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창공 파티 (Flag, Blue Sky, Party)

깃발 창공 파티 Flag, Blue Sky, Party 스크린샷

금속노조 KEC지회는 2010년 파업 이후 회사의 탄압과 차별로 소수노조가 되면서 교섭대표 지위를 잃었다. 그 한계를 넘기 위해 고민 끝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협상 과정에 참가하기로 한 노동자들. 토론을 거듭하고 부단히 움직이는 이들의 역동적이고 치열한 시간 속에 삶의 힘을 나누는 일상도 흐른다.




[노동의 권리와 연대]

깃발 창공 파티
Flag, Blue Sky, Party

감독 : 장윤미
제작연도 : 2019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영어자막
상영시간 : 160분

상영일시 : 2019.11.22(금) 19: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작품해설

금속노조 KEC지회는 2010년 파업 이후 회사의 탄압과 차별로 소수노조가 되면서 교섭대표 지위를 잃었다. 그 한계를 넘기 위해 노동자들은 고민 끝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협상 과정에 참가하기로 한다.
KEC지회가 지나온 길은 노동의 권리를 자본과 권력에 양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지켜온 노동조합들의 현주소다. ‘파업-폭력진압-손해배상-노조활동봉쇄-일터괴롭힘-소수노조화’라는 공식과 민주노총의 ‘노조 할 권리’란 구호가 이런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여성 100% 사원직, 남성 90% 관리자 KEC’는 일상뿐 아니라 채용, 직급체계, 임금체계 등 일터에 촘촘히 짜인 성차별의 모습이다.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고된 시간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러나 고통이 고통에 머무르지 않고 어디론가 나아가는 힘으로 바뀌는 순간을 이들이 보여준다.
토론을 거듭하고 부단히 움직이는 이들의 역동적이고 치열한 시간 속에 삶의 힘을 나누는 일상도 흐른다.

기선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소수노조. 이 말은 단지 조합원 수가 적다는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다. 특히 KEC지회처럼 700명이 넘는 조합원을 대표하던 유일노조가 복수노조 도입으로 자본에 의해 설립된 친기업 복수노조에 교섭권을 뺏긴 경우 더욱 그렇다. 소수노조는 자본의 치밀한 노조파괴 전략이 낳은 결과다.

이명박 정권은 2010년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를 도입했다. 자본이 작정하고 노조활동에 지배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는 2010년 6월 통상적인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에 따라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회사는 용역폭력과 직장폐쇄를 앞세우며 일체의 교섭을 거부했다. 교섭거부는 명백한 불법이었지만 정권의 비호 속에 자본은 요지부동이었다. 지회는 교섭을 요구하며 10월 21일 공장점거에 들어갔다. 13일간의 공장점거는 ‘노사는 성실히 교섭에 임한다’라는 문서 한 장으로 해제됐다. 그러나 그 대가는 참혹했다. 지부장 분신, 지회장 등 6명 구속, 손배 301억 원을 감당해야 했다.

2011년 3월 자본은 준비된 공세를 시작했다. 파업에서 이탈해 현장 복귀한 조합원들이 대대적으로 탈퇴했다. 2011년 5월 파업해제로 342일간의 파업은 자본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2011년 7월 1일 복수노조가 시행 첫날, KEC 자본은 전국 최초의 복수노조를 설립했다. 어용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됐다. 지회와의 교섭을 원천봉쇄한 회사는 어용노조와 교섭을 했다. 그들의 첫 합의는 2012년 2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합의서’였다. 상여금 300% 삭감과 3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 무급순환휴직이었다. KEC지회는 굴욕적 노사합의를 거부하고 싸웠다. 자본은 KEC지회 조합원 75명만 정리해고했다. 그러나 굴하지 않았다. 3개월 만에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모두 복직했다. 예상 밖의 역습을 당한 자본은 어용노조를 내세워 해마다 단체협약을 개악했다. 2013년에는 KEC지회와 체결된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어떤 활동도 보장되지 않은 무단협 상태에서 KEC지회는 전 조합원을 활동에 참여시키는 것만이 자본을 이길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실천했다.

2012년~2017년까지 KEC지회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을 인정할 수 없었고 자본과 짜고 치는 판에 들러리 설 수 없었다. 그러나 해마다 뺏기는 교섭이 반복되면서 어용노조 조합원들의 불만도 쌓여갔다. KEC지회는 2018년 교섭창구단일화 참여를 결정한다. 찬반투표 참여만 보장된다면 소수노조라 하더라도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본과 어용노조는 어차피 한편이므로 지회가 노조답게 싸운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어용노조 조합원도 결국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그들과 힘을 모아 자본과 맞서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새로운 길은 늘 순탄치 않다. 그럼에도 두려움 없이 그 길을 나서는 이들이 KEC지회다.
KEC지회처럼 복수노조 아래서 소수노조로 고통받는 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자본의 노조 분할통치의 무기가 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는 폐지되어야 한다.

배태선 민주노총 경북본부 교육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