진다. 1999년 장애여성공감 잡지 창간호 <공감>의 첫 글은 ‘우리들의 몸 이야기’였다. 나와 동료의 몸을 마주하며 연결감과 어긋남을 동시에 느끼고 몸으로 살아가는 역사를 기록해 갔다.

한국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몸은 배제와 차별의 고리 속에서 서로 연결되지 못한 몸으로 살아왔다. 국가는 거주시설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인 몸, 표준적인 삶에 들어갈 수 있는 대상을 구분 지어왔다. 가장 대표적인 장애등급제는 의학적인 기준에 따라 장애인의 몸을 1~6등급으로 나누어 복지서비스의 수혜자를 선별하던 차별적인 제도다. 2019년 등급제가 폐지됐다고 하지만 장애 정도를 경중으로 개편하는 수준에 그쳤다. 권리화되지 못한 제도는 여전히 의학적 기준으로 장애인의 몸을 구분하고 시혜의 대상으로 묶어둔다. 2020년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최중증 장애인의 권익옹호, 문화예술, 인권교육 등의 노동을 국가가 인정하도록 요구한 투쟁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24년 1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506명을 해고하였다. 또한 올해 7월 탈시설조례를 폐지하며 그 대안으로 자립생활지원조례를 본회의에서 통과했다. 해당 조례는 탈시설 단어를 삭제함은 물론 탈시설 기본계획 수립과 재원 확보, 자립생활주택 운영과 소득 보장을 위한 공공일자리 제공 내용을 모두 없애 탈시설과 자립의 의미를 훼손시키고 있다. 2021년 지원주택 응모자격은 시설폐지 결정 혹은 거주인원 20% 감소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2023년에는 해당 내용이 필수에서 우대로, 2024년에는 전면 삭제되며 정책은 후퇴되었다. 제도와 정책은 장애를 가진-이상한 몸으로 사회 속에서 노동하고 관계 맺으며 살아온, 살아갈 삶의 공간들을 황폐화시키며 서로 잘 의존할 수 있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상실케 하고 있다.

영화에서 다리에는 뼈만 있는 것이 아니고, 동맥과 신경이 지나간다는 장면이 있다. 다리는 걷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일러주는 것 같다. 동시에 걷기라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근육과 혈관 그리고 신경이 협심해서 함께 움직이고 서로에게 기대어 가는가를 말하는 대목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의 말처럼 “다르다는 건 힘들”지만 “우리는 다 다르게 걷고” “정상이란 건 통계적 개념”일 뿐이다. 우리는 다르게 걸으며 각자의 속도와 움직임, 몸의 운율 속에서 내 삶에 내 발을 내딛고 함께 살아가려 한다. 그러니 몸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적 차별을 고발하는 동시에 다른 삶의 전략과 관계가 누적된 상호적인 돌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감이 마주하는 성교육, 반성폭력, 성평등, 탈시설, 돌봄 운동 현장도 그러하다. 시설과 집, 학교와 복지관 그리고 노동현장 등 삶을 살아가는 시공간에서 몸과 섹슈얼리티가 시설화되는 경험에 감각하고 연대하며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에서 엘라가 비장애중심의 사회에서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성을 따라가는 것은 아닐지 자신의 욕망을 끊임없이 질문함과 동시에 결정권이 훼손당하지 않기 위해 출산 방식을 꼼꼼히 따지는 장면과 겹치기도 한다. 엘라의 이러한 순간들은 장애여성공감의 발달 장애여성 활동가 조화영의 “자위 배워서 자위할래”란 발언과 맞닿는다. 나의 욕망이 삭제된 이곳에서 다르다고 취급되는 몸들의 욕망의 실천, 그리고 그것이 불가능한 차별적인 구조를 짚어 나간다. 동시에 이것은 나 홀로 하는 것이 아닌 함께 ‘배워서’, ‘배우고’, ‘알리어’ 나가는 과정임을 언급하고 있다.

모두가 다 걷는다고, 똑같이 걷는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도울 방법 찾기를 게을리하기 쉽다. “스위치를 낮게 달면 해결될 거라는 사회가 끔찍하다”고 엘라는 말한다. 공감의 장애여성 활동가 진은선이 말했던 “완벽하게 세팅된 자리를 원하는 게 아니에요. 나는 관계를 맺고 싶어요”라는 말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갈등이 있지만 관계의 넘나듦이 있는 세계가 평등한 상호돌봄의 관계를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돌봄이 다만 취약한 존재들을 돌보는 일방향적인 과정으로 보호와 통제의 근거가 되지 않을 것이다. 서로를 살피고 만나고 지지하는 것은 사회적 재생산을 둘러싼 기반 속에서 가능해진다. 그러나 올해 4월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조례 폐지안을 통과시키며 5월 폐원을 추진했다. 이에 더해 11월 장애인활동지원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또다시 최중증 발달장애인, 희귀질환자의 가족돌봄이 가능해졌다. 공공 돌봄의 공백은 민간의 활동지원 중개기관이 저임금, 단시간의 불안정한 형태로 선별적으로 메우도록 하고, 돌봄의 책임을 또다시 가족과 시장에게 떠넘기며 돌봄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책을 후퇴시키고 있다.

우리는 서로 잘 의존하고 돌보기 위하여, 이상한 몸들이 비슷하거나 다르게 살아온 방법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나와 당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엘라의 말처럼 “휠체어는 우리의 자유”이기에 이상한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들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은 권리를 찾아내고 재구성하면서, 더 많은 자유를 이야기하는 연대를 계속할 것이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입니다.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장애여성 배우들과 연극을 함께 만듭니다.


감독
엘라 글렌다이닝 Ella Glendining

진정한 장애인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작가이자 감독이다. <이런 몸을 찾습니다>는 엘라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현재는 <바보들의 호기심>이라는 장편 극영화를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