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인천인권영화제 데일리 소식지 #4 (넷째날, 폐막식)


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27회 인천인권영화제
2022.11.24 목 ~ 27 일

영화공간 주안 3,4관, 컬쳐팩토리



“ 넷째날(폐막식) 현장스케치 ”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일상과 노동을 통해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고민해 보는 ‘비상구 있는 집’ 상영 후 장주영 감독과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광백 활동가를 모시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장주영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진행한 텀블벅에서 “오늘은 어떤 점심을 드셨나요?”라는 질문을 건넨 것은 메뉴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는 시설에 대해, 시설 밖에서 순간순간을 자신이 결정하는 삶에 대한 고민을 제안하고자 한 것이었고, 그로부터 영화가 시작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김광백 활동가는 지역사회에서 관계맺기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는 조건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함께 사회활동을 하기 위한 커뮤니티 공간 지원도 시급하다고 전한 뒤, “장애인은 지역에 산다. 지역사회는 지원한다. 국가는 지불한다”라는 글귀를 소개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장주영 감독은 이에 더해 편견을 깨기 위한, 지속적인 소통을 위한 인지적 노력도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중 하나인 노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권리중심형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무대에 오르고 집회에 참여하는 장애인이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의 주체이며 노동자입니다. 김광백 활동가는 장애운동진영에서 이러한 노동의 개념을 고민하게 된 것은 사람이란 존재는 즉 사회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존재인데 이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였고, 이는 우리가 일에 대한 가치를 다르게 보게 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것이며, 우리의 활동에 가치를 부여해주는 사회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장주영감독은 권리중심형 노동이 탈시설당사자의 삶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인천시의 ‘권리중심형일자리’에 대한 질문에 김광백 활동가는 ‘권리’를 삭제하고 그마저도 예산까지 삭감한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권리중심형 일자리를 왜 하는 것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들의 노동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던져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자칫 이웃과 교류하지 못하는 자립이 될 수 있는데, 장애인은 어떻게 우리의 이웃이 될 수 있을까라는 관객의 질문에 장주영 감독은 자립생활은 혼자 산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혼자 살지만 같이 산다는 게 진짜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김광백 활동가는 어떻게 “잘”해야 이웃이 생길까?가 아니라, 오래 살고 있으면 이웃이 생기는 것이라며 자립은 사회적 문제이지 이웃을 사귀지 못하는 당사자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주영 감독은 아동의 이동경로에 대해 다큐멘터리 형식을 이용한 비디오 설치작업 중이라는 활동계획을, 김광백 활동가는 장애 당사자분들이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 그 방법들에 대해 고민중이라는 활동계획을 밝혔고, 이에 두 분을 향한 관객의 응원과 지지의 박수로 대화의 시간을 마쳤습니다.

수진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네임리스 신드롬 Nameless Syndrom]은 진단받지 못한 질병을 앓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펼칩니다. 

특히 여성들의 진단되지 않는 통증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경험이 어떻게 객관성과 만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객관 자체에 대한 질문을 포함하여 객관을 구성하는 기술과 이미지에 대해 한번 더 묻습니다.

이름 붙이지 못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가졌을 때의 어려움, 왜곡된 이미지로 미궁에 빠지게 되거나 분노로 불타오르게 되는 때, 그리고 서로를 떠받쳐주는 연대하는 몸으로서 여성/소수자의 경험을 함께 읽어나가길 바라며 대화의 시간을 열었습니다. 

현장에서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인권연구소 창의 연구활동가 김영옥님과 대화의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대화의 시간 소통을 위해 만든 오픈채팅방에서 차재민 감독도 함께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어통역에 한국농인LGBT설립준비위원회 진영, 문자통역에 AUD사회적 협동조합 박세희 통역사가 함께 했습니다.

