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으로 가는 길 Stairway to Noryangjin Fish Market ⚪⚫

시장으로 가는 길 Stairway to Noryangjin Fish Market 스크린샷

김은석 | 2020 | 다큐 | 40분 | 한국 | K KS

수협중앙회는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옛 노량진수산시장을 현대화하여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강제철거하고 상인들을 강제이주 시켰다. 텅 빈 구시장 옆 노량진역 육교 위에 터전을 지키려는 구시장 상인들이 삶과 투쟁을 이어가며 ‘보존’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인간의 보편적 권리와 평등을 위하여 반신자유주의]

시장으로 가는 길
Stairway to Noryangjin Fish Market

감독 : 김은석
제작연도 : 2020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상영시간 : 40분

상영일시 : 2020.12.12(토) 17:4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온라인 상영 : 2020.12.10(목) 19:00 ~13(일) 6:00


12일(토) 5시 40분 <시장으로 가는 길> 상영 후
김은석 감독, 윤영 빈곤사회연대, 신석기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이 진행됩니다.



작품해설

노량진수산시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서울 시내 여러 수산시장이 통합한 경성수산이 1971년 노량진으로 옮겨온 이후 수많은 사람의 삶에 녹아들었다. 내륙에서 가장 크고, 수도권 수산물 공급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노량진수산시장은 서울시 미래유산이다. 2002년 시장의 관리 운영을 이임 받은 수협은 그간 준비해온 2012년 현대화사업을 진행한다. 이해당사자인 시장 상인들은 수협의 신시장 설계, 임대료 문제, 안전과 상업활동의 제한사항 등을 지적하며 현대화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하지만 수협은 강경하고 일방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를 추진했고 2016년 이후에는 10차례의 명도집행을 통해 구시장을 철거하고 상인들을 내몰았다. 내몰린 상인들은 수협의 강제철거, 강제퇴거 집행에도 여전히 구시장 바로 옆 육교에 자리 잡고 구시장과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서울시 미래유산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지켜내려 하는 것과 수협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유산을 보존한다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_신석기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계획에 따라 2012년부터 지어진 신시장은 2015년 10월 건물을 완공했다. 도면을 보고 별도리 없이 동의한 상인들은 실제 만들어진 상가를 보고 반발했다. 장사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였기 때문이다. 2016년 입주를 시작한 뒤 일부 상인들은 신시장으로 떠나고, 일부는 구시장에 남았다. 아예 시장을 떠나버린 상인들도 있을 것이다. 2019년 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모든 점포가 철거될 때까지 10차의 명도집행을 비롯한 오랜 폭력이 있었다. 현재 신시장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80여 명 상인은 노량진역 1번 출구 앞 육교에서 농성 중이다.

이것만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이 왜 싸우는지, 어떻게 싸워왔는지 알기 어렵다. 긴 역사와 수많은 사람, 사건이 뒤얽혀 사람들은 노량진 수산시장 문제에 대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고 말한다. 다른 상인들이 거의 이주한 상황에서 사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기도 한다. 나는 이런 오해가 낯설지 않다. 철거민들은 늘 같은 이유로 ‘떼쓰는 사람’ 취급을 받아 왔다. 개발에 동의한 적 없는 사람들이 개발에 따른 대책을 요구할 뿐이지만, 우리의 앙상한 민주주의는 다른 목소리를 불온하게 여긴다.

구시장 상인들이 요구는 한결같다.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노량진 수산시장을 그냥 없앨 것이 아니라 일부라도 존치할 것, 비민주적인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이 잘못된 첫 단추였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애초에 상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공영시장은 공공성을 가진 만큼 서울시가 이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했지만 서울시는 모든 책임을 방기해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몇 번이고 수산시장 전면철거가 없음을 확인하였지만 결국 모두 철거되고 말았다. 구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의 외국인 전용카지노는 쇼를 겸비한 편의시설과 인테리어로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며, 사회적 안전장치로 도박중독 예방을 위한 키오스크 설치 및 책임도박 홍보 활동을 실시 계획”
2015년 수협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복합리조트 RFC(컨셉제안요청 Request For Concepts) 제안서의 일부다. 5성급 호텔과 카지노, 워터파크. 수협의 이른바 ‘현대화 사업’과 구 노량진 수산시장 전면 철거는 여기에서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무리한 현대화 사업과 전면철거는 수협중앙회의 부동산 개발 욕심의 발로는 아니었을까? 시장은 어민과 상인, 이용자를 위한 것이지 부동산 개발을 위한 것이 아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시작하려면 늘 말문이 막힌다. 이들이 보낸 시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전기와 수도가 끊긴 겨울, 돈을 모아 물차를 부르고, 촛불을 켜 매대를 밝히던 날들. 아니면 봄부터 부숴놓은 나무 상자에 불을 때 추위를 이겨내고, 날 선 한강 바람맞으며 보초를 서던 밤들로.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되는 수협 직원들의 폭력에 둔해질 수 있었다면 나았을까, 방관하는 경찰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일랑 하루빨리 접어버렸다면 쉬웠을까.

이 폭력의 상흔은 앞으로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날이 갈수록 대범해지는 수협의 폭력을 멈춰야 한다. 시민들의 연대와 감시, 서울시의 책임 있는 해결 노력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빈곤사회연대는 반빈곤연대운동을 지향한다. 반빈곤연대운동은 빈곤의 원인이 경쟁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사회 구조로부터 왔음을 인지하되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가난한 이들의 권리 쟁취와 연대로 빈곤 없는 세상의 단초를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