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인천인권영화제 데일리 소식지 #3 (셋째날)


공존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27회 인천인권영화제
2022.11.24 목 ~ 27 일

영화공간 주안 3,4관, 컬쳐팩토리



“ 셋째날 현장스케치 ”


영화제 셋 째날, 할머니들의 목소리와 제주의 풍경으로 4.3을 이야기하는 ‘돌들이 말할 때까지’ 상영 후
김경만(감독), 백가윤(전 제주다크투어), 관객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과거사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애써서 발굴하지 않으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영화가 잘 담아내었다는 백가윤의 감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김경만 감독은 할머니들이 카메라 앞에서 말을 할 수 있었던 건 4.3을 연구하는 연구자, 4.3도민연대와 같은 단체 현지 활동가들의 노력과 더불어 4.3에 대한 반성과 추모의 언어가 나오는 공식적인 행사가 열리는 등 여러 여건들이 배경으로 자리했기에 작품을 촬영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할머니들이 목소리 내는 일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우선 김경만 감독은 할머니들이 자신의 경험을 체화하여 이야기하는 힘이 있고, 특히 영화에 나오는 다섯 할머니들은 주체적인 한 사람으로 이야기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4.3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전달할 수 있길 바랐다고 합니다. 백가윤은 4.3의 피해자 중 33%가 여성, 노인, 어린이이기에 여성의 목소리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4.3에는 수 많은 여성이 있고, 그 목소리를 발굴해보면 그 안에 4.3속 한 사람, 한 사람의 일대기를 타고난 듯이 잘 설명해주시는 할머니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목소리들을 놓치지 않고 여성들의 주도적인 삶을 기록하는 과정은 4.3은 분단을 막고 통일을 위해 자주적으로 싸운 역사를 재조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연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김경만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제주의 자연으로 4.3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4.3과 관련된 장소로 가보니 4.3의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자취가 사라지거나 개발이 진행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제주도 전역이 피해를 입은 장소이기 때문에 5.10선거 반대 운동은 봄의 생명력으로, 초토화 작전은 겨울의 혹독함으로 표현하는 등 계절감을 생각하며 연출을 했다고 합니다. 덧붙여 백가윤은 유해가 가장 많이 묻힌 장소는 제주공항이고, 제주 사람들이 끌려나가 형무소로 가는 곳이 제주항이라고 하며 제주에 발 붙이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4.3위에 발 딛는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두 게스트 모두 베트남전, 우크라이나 전쟁, 미얀마의 로힝야 그리고 여러 모습으로 국가폭력이 일어나고 있으므로 4.3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4.3을 고민하고 애도하는 것이 현실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신석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애프터미투’는 #미투 이후의 이야기와 고민을 담은 네 편의 옴니버스 다큐영화입니다.

영화 상영 후, 첫 번째 에피소드 ‘여고괴담’의 박소현 감독, 세 번째 에피소드 ‘이후의 시간’의 강유가람 감독, 성폭력상담소의 오매 활동가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유가람 감독은 미투운동이라고 했을 때 미디어에서 주목받지 못했거나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진 문제, 친밀한 관계 내에서의 폭력 같은 사회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던 부분을 담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가 공개되었을 때 어떤 내용은 왜 담았냐는 질문도 있었지만 상상했던 내용이 아니라 좋았다는 감상도 있어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고 합니다.

오매 활동가는 한편한편이 너무 소중했는데, 용화여고 스쿨미투는 2003년에 혼자 싸우다 퇴학당했던 일도 있었는데 2018년에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만남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고 친족, 가족내 성폭력 피해자들 같은 경우에는 너무 일상적으로 일어나 뉴스도 안되서 그렇게 매일을 살아가는 분이 미투운동을 보면서 ‘우리 얘기는 언제 할 수 있을까?’ 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에피소드) ‘그레이 섹스’가 던져주는 질문들이 던져주는 의미도 많다고 생각하고, 피해자가 저항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있었는지가 강간죄 기준인데 이런 것도 이제는 바뀌어야 하고, 이를 위해 강간죄 개정운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셨습니다.

