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ne

27회_인천인권영화제_상영작_뼈_이미지

아키타 지역의 댐 공사에 희생된 조선인을 기리기 위한 히메관음상은 50여 년 동안 은폐되었고, 광산 붕괴사고로 매몰된 희생자 위령비는 채굴 작업에 방해된다며 옮겨졌다. 조선인 징용의 역사를 80여 년 동안 지켜본 히메관음상과 함께 조선인 강제노역 진상규명과 애도의 시간이 이어진다.


| 애도의 시간 |


The Bone

감독 : 신나리
제작연도 : 2022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일본어, 한국어자막, 영어자막, 자막해설
상영시간 : 69분

상영일시 : 2022.11.26(토) 오후 5: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11월 26일(토) 오후 5시 <뼈> 상영 후
마민지 코로나19위중증피해 유가족, 독립영화감독
정부자 (사)4.16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신호성님 엄마)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하였습니다.





작품해설

재일교포 하정웅과 일본 사학자 차타니 쥬로쿠는 일본 아키타 지역의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해 40년이 넘는 세월을 고군분투해왔다. 감춰진 진실을 위해 기록과 기억(증언)을 찾고 이것들을 다시 기록하며 희생자들의 삶을 알리며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책임을 묻는 이 모든 과정이 ‘애도의 시간’이다. 가족도 아닌 이들은 이렇게 오랫동안 애도의 시간을 이어온 것은 일본 제국주의 전쟁의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 시간에 연루되어있는 자신들이 조선인 강제노역자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할 책임이 있다고 스스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애도를 통해서 산 자와 죽은 자가 사회 속에서 연결된다. 죽은 이들이 마치 우리에게 말을 걸듯이 “왜?”라는 질문이 우리를 엮고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다. 희생자들은 부재하지만 여전히 산 자들과 사회 속에서 존재하면서 애도의 시간은 우리를 내일로 이끈다.



인권해설

물 위에 꽃을 바치고 묵주 기도한다. 연구하고 기록한다. 질문하고 따져 묻는다. 춤으로 위령비로 모금으로 연결한다. 무연고자의 연고자로 행동한다.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른다···. 이 영화를 꽉 채운 행위들이다. 느릿느릿 조용한 몸짓들이지만 행위는 멈추지 않는다. 이주 배경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일본에서는) 마찬가지로 이방인일 재일조선인이자 한국인의 무덤에서 갖는 만남이 있다. 아이들이 낯선 이의 돌무덤 위에 물을 뿌려 깨끗이 하면서 무덤 주인인 애도하는 노인과 함께 웃는다. 애도는 통곡과 함박웃음을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세대와 국적을 포함한 각종 경계를 초월하여 이어지고 연결되는 행위가 애도라는 것을 보여준다.

애도는 ‘상실’에서 시작되지만 ‘연결’로써 지속된다. 연결이 계속되는 한 애도에는 끝도 완성도 없을 것이다. 지속적인 애도는 ‘끝’을 구하지 않고 질문을 보태고 또 보탠다. 누구나에 애도의 문은 열려 있다. 하지만 연결을 인식하는 이들만이 이러한 애도 행위의 구성에 참여할 수 있다. 애도의 요청에 자신을 연결하고 응답하려 할 때,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권리이자 책임을 만지고 느낄 수 있게 된다. 가령 관음상으로 위령비로 지역사회의 기림일로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간만이 아니라 거센 물살을 연결한 파이프(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수작업으로 만든)나 한 장의 사진 같은 물질들도 함께 증인이 된다. 애도는 이 모든 것들을 끌어모으는 의도적인 기억이다. 보편적 권리이자 책임으로서의 애도는 ‘기억하다’(re-member)를 계속 반복한다. 우리가 상실한 ‘누군가’가 이 관계의 ‘구성원’(member)이었음을, 살아있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다시’(re) 또다시 반복 확인하겠다는 다짐이 애도이다.

반면, 애도를 거부하는 행위, 서둘러 애도의 끝을 보려는 행위들도 있다. 그것은 일단 관계를 부인한다. 관계를 부인하기에 상실 같은 건 애초에 없는 일이 된다. 상실이 없으니 애도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현존하는 애도가 부인하는 자들을 불안케 한다. 그래서 그들은 더 크게 소리 질러 불안을 해소하려 든다. ‘상실은 거짓이고, 상실을 논하는 너희는 가짜이고, 내부자가 아닌 외부자이니, 나가버리라’고 괴롭히고 혐오하고 위협한다. 이런 행위들이 오히려, 자칫하면 고립된 슬픔에 빠질 애도를 공적인 장으로 이끈다. 상실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의문과 질문의 증폭을 더 키운다.

질문하는 이들은 깨닫게 된다. 살아있는 자신 또한 상실을 강제하고 강요한 사회 질서의 일부라는 것을, 애도하려면 자신이 변하고 관계의 질서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애도는 죽은 이를 향한 것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가 살아내야 할 현실의 관계가 된다. 살아가려면 상실을 강요하는 질서를 바꾸어야 한다. 희생자에게 강요됐던 관계의 질서는 살아가야 할 자들의 삶 또한 짓누른다. 살아내기 위해 애도는 필수가 된다.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존엄·자유·평등·연대로 만나는 인권교과서>, <사람을 옹호하라>,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등을 썼다.





감독
신나리 Seen Na-ri

단편극영화와 단편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며 제작, 동시녹음, 조명, 촬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때로는 다가가서 때로는 물러서서 마음을 다해, 카메라를 들고 세상의 이야기들을 듣고자 한다. 단편<그 자리>(2015)을 시작으로 <천국의 장의사>(2016), <9 월 SEPTEMBER>(2017), <붉은곡>(2018), <달과 포크>, <불 타는 초상>(2020), <엄마의 워킹>(2022), 장편 <녹>(2018)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