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레이션 (Genderation)

젠더레이션_스틸샷

샌프란시스코의 트랜스 공동체를 담은 <젠더너츠>를 만든 모니카 트로이트는 20년 후 다시 영화 속 인물들을 찾아간다. 젠트리피케이션과 정치적 변화로 젠더퀴어 커뮤니티는 위기를 맞았지만, 젠더와 정체성의 경계를 흔드는 그들의 실천과 삶의 여정은 지금을 사는 퀴어들에게 나이 듦과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높낮이 없는 새땅을 위하여]

젠더레이션
Genderation

감독 : 모니카 트로이트
제작연도 : 2021
장르 : 다큐멘터리
국가 : 독일
언어 : 영어/ 한글자막
상영시간 : 88분

상영일시 : 2021.12.17(금) 19:2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12월 17일(금) 오후 7시20분 <젠더레이션> 상영 후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터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역사문제연구소,넝쿨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이 진행됩니다.

12월 18일(토) 오후 8시30분에 상영하는 <젠더너츠>와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작품해설

트랜스 공동체의 젠더 스펙트럼에 대한 도전과 실험을 담은 영화 <젠더너츠>(1999) 이후, 20여 년이 흘렀다. 연구와 강의로 꾸준히 트랜스젠더 연구자의 삶을 이어가는 수잔 스트라이커, ‘먹고 살 걱정을 하게 된다’라며 이사업체를 차린 스태퍼드, 여전히 유동하는 자신의 정체성에 놀라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핵가족’을 구성한 샌디 스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퀴어공동체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도전과 실험을 이어가기 어렵게 되었고, 트럼프의 미국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카메라는 흔들리는 시간 속에서도 삶과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늙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는다. 서로의 삶 곁에서 존재를 확인하며 노년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우리’가 되는 미래를 함께 상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넝쿨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우리가 살아온 삶과 우리가 살아갈 삶은 많이 다를까? 30년이 지나 나의 30년 전을 돌아볼 때, 그리고 그 30년으로 만들어진 내가 앞으로의 수십 년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고민하게 될까. <젠더레이션>은 9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트랜스 공동체에 있던 사람들을 찾아간다. 그들은 나이를 먹었고, 삶이 변화했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과거를 향수하기도 하지만, 곧 또 현재의 자신을 이야기하고 나이 먹어가는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최근 <성적소수자의 노후 인식 조사>에서 성적소수자라서 노후가 더 괜찮을 것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4.1%에 불과했다. 주관식 답변에서 누군가는 “30대인 지금 당장 다가올 40대도 잘 그려지지 않는데 노후라니 정말 일부로 잊고 사는 양 무관한 일인 것처럼 지내게 되는 건 보거나 듣거나 마주하는 경험이 너무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한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다른 세대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는 글이 종종 올라오곤 한다. 2000년대 중반 10대들은 20대가 되면 모두 탈반을 하는 줄 알았다고 이야기했고, 20대는 30대가 되면 어떻게 사는지, 30대는 40대가 되면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원했던 것은 “40대에도 50대에도 잘 살아요”라는 답이 아니라, “그래요, 그 40대, 50대, 60대인, 아직도 성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여기 있어요!!” 응답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보이지 않는 길은, 본 적이 없는 길은 그 자체로 두렵다. 어쩌다 보게 되는 미래는 극단적으로 좋거나 혹은 나쁘기만 하다. 그래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네 삶은 도무지 그들의 삶에 대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우린 옆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를 레즈비언으로, 우리 윗집의 할아버지를 트랜스젠더라고 상상하며 살아가진 않는다. 우리 근처에 흔히 살아가는 나이 든 이들이 30년 전의 삶이 지금의 우리처럼 다이나믹하고, 절절하고, 투쟁의 연속이었을 것으로 생각하기엔 그들은 너무 ‘그냥 할머니, 할아버지’일 뿐이니까.

어쩌면, 우리가 보고 싶은 노년의 삶이란 평범한 유토피아였을지도 모른다. 상상할 수 없기에 더욱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무언가. 그래서, <젠더레이션>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하다. 30년의 세월을 건너, 적어도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라와 상황과 개인의 다름을 뛰어넘어 30년을 넘어도 ‘살아있고’, ‘존재하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상상할 여지를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은 90년대 중반에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가시화를 시작한 사람들이 이제는 그들의 50대를 살아가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물론 그 전의 오랜 시간을 살아온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여전히 한국에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 보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어 본 성소수자 50대, 60대들은, 우리가 거리에서 보는 모든 이들처럼 가끔은 치열하고, 가끔은 느긋하게, 행복하기도 불행 하기도를 반복하며 그렇게 잘 살아가고 있더라는 것이다.

성소수자의 가시화는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이 살아있고, 살아감을 보여주는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는 위안이고 희망이고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처음이지만, 우리에겐 모두 우리 앞을 살아간 사람들이 있고, 우리를 보며 살아갈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가끔은 성소수자들의 삶이 신기루 같기도 하고, 실체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살아온 그들이 분명히 있고, 그들의 삶이 있어 우리의 현재가 있고 우리의 삶이 있어 누군가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살아있자. 살아가자. 그것 또한 우리의 운동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캔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2002년에 설립된 성적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스스로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 권리보호와 향상을 위한 단체입니다. 최근에는 “성적소수자와 나이듦”에 대해 고민하고 활동해나가고 있습니다. http://kscr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