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매일 (Us, Day by Day)

페미니즘이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며 페미니즘 책이 주목을 받고 불길 같은 미투 운동도 일어났다. 동시에 페미니즘을 향한 역풍도 거센 상황에서, 감독은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갖고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친 ‘영 페미니스트’ 친구들의 자취를 찾아본다.

이 정답이 없는 물음에 대해 그들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매일의 일상으로 응답한다.


[개막작]

우리는 매일매일
Us, Day by Day

감독 : 강유가람
제작연도 : 2019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상영시간 : 86분

상영일시 : 2019.11.21(목) 11.24(일)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목) 3관(일)



작품해설

그때 그 페미니스트 여러분, 모두 잘 살고 있습니까?’
페미니즘이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며 수많은 페미니즘 책이 출판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도 펼쳐졌다.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때 그 페미니스트’ 친구들을 찾아간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친 ‘영페미니스트’ 친구들은 저마다의 일상과 삶의 방식으로 이 물음에 응답한다.

이들은 이전과 달리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페미니즘적 가치를 향해 매일매일 자신만의 일상을 꾸려간다. 그럼으로써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의 삶은 어떻게 지속하는지 보여주며 우리 옆에서 헤엄치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게 해 준다. 또한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는 수많은 ‘나’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희우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페미니스트로 사는 거 너무 힘들어요.”
“나이가 들어도 계속 페미니스트로 살 수 있을까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지난 몇 년 동안 20대 페미니스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건 왜 힘들게 느껴질까? 나이가 드는 일과 페미니스트로 계속 살아가는 일은 왜 함께 지속되기 어려운 일로 생각되는 것일까? 질문을 받으며 나에게도 고민이 남겨졌다.
그러던 어느 날 30대 중반 즈음의 내가 생각났다. 문득 ‘평생 활동가로, 페미니스트로 살겠다’라고 이야기하던 20대의 내가 얼마나 천진했던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활동의 무게감이 크게 다가왔던 그 날.

한때는 매일같이 모여 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다는 듯 세상을 향해 움직이고, 적극적으로 부딪혀 싸우던 친구들은 언젠가부터 뿔뿔이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졌다. ‘다들 이제 각자의 삶을 사는데 나만 혼자 세상에서 괴리되어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때로는 ‘내가 여전히 페미니스트로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제 변해버린 것이 아닐까?’ ‘나만 혼자 이렇게 일상에 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외로움과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런 우리들에게, <우리는 매일매일>은 하나씩 하나씩 친구들을 찾아 연결해준다. 각자의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여전히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친구들. 페미니즘의 경험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지 않고 각자의 삶 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남아 동물, 생태, 지역, 교육, 의료, 공동체, 관계와 일상 등에 대한 관심으로 새롭게 확장되고, 연결되어 있었다.
‘페미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페미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시기에 특정한 모습으로 완성되어 그 상태를 유지하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테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나은 세계를 향해 계속해서 꿈을 꾸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삶 속에서 그 의미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우리의 주변에, 이 사회에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키고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경험과 감각을 잊지 않는다면, 이 과정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이제 페미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을 꾸준히 이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과정들 속에, 언제든 손을 내밀면 함께 모일 친구들, 동지들이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흐른의 노랫말처럼, 깜깜한 바다를 겁내지 않도록, 언제라도 이어질 수 있게,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며.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성적 권리와 피임, 임신, 임신중지, 출산, 양육 등에 관한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 상담, 의료지원 활동을 하며 관련 법정책을 연구하는 단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