어떤 신체적 정신적 증상에 진단명을 받는다는 것은 사회적 정체성을 얻는다는 점에서 몸이 느끼는 통증과 관련해서 뿐 아니라 다른 영역까지 확장되는 정체성의 의제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먼저 여성의 가슴, 특히 젖꼭지를 공적인 장소에서 ‘본다’는 것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보았습니다. 여성의 가슴, 생식기와 관련된 그러니까 섹슈얼리티와 밀접하게 관련된 신체 부위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낯설고 그 이미지가 공적 공간에 등장하는 것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몸을 드러내는 여성의 의도와 상관 없이 성적 대상으로 읽힐 것에 대한 불안으로 여성들은 공적 공간에서 드러내는 것을 꺼리게 합니다. 이를테면 지하철 안에서 수유를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가진 복잡한 정치성(‘모성권’이라는)을 감안하더라도 여성의 신체가 끊임없이 간음증, 폭력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이 실천이 의도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야기 되었습니다. 찌찌해방이나 노브라 등으로 연결되는 여성들의 실천에 대해서도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입장과 위치에서 풍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성은 다른 젠더보다 더 몸으로 산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여성은 끊임없이 몸으로 환원된다는 의미라기보다 몸, 자아, 혹은 몸과 정신이 통합된 자아로 산다고 할 때 더 그런 자아로 사는게 여성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수자의 몸은 생물학적으로, 선천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젠더보다 더 몸으로 살아가게 되는 매커니즘 안에 있기 때문이죠.

영화의 구성방식인 텍스트와 이미지의 관계 또한 연결된 몸과 정신처럼, 이미지와 텍스트가 이어지기도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특히 텍스트는 권위있는 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텍스트들 또한 이름 없음 상태로 괴로움을 겪었던 화자로 이해하면 어떨까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진단명 없는 통증을 호소한, 그래서 다른이의 증상을 연기한 인터뷰이들의 공통 경험의 해석을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당사자들인 셈이지요. 그리고 영화에서 드러나듯이 저항의 언어가 모두 동일할 필요 없고, 계속 질문하고 거기에 지지하며 답변하고 수정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명명’ 이름짓기라는 정치학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확한 이름짓기-불리기, 그래서 그 이름으로 타인을 만나고 공론의 장에 나서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정체성의 정치라고 하지요. 그러나 모든 공간에서 어떤 정체성으로만 환원되어 이야기된다면 그것 또한 사람을 가두는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체성을 본질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의 국면들이 요청하는 순간에 적절하게 배치하며 내세우고 투쟁해야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름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고 주변 사람들은 바뀐 이름으로 불러줄 용기 혹은 협업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채팅방에서도 활발하게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관객들의 소감과 감각을 나누었습니다. 또한 차채민 감독도 채팅을 통해서 관객들의 이야기에 응답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단명을 받는 것 말고도 더 폭넓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지, 그래서 불안과 불확정의 시대의 불안이 개인에게 통증이나 어떤 증상으로 나타날 때 서로에게 어떻게 안전망이 되어줄 지 고민하며 서로의 불안을 위무하는 문화도 함께 만들자는 김영옥님의 제안으로 마쳤습니다.

넝쿨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27회 인천인권영화제의 마지막 상영작인 폐막작은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동자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를 지키며 51일간 벌인 파업투쟁을 담은 [같이 비를 맞으며 Strike For All]입니다.

27회 인천인권영화제 슬로건 ‘싸우는 몸, 애도하는 시간 : 거리에 서’가 [같이 비를 맞으며]와 만나서 ‘자리’, ’사람‘의 온전한 자리라는 의미로 해석되었습니다. 폐막작 상영 이후 ‘싸우는 몸, 애도하는 시간 : 거리에 서’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싶었던 마음만큼 설렘을 안고 이 자리에 온 두 사람, 부채요정 김진숙(한진중공업 복직노동자)와 농성계의 떠오르는 샛별-다크호스 유최안(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27회 인천인권영화제 폐막작의 감독 김설해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유최안이 스스로 가두고 투쟁하는 걸 보고 홀린 듯 현장에 가서 촬영을 시작했다는 김설해 감독은 파업 이후 노동자들이 어떤 마음일지 걱정도 하면서 20~30명 인터뷰를 하며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영상활동가로서 싸우는 몸인 노동자들을 카메라에 담을 때 당사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지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좀 더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야겠다는 생각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는 그 이야기가 가능하고 적당한 때가 있다고 합니다.

추석 이후 현장으로 복귀해 일하고 있다는 유최안 부지부장은 당시 작은 철제 케이지에 몸을 넣을 때만 해도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줄은 몰랐고 그저 파업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만 생각했고 노동자들이 함께 결정하고 노력한 결과였고, 많은 관심과 연대에 감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간이 작아 몸을 제대로 펼 수도 없었지만 사회를 흔든 커다란 몸이 되었고 노동하는 몸, 싸우는 몸이 세상에 드러낸 상징이 된 유최안에게 오랜 투쟁의 상징인 김진숙 복직노동자는 이제서야 후계자가 생긴 것 같지만, 앞으로 또 투쟁을 이어갈 싸우는 사람이 점점 높은 곳에서, 점점 좁은 곳에서 투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비췄습니다.

