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알고 있다 Stars Know Everything

28회_인천인권영화제_상영작_별은_알고_있다_이미지

권오연  | 2023 | 다큐멘터리 | 70분 | 한국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 자막해설 |

2022년 10월 29일,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던 이태원 거리는 수십 대의 앰뷸런스 불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희생자들의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서울 시청 앞에는 순백의 국화꽃과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적힌 위패만 덩그러니 놓인 이상한 분향소가 차려졌다. 애도가 아닌 망각을 조장하는 텅 빈 분향소에 저항하며 이태원 참사 가족들은 선명한 붉은 색의 목도리를 두르고 하얀 눈이 쌓인 이태원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 다시 겨울이 오고 있다. 그동안 어떤 시도와 변화와 좌절, 그리고 연대가 생겨났을까. 우리에게 이태원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폐막작 – 10.29 이태원 참사 인천지역 시민대책회의 공동상영 |
<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

별은 알고 있다
Stars Know Everything

감독 : 권오연
제작연도 : 2023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 자막해설
상영시간 : 70분

상영일시 : 2023.11.19(일) 오후 6: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11월 19일(일) 오후 6시 폐막작
10.29 이태원 참사 인천지역 시민대책회의 공동상영
<별은 알고 있다> 상영 후
권오연 감독
송해진 (이재현 어머니)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랄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대화의 시간 후 416합창단의 폐막공연과
28회 인천인권영화제 폐막식을 진행합니다.



작품해설

2022년 10월 29일, 다른 모습과 정체성, 낯섦이 익숙한 문화가 흐르는 이태원에 모여 일상의 한때를 향유하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다시 없을 세계들이 스러지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보아야만 했던 이들의 몸과 마음도 훼손되었다. 이 압도적인 사건, 참사를 두고 왜 돌아오지 못했는가를 묻기도 전에 왜 갔느냐는 질문부터 내미는 국가.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광장에 얼굴도 이름도 없이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 새긴 위패로 채운 분향소를 세웠다. 참사의 희생자들을 얼굴과 이름을 ‘숨겨야 할’ 존재로 취급했다. 유가족들이 서로 만나 모이는 것은 철저히 차단했다. 이 괴이한 행태는 정치인, 미디어로 시작해 떠버리들의 혐오발화를 부추기기에 이른다. 소중한 이를 잃은 이들은 상실의 까닭을 묻거나 슬픔을 제대로 말하며 나누지도 못하는 순간을 지나야만 했다. 그날, 그곳에서의 기억을 가진 이들은 오죽하겠는가. 결국 참사로부터 살아남은 귀한 이조차 잃고 만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참사에 직면했을 때, 상실의 고통과 까닭을 묻고 말할 수 있다는 믿음, 누군가의 용기에만 기대지 않고 용기 낼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살피고 마련하는 곁,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비극을 잊지 않고 누군가의 삶을 기억하고 상상할 때 가질 수 있는 공존의 감각, 안전사회의 가능성을 유보당한 것이다.

떠나보낸 이의 이름 그리고 얼굴과 함께 자신들을 드러내며, 유가족들이 모여 말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이들의 저항의 시간, 쉴 새 없이 부대끼는 몸과 맘을 다잡아야만 했던 순간, 연결됨으로 울고 ‘웃으며’ 나아갈 수 있었던 기억투쟁, 애도투쟁의 기록이다. <별은 알고 있다>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의 길을 향한 말이기도 하지만, 재현씨의 어머니 송해진씨가 “이렇게 싸울 때 내가 좀 더 멋진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자문에 대한 ‘별’들의 대답일 수 있겠다.

기선 인천인권영화제,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인권해설

2022년 10월 29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9명의 삶이 사라졌다.

‘159명이 사라진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159개의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송채림의 유가족 송진영은 말했다. 숫자에는 다 담기지 못한,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떠나간 이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상실을 겪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책임지고, 사과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진실을 찾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긴 여정을 시작했다.

그 길은 잃어버린 말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일방적으로 국가애도기간 설정하고 영정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를 마주했던 시간.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을 축소하려는 이들을 목격했던 과정.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의 막말과 혐오 표현 속에서 우리 사회는 추모와 애도의 말을 잃어버렸다. ‘무엇을 슬퍼해야 하는지, 우리가 경험한 상실이 무엇인지.’ 거대한 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흔적 속에서 다시 일어서야 할 용기를 빼앗겨 버렸다. 이 참사가 남긴 피해의 범위, 그 깊이가 얼마인지 우리는 명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가늠할 뿐이다. 그날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잃어버린 말을 찾기 위해 한 걸음 내디뎠다. 흩어져 있던 서로를 엮고, 이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희생자 유가족, 생존자, 구조자, 지역주민. 그날을 기억하는 이들이 슬픔의 연대를 시작했다.

지나온 길은 기억해야 할 목소리를 남기는 과정이었다. 피해자들은 이 사회에 또 다른 참사의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의 목소리를 새겨나갔다. 시민분향소를 설치해 시민들을 만나고 진실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볐다. ‘안전을 원하거든 참사를 기억하라’ 외쳤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참사가 슬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시작이 되길 바랐다. 이태원, 핼러윈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문제라 생존피해자는 말했다. 축제와 이태원만 탓하며 안전대책을 세우지 못한 이들의 책임이며, 앞으로도 안전하게 우리의 삶도 축제도 지속되어야 하니까. 피해자들은 이렇게 사회에 기억되어야 할 목소리를 남겼다. 떠나간 이들을 위해 그리고 남겨진 모두를 위해.

또다시 ‘안전한 사회’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로 쓰여지고 있다. 반복되는 재난 참사 속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왔던 것은 피해자들이었다. 이들의 목소리는 피해자의 권리를, 재발 방지 대책을, 재난 참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그려왔다. 우리 사회는 또다시 피해자들에게 기대어 나아가고 있다. 세상에 빛이 없던 언젠가 별을 보며 길을 나섰던 이들처럼. 159개의 별을 향해 걷는 길이 조금 더 안전한 사회,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여정이 되길.

랄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권오연 감독


감독
권오연 Kwon Oh-yeon

마음껏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었다. 다큐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도 늘 함께 찍고 연출해왔다. 2015년 강남역사건에서 시작된 페미니즘에 대한 대화를 담은 <X에 대하여>(2017),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한국과 일본에 살고 있는 네 명의 페미니스트가 나누는 우정을 담은 <순간이동>(2022)을 공동연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허망한 끝을 목격하며 고립감을 느낄 때 미디어팀을 만났다. 이미지만 차고 넘치는 시대에 곁을 지키는 카메라의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서 분투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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