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겹, 당신의 곁 : 돌아보다

천으로 만든 인천인권영화제 캐릭터 이미지


시간의 겹, 당신의 곁
돌아보다

살아가는 풍경과 관계 그리고 앞으로의 기대가 영원히 변한 것만 같은 시간이 흐릅니다.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고, 평등의 감각 없이는 잃고 마는 것들과 곁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 더 알게 된 시간이기도 합니다.

일상회복이란 말로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의 삶을 수습해보지만, 참으로 많은 이들과 많은 것들을 잃었고 유보했기에 다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그동안 얻은 것들로 상쇄할 수 없는 고통을 마주해야 할 때입니다.

그저 앞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몸과 시선을 돌려 살펴보았습니다. 그렇게 돌아보니 그곳엔 풀지 못한 시간과 건네지 못한 말을 품은 수많은 당신이, 흐르지 못하는 당신의 지금이 그리고 내가 있습니다.

수많은 지금이 겹겹이 쌓여 흐르고 그 겹 켜켜이 감춰진 모습과 목소리가 있습니다. 삶이 있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말이 영원히 시간의 겹 사이에 갇혀 흐르지 못한다면, 나의 지금도 곁 없이 흐르지 못하는 반복일 뿐.

나는 이제 당신이 고통과 피해의 말에 갇히는 것을 두고 보진 않으려 합니다. 떨치고 일어나는 용기에 경의를 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무엇이 말할 수 없게 하는가를 묻고 당신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감각과 힘을 더하고 싶습니다.

낮은 곳을 향해 흐르고 아래로부터 빈 곳을 채워 평편해지는 순간을 맞이해서야 비로소 나아가는 흐르는 강물처럼, 인간의 시간도 그렇게 흘러야 합니다. 그렇게 당신과 나의 곁은 평등을 중력 삼아, 살만한 시간을 열게 되지 않을까요.

늘 지금인 시간의 겹에서 당신의 곁까지
높낮이 없이 돌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풀어 다시 엮는 시간과 당신이
우리를 존엄으로 이끕니다.

스물여섯 번째 스크린을 펼칩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며 더 많은 인권감수성과 대안영상이 펼쳐지는 공간이 되고자 보내는 시간들,
이것이 삶의 자리를 지키며 공존의 순간과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를 엮어나가는 당신들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저항의 스크린은 꺼지지 않는다.

2021년 12월 인천인권영화제를 일구는 사람들 드림


26회인천인권영화제-포스터이미지
메인이미지 제작 : 차강 바느질 작가 ㅣ 촬영 : 정택용 사진가 ㅣ 포스터디자인 : 언제나봄그대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