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트랜지션 (A Year in Transition)

그해 트랜지션 영화장면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FTM)하는 이사는 몸의 변화와 함께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남성성/여성성에 대해 고민한다. 이 과정은 알리아에서 이사로의 전환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더불어 여러 트랜스젠더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환의 경험과 감정을 함께 보여준다. *한국퀴어영화제-인천인권영화제 연대상영


[우리가 여기 있다 – 성소수자인권]

그 해, 트랜지션
A Year in Transition

감독 : 론 클락슨
제작연도 : 2017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미국
언어 : 영어/ 한국어자막
상영시간 : 71분

상영일시 : 2018.11.24(토) 11.25(일)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작품해설

이사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트랜지션을 진행 중인 FTM트랜스젠더이다. 다큐는 주인공이 호르몬 주사를 맞는 것을 시작으로, 면도를 하고, 성전환 수술을 받고, 트랜스젠더 활동가가 되는 모습까지 1년 동안의 트랜지션 과정을 함께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이 겪는 몸의 변화로 생기는 감정의 변화와 사회적으로 규정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알리아에서 이사로의 전환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더불어 여러 트랜스젠더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전환의 경험과 감정을 함께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별 이분법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진다.

꼬비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he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이다. 1998년 이날,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흑인 트랜스여성 리타 헤스터가 끔찍하게 살해되었고, 다음 해부터 매년 이날, 여러 지역에서 트랜스젠더들이 마주한 폭력에 저항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트랜스젠더의 인권과 존엄을 되새긴다. 한국에서도 2014년부터 매년 트랜스젠더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다. 한국 사회는 트랜스젠더들이 어떻게 죽음에 내몰리는지 모른다. 하지만 트랜스 커뮤니티 언저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우리의 삶이 이미 죽음과 가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의 타임라인에는 자살이 넘실대고, 누구든 한두 다리만 건너면 죽은 이와 만나게 된다.

한국에서 성별 정정은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로 살기 위한 유일한 제도적 경로다. 현재 성별 정정 제도는 정신과 진단, 호르몬 조치, 여러 외과적 수술(가슴 성형수술, 생식능력 제거, 성기 성형수술), 부모동의서 등 부당하고 불합리한 요건을 기준 삼아 선별적으로 성별 정정을 허용한다. 그 모든 과정은 트랜스젠더의 젠더정체성에 대한 인정이 아닌 삭제에 가깝다. 그리고 한 사람의 성별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깊은 신념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은 여성/남성으로서 사회적 지위를 위협하는 요소일 뿐이다.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이 드러나는 순간 그 삶은 언제든 위험에 처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 혹은 생면부지의 타인에게도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사회의 가장자리로 내몰린다. 이러한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감추는 것이다. 즉, 한국 사회는 제도, 경제체계, 문화 규범 등을 경유해 트랜스들이 자신의 정체성, 서사, 역사, 몸을 감추고 없애길 요구한다. 바로 그러한 비가시화, 불인정, 삭제가 한국에서 트랜스젠더의 삶을 죽음으로 내모는 힘들이다.

그러므로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트랜스의 삶을 삭제하고 불행하게 하는 힘에 대항하여, 트랜스로서의 삶과 관계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이 영화 역시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한 트랜스가 1년 동안 트랜지션을 해나가는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트랜스젠더에게 트랜지션은 호르몬 조치와 외과수술 등 의료적 조치에 한정되지 않는다. 트랜지션은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정체성을 몸으로 모색해나가는 과정, 몸의 변화와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관계와 사회적 자리의 변화를 경험해나가는 과정, 무엇보다 자신을 부정하는 사회에 대항하여 자신이 바라는 삶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닿아 있는 다른 경험을 해온 타인들을 만나며 서로를 지지하고 삶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이다.

누군가의 트랜지션 여정을 축복하고 환대하는 일, 그 삶이 행복과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 여정에 동참하는 일,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일. 사회가 트랜스에게 부여하지 않은 삶의 자리를 함께 열어나가며 그 삶이 존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일들이다.


수엉 트랜스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