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보라 Bora Bo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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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준 김미영 김승화 | 2020 | 다큐 | 180분 | 한국 | K KS KSL

2019년 7월, 공기업 정규직화 과정에서 자회사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 1,500명이 집단해고 된다. 캐노피 고공농성, 본사 점거 등 거침없는 싸움을 펼치며 지지와 환호를 받은 이들 대부분은 여성이며 장애인, 탈북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궤적을 지녔다. 노동자들이 함께 든 카메라는 직접고용을 쟁취하기까지 7개월간의 투쟁을 기록했다.




[노동의 권리와 연대]

보라보라
Bora Bora

감독 : 김도준 김미영 김승화
제작연도 : 2020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영상
상영시간 : 180분

상영일시 : 2020.12.12(토) 12:2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온라인 상영 : 2020.12.11(금) 낮 4:00~12(토) 낮 4:00


12일(토) 12시 20분 <보라보라> 상영 후
김도준 감독,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 지부, 호연 인권기록활동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기선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이 진행됩니다.



작품해설

2019년 7월, 공기업 정규직화 과정에서 자회사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 1,500명이 집단해고 된다. 캐노피 고공농성, 본사 점거 등 거침없는 싸움을 펼치며 지지와 환호를 받은 이들 대부분은 여성이며 장애인, 탈북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궤적을 지녔다. 노동자들이 함께 든 카메라는 직접고용을 쟁취하기까지 7개월간의 투쟁을 기록했다.

국가와 자본의 반인권적인 정책을 거부하고 어떤 탄압에도 단호하게 펼치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그 싸움의 무게는 온전히 그녀들만의 몫일까.

이 질문에 우리 모두가 답해야하는 까닭이 <보라보라>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목적을 잃은 기술력을 앞세워 없어질 노동, 하찮은 노동으로 그 가치를 절하시키는 행태, 노동관계를 다단계로 서열화 하며 고립시키는 행태에 맞서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는 그녀들이 바로 그 단결된 힘 만큼이나 다양한 수많은 ‘나’들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여 싸우는 가운데, 저마다 고유한 삶의 맥락과 사회적 소수자로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그녀들의 시간이 곧 인간 존엄성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현장복귀’ 이후 이야기를 기다리게 한다. ‘인국공 사태’라 불리며 사회적으로 비틀렸던 공기업 정규직화, 그 이면에 도사린 기만적인 무기계약직 정책과 차별의 벽이 그녀들의 시간을 타고 무너지는 순간을 기대하게 한다.

그녀들이 자신과 서로에게 새긴 경험과 의미들이 계속 기록되고 전해져야하는 까닭이 이토록 쌓여만 간다.

_기선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톨게이트 여성노동자 구술기록 프로젝트



인권해설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끝날지 몰랐어.”
영화 <보라보라>에 나온 톨게이트 요금 수납 해고 노동자 중 한 사람의 말이다. 싸움을 정리하고 복직 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싸우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억울함을 담은 말이 영화 곳곳에 흘러나온다. 같은 마음이지만 이제 정리를 하고 복귀해서 계속 싸움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 더 싸움이 길어지면 함께 갈 수 있는 힘도 남지 않게 된다는 불안과 두려움의 목소리, 그리고 우리는 이긴 싸움을 했다는 위로의 말 또한 영화의 장면 장면에서 들려온다. 아마 이런 마음은 비단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만의 감정만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무수한 노동자들의 싸움에서 어쩌면 시작보다 더 어려운 마무리를 고민하면서 씨름했던 순간이 있었다. 투쟁은 이번 생에 처음이라고 말했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몸으로 부딪쳤던 싸움의 시간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결이 녹아있기에 간단하게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의 이유와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만들어온 시간을 읽다보면 ‘복잡 미묘한’ 이들의 감정이 나의 마음으로 들어오고 이들에게 더 가까이 서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2015년 1월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도로공사와 용역업체는 도급 계약이 아니라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 소속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017년 2월 서울고등법원도 같은 판단을 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 설립으로 불법파견을 덮으려 했고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거부하면 수납 업무를 주지 않겠다고 했다. 1,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거부했고 2019년 이들은 해고되었다. 영화 <보라보라>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약 7개월간 있었던 캐노피 고공 농성과 청와대 상경 투쟁,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 투쟁 등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우리가 옳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외쳤던 직접고용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은 나는 왜 싸우는가 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톨게이트 수납 노동 이전에 어떤 일을 했냐는 질문이 영화의 장면 속에 등장한다. 다양한 노동 사이를 오갔던 여성들의 고백이 들려온다. 불안하고 고단한 노동 경험과 더 나은 일을 찾아 헤맸던 여성 노동의 역사가 교차된다. 이제는 더 이상 불안한 일자리로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이들의 기대와 결심이 직접 고용의 외침에 묻어난다. 대체가능한 존재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고 싶다고 이들은 말한다.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끌려 다니고 당하는 삶이 아니라 이제는 노동자로서 내가 요구하고 바꿀 수 있는 삶을 살겠다고 이들은 말한다. 혼자서 꿈꾸었던 현재와 미래가 함께 했을 때 현실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목격했고 알게 됐다고 이들은 말한다.

싸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지도 모른다. 싸움을 제대로 잘 끝내고 싶은 마음은 다른 시작을 만들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현재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복직을 했고 요금 수납 업무가 아닌 현장 지원직으로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버텨야 하는 시간임을 알지만 힘든 시간’이라고 말한다. 각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일상의 싸움이 하루하루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하고 변하지 않는 현실에 암담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지금 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시작점에서 새로운 시작점을 만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싸움의 기록은 영화 <보라보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이들의 싸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호연 인권기록활동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인권기록센터 ‘사이’에서 인권기록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톨게이트 노동자 기록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