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길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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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이나 ‘사회적 합의’라는 미명하에 제정을 미뤄온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동의청원 성사 후에도 국회가 심사기한을 넘겨 11월 10일로 연기하자 미류, 종걸 두 인권활동가는 연내 제정을 요구하며 부산에서 국회까지 30일의 도보 행진에 나선다. 5인의 감독들이 ‘평등길 1110’의 여정과 부산, 대구, 청주, 안산에서 만나는 평등의 얼굴들을 담은 이 프로젝트는 불평등의 고된 시간을 ‘차별받는 피해와 고통’으로 압축하기보다는 평등의 감각으로 전환하는 이들, 서로의 곁이 되는 동료 시민들, 그 존엄과 평등의 길을 트고 잇는 구체적인 얼굴들과 목소리의 기록이다.


[폐막작]

평등길 1110

감독 : 김정근 장은우 김설해 정종민 장민경 김일란
제작연도 : 2021
장르 : 다큐멘터리
국가 : 한국
언어 : 한국어/ 영어/ 한국어자막
상영시간 : 48분

상영일시 : 2021.12.19(일) 19: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 온라인 상영 (1차 상영 12월 20일까지, 2차 추후공지)


12월 19일(일) 오후7시 <평등길 1110> 상영 후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인권운동사랑방, 나비 성소수자부모모임,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진행합니다. 대화의 시간에 이어서 인천인권영화제 폐막식을 진행합니다.



작품해설

14년 동안이나 ‘사회적 합의’라는 미명하에 제정을 미뤄온 포괄적 차별금지법. 10만동의청원 성사 후에도 국회가 심사를 11월 10일로 미루자 미류, 종걸 두 인권활동가는 연내 제정을 요구하며 부산에서 국회까지 도보 행진에 나선다. 6인의 감독들이 ‘평등길 1110’의 여정과 그 길에서 만나는 평등의 얼굴들을 담은 이 프로젝트는 불평등의 고된 시간을 ‘차별받는 피해와 고통’으로 압축하기보다는 평등의 감각으로 전환하는 이들, 서로의 곁이 되는 동료 시민들, 그 존엄과 평등의 길을 트고 잇는 구체적 얼굴과 목소리의 기록이다.

기선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평등길1110 부산편

발가락 양말과 바세린 (김정근 감독)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도보행진의 첫날. 긴 여정을 시작하는 미류와 종걸을 응원하는 많은 이들이 모였다. 그들은 저마다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말한다. 더불어 한 달여 긴 여정을 걱정하는 마음도 전한다. 과연 발가락 양말과 바세린은 두 사람을 지켜줄 수 있을까.



평등길1110 대구편

너희는 어떤데요? (장은우 감독)

무슬림 사원 증축으로 무슬림 경북대 유학생들과 대현동 주민들은 갈등을 빚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들은 생활 속에서 차별을 겪는다. 그렇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평등길이 대구를 지나간다.



평등길1110 청주편

넌 차별? 난 차버려! (김설해 정종민 감독)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게 기본값이었던 현석과 성소수자 부모로서 목소리를 내면 혐오 발언을 듣기 일쑤인 나비는 일상 곳곳에 녹아있는 차별에 맞서 싸우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평등길 1110’ 청주 여정에 함께 한다.



평등길1110 안산편

다음은 다르게 (장민경 감독)

차별로부터의 안전과 평등에 관한 이야기다. 에디, 진효정, 김미숙, 김명임은 트렌스 젠더, 한부모 가정, 비정규직, 유가족에 대한 차별 경험 당사자이자 이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주체로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걷는다.



인권해설

차별금지법 제정이 미뤄져 온 14년은 ‘모든 인간이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것조차 선언하지 못한 한국사회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징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오랜 변명은 특정한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낙인찍는 보수종교계의 혐오, 인간을 등급화하며 차별을 동력 삼는 자본의 폭력을 승인하는 근거가 되어왔다. 존재와 권리가 ‘사회적 합의’의 대상이 된 이들에게 사회는 없는 척 살아가거나 적어도 숨죽이며 살아가는 것이 ‘차별당할 만한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말해왔다.

하지만 14년 동안 멈춰 서 있는 정치에 뒤돌아서면 그 시간만큼 만들어온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14년 이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존엄과 권리가 훼손되는 경험에 ‘차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싸워온 사람들이 있다. ‘둘이 걷기 시작했지만 둘이서만 걸었던 적은 없습니다’ 도보행진을 시작한 미류, 종걸 두 활동가의 말처럼 30일의 여정은 바로 그 사람들이 틔워온 평등길을 잇는다. 그리고 ‘차별당할 만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존엄한 존재라는 평등의 가치가 부정되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온 우리의 감각을 엮는다.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10만행동’의 구호가 응축된 듯한 이 다큐는 사회가 지정해준 ‘피해자’의 자리를 벗어나 우리가 어떻게 차별에 고립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당함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처럼 그려지지만, 곁에 선 이들과 함께 만들어온 공동체의 산물이기도 하다. 부당한 대우에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해주는 친구, 차별을 ‘권리’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 대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싸우겠다고 말해주는 지지집단이 있기에 사람들은 계속 싸울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개인의 운과 운명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들의 선의와 관용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홀로 남겨두지 않으려는 사회의 지향과 노력 속에서 얻어질 수 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자신감이 조금 생길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하며 가장 많이 받아온 질문, 하지만 대답하려 할 때마다 때로는 막막하기도 했던 질문에 다큐 주인공 중 한 사람의 대답을 떠올려 본다.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은 제도가 평등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해줄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현재의 투쟁이 해결되는 그런 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말할 수 있는 존재’, ‘살아갈 만한 사회’가 될 거라 말한다. 평등한 사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차별인지를 서로에게 확인시켜주는 사회적 관계, 차별에 함께 맞설 수 있는 동료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자신을 탓하며 외로운 싸움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을 추상적인 구호로 남겨두지 않고 자신의 삶으로 고민해온 이들이 지난 14년의 시간동안 함께 만들어온 ‘사회적 합의’의 풍경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반차별 운동의 가치와 지향을 만들어온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반차별 운동을 주요한 과제로 활동해온 인권운동사랑방 동료들에게 의지하고 배우며 하루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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