37년 만의 ‘복직’으로 비로소 온전한 자신의 자리를 찾은 싸우는 몸 김진숙에게는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동지들이 있었고, 지난 투쟁의 시간은 이들을 애도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동료의 상실을 몸과 마음으로 끌어안고 장례투쟁을 하면서 산 사람들이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복직을 이뤄냈다고 합니다. 애도의 시간은 과거의 사건과 슬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것이기도 한데, 누구와 함께 이 미래를 만들 것인지는 또한 서로가 이름을 부르면서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김진숙 복직자가 2차 희망버스 때 발언 속에 참가했던 “성적 소수자 동지 여러분”을 호명한 이후로 존재하지만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을 부른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더 열심히 부른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름과 호명은 서로에게, 사회 속에 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파업 이후 당시 투쟁의 의미가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 투쟁을 ‘인간선언’이라고 표현한 유최안 부지회장은 이길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옳은 싸움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2022년 파업이 2023년에 파업을 또 할 수 있는 힘이 된다면 그것이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파업 이후를 지켜보고 있는 김설해 감독도 노동자들이 자기를 지키고, 동료를 지키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 놀라움과 믿음이 생긴다고 합니다.

성과를 보고 승리냐, 패배냐로 잘라서 나누면 노동자들은 늘 패배했고, 자신은 37년을 패배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는 김진숙 복직자는 사실 자신은 단 하루도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루하루, 한 발 한 발 걸어왔던 여정 자체가 다 승리였고 그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 하나하나가 다 승자들이었다고 합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역시 조합원들이 흘렸던 눈물들, 도크게이트에서 내려다 보면서 마음 아프게 걱정했던 일들 하나하나가 다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더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눠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대화의 시간을 마무리해야 하는 아쉬움이 이야기 손님과 관객 모두에게 컸습니다.

또다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유최안 부지회장은 ‘살아있으니까 좋다’라는 마음을 전했고, 김설해 감독은 현장 영상과 촬영 영상을 공유해 준 영상활동가들과 조합원들 덕분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감사의 인사를, 김진숙 복직자는 늘 경계하면서 깨어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여성주의 활동가/페미니스트들에게 감사하고, 복직을 가능하게 한 싸움에 함께 한 동지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27회 인천인권영화제의 폐막식은 김진숙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복직노동자에 대한 특별영상 상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몸짓패 ‘도크게이트’와 퀴어댄스팀 ‘큐캔디’의 합동 폐막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싸워온 김진숙 동지에 대한 특별 영상과 ‘도크게이트’, ‘ 큐캔디’ 두 팀이 하나 되어 보여준 공연 속 몸짓은 연대의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며, 올해 인천인권영화제의 기조인 ‘싸우는 몸, 애도의 시간: 거리에 서’와도 어우러졌습니다.

올해 폐막식은 인천인권영화제 신진 활동가인 밍고와 4년째 영화제 활동에 참여한 지니가 함께 사회를 진행했습니다. 수어 통역사 진영, 명혜진 선생님 두 분과 문자 통역사 박세희 선생님께서는 수어 통역과 문자 통역을 위해 함께 자리했습니다. 밍고 활동가는 신진 활동가로서의 영화제 활동 소감을 전했습니다.

‘싸우는 몸, 애도의 시간: 거리에 서’라는 기조로 4일간 치러진 인천인권영화제는 4개의 섹션에 총 13편의 인권영화가 상영되었고 함께 이야기 하는 공간이 열렸음을 알렸습니다.

이후 영화제를 준비해온 활동가들이 모두 나와 각자의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아름다운 품앗이’로 도움을 준 서울인권영화제 고운 활동가도 폐막식에 함께했습니다. 컬쳐 팩토리에서 진행되었던 바느질 부스에서 관객과 활동가들이 함께 완성한 ‘존엄, 평등, 연대, 당신을 기억합니다’ 현수막을 펼쳐 들고서 활동가들 모두가 소감과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천인권영화제의 슬로건인 “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를 관객과 함께 외치며 27회 인천인권영화제의 폐막을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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