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의 방 (Queer room)

퀴어의방 영화장면

온전한 내가 되가 되기 위해서 삶을 퀴어 정체성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공간이 필요한 이들이 각자 자신의 방을 갖는다. 나를 쉬게 하고 나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로 채울 수 있는 공간에서 퀴어인 나는 온전하게 살 수 있다.


[우리가 여기 있다 – 성소수자인권]

퀴어의 방
Queer room

감독 : 권아람
제작연도 : 2018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상영시간 : 29분

상영일시 : 2018.11.23(금) 19:1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작품해설

어디에도 퀴어를 위한 공간이 없다. 나를 보호하고 지켜주어야 할 집에서도 가족들은 나의 정체성을 거부한다. 나는 퀴어로서 존재할 공간을 지키기 위해 방으로 숨거나, 새로운 공간을 찾아 집을 떠난다. 이 과정은 단순한 분리와 독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는 정체성과 신념을 존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생의 공간을 찾고 지키고자 한다. 누군가는 도망 혹은 결핍의 결과로 볼 나의 모습은 새로운 삶의 형태, 새로운 관계 맺음을 위한 기반이고 능동적 결과물인 것이다. 영화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아래 묵인되어 온 폭력과 투쟁의 장으로서 집과 가족의 모습을 폭로한다. 그리고 퀴어가 ‘퀴어의 방’을 넘어 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안전하고 온전히 존재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서연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집’은 혼인·출산을 통해 구성된 가족들이 세대를 재생산하는 장소로서 그 사회적 중요성이 부여된다. 그래서 주택 정책은 기본적으로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그에 따른 전형적 생애주기를 전제한다. 계급 양극화, 청년 실업, 고령화 같은 사회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청년, 노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주택 정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문제가 애초에 노동, 보건복지 등 ‘정상가족’을 모델로 운영되는 사회적 재생산 구조의 참패를 방증한다는 것을 쉽게 잊고 만다. 다수의 주거 취약층을 소수자화하고, 이들에게 주택공급, 임대, 대출 제도의 문을 부분적으로만 개방한다.

개인에게 ‘집’은 소유물이나 자산 증식 수단, 정착과 휴식의 공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집’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 집에서 정착하고 휴식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는 가구마다 다르며, 한 가구 내에서도 구성원들마다 다른 처지에 놓인다. ‘주부’나 ‘엄마’에게 집은 언제나 일터였다. ‘가족’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차별과 폭력이 일어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집은 구성원 각각의 정체성과 욕망을 협상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TV, PC, 식탁과 의자 등 물리적인 공간 배치뿐만 아니라, 밥을 먹고 TV를 보고 잠을 자야 하는 시간 규율, 누군가 방문을 함부로 열 수는 있지만 맘대로 잠가서는 안 되는 룰,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지 등, 이미 이런 사소한 룰들까지도 힘의 불평등 위에서 결정된다. 여성,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집에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까.

퀴어는 어떠한가? 퀴어는 가족에게 커밍아웃하는 것이 더 어렵고 고되다. 퀴어퍼레이드에서 가져온 스티커나 무지개 깃발을 둘 곳이 마땅찮다. 퀴어로서 공간을 점유한다는 것은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넘어 퀴어의 삶의 방식과 정체성이 인정될 수 있는가를 포함하는 것이다. 그래서 퀴어는 집에서 ‘존재’하기 어렵다. <퀴어의 방>은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는 여정과 변화이다. <퀴어의 방>의 주인공들은 퀴어 정체성뿐만 아니라 입시거부, 흡연, 동물권 운동과 비거니즘 등의 면면이 원가족 안에서 불화한다는 점을 깨닫고, 가족을 통해 재생산되는 것이 ‘정상성’이라는 것을 폭로한다. 그래서 소수자 주거권 문제는 ‘가족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물질적 집이 아니라 ‘정상성을 재생산하는 공간으로서의 가족과 집’, 즉 권력과 차별의 문제를 돌아보도록 요청한다.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2006~), ‘소수자 주거권 확보를 위한 틈새 없는 주거권 만들기 모임’(2010~) 등은 소수자, 반차별, 가족과 정책의 문제를 다뤄왔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퀴어타운 프로젝트>(2011), 가족구성권연구모임과 언니네트워크의 <정상가족 관람불가展>(2012),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2013~) 등의 프로젝트는 성소수자 공동체 상상을 위한 자원들을 연결해왔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2015~)의 일시 쉼터, 함께주택협동조합의 성소수자 공동주택 ‘무지개하우스’ 등 사적(私的) 복지를 넘는 퀴어 주거의 가능성은 여전히 실험 중이다.



더지 언니네트워크 운영지기·성소수자공동주택 무지개집 거주자 (23회 서울인권영화제 범용)
언니네트워크는 여성주의 문화운동단체로 비혼/퀴어/아시아를 이슈로 활동합니다. 퀴어페미니스트매거진 펢 발간, 퀴어페미니스트 책방 [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는언니들> <언니네트레킹> 등 회원소모임이 있습니다.
성소수자공동주택인 무지개집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자리한 함께주택협동조합의 “함께주택2호” 입니다. 13명의 성소수자와 5마리의 고양이가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