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소식지 #3 – 영화제 타이틀과 상영시간표를 공개합니다.



20회 인천인권영화제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
사람들이 저마다의 세계와 빛을 지닌 채, 많은 것을 바꾸고 싶어 하며 살아갑니다.
때론 탐욕과 배제로 다른 존재들과 자신을 스스로 허무는가 하면, 끊임없이 자신과 세상을 돌이켜보며 제대로 살만한 길을 틔우기도 합니다.
더 나은 삶이라는 게 단 하나의 가치만으로 엮일 리가 없듯이, 조금씩 다른 사람-’나’들이 만나 사이를 트고 그제서야 ‘당신’이 되네요.

서로에게 잃고 싶지 않은 존재가 된다는 건 참말 기쁜 일.
당신이 온전하지 않다면 나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말해주는 사람들, 달라져야 한다면 그 힘은 나눠 커져야 가능하다며 맺는 약속, 서로가 열어주는 공간, 이렇게 ‘당신’들이 만나 ‘우리’가 됩니다.

트고 맺은 그 공간에서 우리는 곧잘 길을 잃곤 합니다. 힘껏 전하는 응원에도 스스로 박자를 잃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영원히 잃어 흐느낄 수밖에 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주고받을 수 없는 나를 미워하기도, 차마 나를 미워할 수 없어 당신을 외면하기도, 적당한 거리를 두며 무너지지 않을 만큼만 버티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그다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나’는 ‘엮다’라고 적어놓고 ‘당신’을 기다립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은, 어떤 권력이나 권위로부터 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서로를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가 스스로 맺은 약속입니다.  
그래서 인천인권영화제는 저항의 스크린을 펼치곤 합니다. 인간다운 삶을 향해 힘껏 싸우는 이들과 당신이, 서로 다른 당신들이 곁을 내주며 만나기를 간절히 바래서입니다. 그렇게 길이 나고, 물꼬가 트이고 또 다른 가능성들이 열리길 바래서 입니다. 무엇보다도 존엄이란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해서.

표현의 자유, 인권감수성 확산, 인간을 위한 대안영상 발굴을 목표로 하며 지나온 인천인권영화제의 한 해 또 한 해. 어느덧 20회를 맞이합니다. 삶의 순간순간,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엮어나가는 당신들이 있어 가능한 시간들입니다. 오만한 권력, 시린 현실들과 막막한 내일들에 저항할 힘을 나누는 인권의 향연이 되길 감히 바래봅니다.
늘 그렇듯이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인간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저항의 스크린은 꺼지지 않는다.

2015년 11월 인천인권영화제를 일구는 사람들 드림



20회를 맞이해서 진행하는 앵콜상영, 당연히 대부분의 작품들이 해당되지만 그 중에서도 2015년 현재, 영화제가 건네고 싶은 말을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
개막작 <콜리지알스, 민중의 의회>를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고자 합니다. 인간다운 삶을 향해 힘껏 싸우는 이들, 그리고 함께 하게된 이들의 연대로 새로운 공간이 열린순간 그리고 그 다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대화의 시간도 공들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많은 이들 중 나는 누구, 어디쯤 일까 찾아보게 되시길 바래봅니다.
<기타 이야기>는 인천인권영화제의 소중한 친구,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을 스크린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작품입니다. 삼천일이 지나는 싸움에도 싸우는게 이기는거라고 말해주는 그이들과 힘을 나누고자 김성균 감독, 연영석 문화노동자, 전진경 시각예술가, 정택용 사진가와 함께 조금은 다른 대화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오월상생>은 전승일 감독의 신작 <트라우마는 인간의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와 함께 상영하며 민주주의와 국가폭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합니다. 
<탑 트윈스: 천하무적 쌍둥이 레즈비언>은 영화제 활동가들이 참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올 한 해,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혐오’. 그 폭력들과 마주치면서도 당당하게 존엄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서로를 응원하고픈 마음에 준비한 상영입니다. 
그럼, 스크린 펼쳐놓고 언제나 반가운 여러분들의 몫소리를 기다리겠습니다.


콜리지알스, 민중의 의회 Colegiales, People’s Assembl
구스타보 라스키에|2006| 다큐|62분|아르헨티나|S KS  
2001년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정치와 경제적 위기에 빠진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고실업률, 예금동결, 페소화 평가절하, 월급 및 연금의 공채지급, 소득감소 등으로 빈민층 증가율은 사상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하는데, 이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고 2주 사이에 대통령이 4번 바뀌었다. 미래의 삶을 희망 없는 정치인들에게 맡기지 않으려는 주민, 활동가들은 함께 민중 의회를 조직하고 자치운동을 벌인다. 영화는 스스로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투쟁을 하며 정치토론을 벌이는 이들의 열망과 꿈, 그리고 좌절을 담았다.


기타(其他/Guitar) 이야기 Other Guitar Story
김성균|2012|다큐|67분|한국|K KS ES   세계 기타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콜트‧콜텍의 노동자들은 2007년 부당해고 이후 2015년 현재, 3,000일이 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에 제작된 <기타 이야기>는 문화, 음악인들과 기타 노동자들의 만남과 소통, 연대에 이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오월상생 Memory Of May
전승일|2007|애니메이션|27분|한국|K KS ES
5‧18의 참혹한 슬픔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투쟁의 무기가 되어 희망을 노래했던 80년대 민중가요 5곡과 함께 만남과 죽음의 이미지로 5‧18의 기억과 상처를 성찰하고 복원한다. 그리고 우리 가슴속에 새겨야 할 한 송이 꽃과 총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탑 트윈스: 천하무적 쌍둥이 레즈비언 The Topp Twins
리안 풀리|2009|다큐|84분|뉴질랜드|E KS
쌍둥이 자매 레즈비언 줄스와 린다는 컨트리 가수이자 코미디언이다. 이들은 ‘탑 트윈스’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하면서 비핵화, 마오리족 토지보상, 동성애법 개정 등의 운동에 앞장선다. 쌍둥이 자매의 삶을 따라가는 영화는 그녀들처럼 유쾌하고 활력이 넘치며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