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A Long Way to School

학교 가는 길 A Long Way to School 스크린샷

김정인|2020 | 다큐 | 99분 | 한국 | K KS KSL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려 하지만 국립 한방병원 유치를 원하는 주민과 정치인의 반대로 만 5년이 되도록 공사는 시작하지도 못한다. 교육의 권리는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함에도 장애인 학교는 갈등을 이유로 공청회를 연다. 지역을 둘러싼 갈등을 통해 다양한 지역구성원들의 공존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폐막작]

학교 가는 길
A Long Way to School

감독 : 김정인
제작연도 : 2020
장르 : 다큐멘터리
나라 : 한국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한국수어영상
상영시간 : 99분

상영일시 : 2020.12.13(일) 19:0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4관


13일(일) 7시 폐막작 <학교 가는 길> 상영 후
김정인 감독,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대화의 시간과 폐막식이 진행됩니다.



작품해설

서울 강서구에 장애인 특수학교(서진학교)를 설립하려 하지만 국립한방병원 유치를 원하는 주민과 정치인의 반대로 만 5년이 되도록 공사는 시작하지도 못한다. 교육권은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함에도 찬성과 반대라는 갈등을 이유로 공청회를 열고 장애인의 교육권은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 된다. 이 갈등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기인하기도 한 것이지만, 다양한 존재가 함께 엮어내는 삶의 관계가 만드는 풍요로움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규모 임대아파트와 함께 세워진 공진초등학교는 가난을 이유로 분리되고 차별받았던 공간이었다. 이제 폐교된 이 공간이 장애인 특수학교라는 이유도 또다시 차별받고 있다. 삶의 공간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고 구획할 때 마을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 가난한 사람을 밀어내고 차별을 통해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서진학교 설립과정은 지역을 둘러싼 갈등과 욕망의 맥락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다양한 지역구성원과의 공존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_랑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2017년 10월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부모들은 무릎을 꿇었다. 반대하는 주민들도 ‘우리도 차별받고 있고 힘들다’며 맞은편에서 무릎을 꿇었다. 언론은 아수라장이 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를 비추며 기피시설이 된 특수학교의 현실과 반대하는 주민들의 모습,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위해 싸우는 부모운동의 절박함을 다투어 보여줬다. 그리고 2018년 9월 초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국회의원은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건립하는 대가로 ‘인근 학교통·폐합 시 해당 부지를 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으로 협조’하기로 하는 등 협력사항이 포함된 합의를 한다. 정치와 행정이 인권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정책을 만들어내는 역량 부족이 여기서 확인된다. 반대와 찬성 양쪽에 이해 당사자로 시민을 위치시키고 권리의 충돌로 보이게 하며 인권을 합의해야 하는 문제로 해결한 것이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찬반 구도의 프레임에 빠지지 않는다. ‘왜 양쪽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마주해야 했을까?’ 질문을 품은 카메라는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 부지인 공진초등학교를 둘러싼 강서구 가양동 지역 전체로 프레임을 확대한다. 90년대 강서지역 주택공급정책이 실패하면서 사회적 소수자를 취약계층이란 이름으로 한곳으로 구분하여 몰아넣는 정책을 집행한 서울시. 공진초등학교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학생들만이 다니던 학군이었다. 마치 거대한 시설을 연상시키는 가양 4, 5단지 임대아파트에 살아온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며 살아왔을까. 영화는 차별받는 지역에 장애인까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대신 그들이 빈곤하다는 이유로 함께 살아갈 경계 밖으로 어떻게 밀려났고, 무엇을 경험했는지 유심히 담는다.

장애인 운동은 오랫동안 장애인을 가두었던 시설 폐쇄를 주장하며 싸워왔다. 장애인 교육권은 시설 밖에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토대로서 필수적인 권리이다. 거주시설이란 건물에 갇혀 차별받던 장애인과 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분리하는 주거, 교육 정책으로 차별받던 가양2동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 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양쪽 다 다양한 소수자를 분리하고 감금하는 시설사회에서 “수용시설을 도시의 인프라적 차원에서 다층적인 형태의 담론과 수행, 물질적 구조, 지역조직, 노동시장 등과 역동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시설이 재생산되는 형태인 감금회로망(carceral circuitry)”안에 주민과 장애인이 위치하고 있다. 법과 제도가 인권의 가치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구분과 경계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차별받는 사람들의 연대는 더욱 멀고 어렵게 한다.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특수학교 짓기를 후퇴 없이 추진하고, 임대아파트 주민들을 차별했던 서울시의 정책을 사과하고 대책을 세워나가는 것. 제도는 이렇게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민토론회라는 이름으로 권리를 경합하게 하고 합의 대상으로 만드는 제도의 무능 속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이 감금회로망을 꿰뚫어 보며 서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장애인 부모운동은 “개인의 이름으로 지키기 힘들었던” 것들을 조직적인 투쟁으로 권리화해 나가고, 공진초등학교 졸업생과 지역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것이 장애인이 아니라 자꾸만 분리시키는 정책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목소리가 비록 가장 크게 들리지 않는다 해도, 감금회로망의 사람들이 끝없이 증언하고 만들어가는 이 연대가 서로를 지킬 ‘권리회로망’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애여성공감은 정상성에 도전하고 소수자와 연대하며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