박소현 감독도 여고괴담 만들 때 재판에 갔었는데 거기에서도 피해 사실을 고발한 졸업생들에게 왜 (피해 후에도) 스승의 날 때 가서 선생님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는지 그런 것들이 주제였는데 가해자 측에서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이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그레이섹스와 첫 번째 ‘여고괴담’도 그렇게 연결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들과 관객들의 소감과 질문도 나누고, 모두 함께 “성차별, 성폭력이 만연했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외치며 대화의 시간을 마무리 했습니다.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뼈 The Bone’는 일본 아키타 지역의 조선인 강제노역자를 기억하기 위해 40년이 넘는 세월을 고군분투해온 재일교포 하정웅과 일본 사학자 차타니 쥬로쿠가 이어온 시간을 보여줍니다.

감춰진 진실을 위해 기록과 기억(증언)을 찾고 이것들을 다시 기록하며 희생자들의 삶을 알리며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책임을 묻는 이 모든 과정이 ‘애도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의 ‘애도의 시간’과 함께 한국에서 현재 진행형인 참사,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 위중증 피해자들의 가족과 함께 우리의 애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기억과 애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10월 29일 이태원 참사와 영화 속 두 사람이 조선인 강제노역자들의 이름을 찾아주고 불러주는 장면이 겹쳐 참사의 희생자를 어떻게 기억해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나눴습니다. 호성엄마(정부자 (사)4.16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는 세월호참사의 모든 희생자들이 수습도 되기도 전에, 유가족들이 아직 준비도 되기도 전에 자녀들이 공개되고 특히 세상을 떠난 이가 어떤 존재였는지 보다는 한부모 가정이나 가정환경 등 배경을 더 부각시켰던 것을 떠올리며 유가족들의 의사가 중요하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독립영화 감독이기도 한 마민지(코로나19위중증피해 유가족)는 최근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상실의 치유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 지금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책을 쓸 계획이라고 합니다. 유품을 하나씩 꺼내보며 어머니라는 한 인물이 자신에게 남겨준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추모와 애도는 공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참사에서 제대로 된 추모의 공간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안산에 추모와 기억을 할 수 있는 4.16생명안전공원을 만드는 중인데, 거짓 소문과 정치적 공격에 주민들의 반대도 많았지만 마을 곳곳을 유가족들이 다니며 주민들을 만나고 가족만이 아니라 안산시민이 함께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한편 코로나19 위중증 피해자들은 참사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돌보는 것이 현재의 애도의 장소였습니다.

마민지가 생각하는 추모의 공간은 유가족이 모여서 공통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유가족이 아닌 사람들도 함께 슬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습니다.

존재의 상실은 슬픔과 고통임에 분명하지만 그 죽음이 재난/참사라면 혼자만의 슬픔으로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재난 참사가 사회적인 만큼 애도 역시 사회적일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종종 ‘순수한 애도’, ’순수한 유가족‘을 강조하며 슬픔을 개인화합니다. 호성엄마는 왜 거리로 나오고 국가와 싸울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죽음의 이유가 궁금했던 유가족들에게 사실을 밝히고 사과를 하기보다는 경찰을 앞세우고 막아섰기에 더 싸울 수 밖에 없었고 이제는 더 시끄럽게 목소리 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이면서 희생자들을 존엄하게 대하지 않는 현실에 처해 있는 코로나19 유가족들은 그 죽음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서러움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의 감염과 사망이 발생하는데도 코로나19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 사회에 실망감이 큰 유가족들의 상황을 들으니 우리가 코로나19 위중증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각자 겪은 참사의 유가족으로 이 참사를 어떻게 기억할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다큐 감독으로서 코로나19라는 사건을 어떻게 사회의 기억으로 만들지 영화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는 마민지와 엄마의 기록을 하고 있다는 마민지의 이야기에 250명의 단원고 학생들의 기억을 남기고 싶어졌다는 호성엄마, 이렇게 서로가 각각의 다른 참사이지만 기억과 애도의 행동으로 함께 엮이고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이 시간이 새로이 기억과 애도를 만드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뼈’를 만든 신나리 감독의 쾌유를 빌며 응원의 마음을 나눴습니다.

랑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영화제 셋째날 플랫폼경제하에서 긱노동이 불안정노동을 심화시키고 기본인권인 노동권을 위협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긱 이즈 업’ 상영 후 윤지영님(공익인권법재단 변호사)과 함께 노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을 매개한 긱노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흔하게 볼 수 있는 배달노동, 택시노동 외에도 대리주부를 부르는 가사노동과 교육이나 과외, IT업계의 웹디자이너 등 많은 직종이 플랫폼을 매개로 일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정부 발표로는 전제 노동인구의 8%정도가 긱노동에 종사하고 있다고 하지만, 숨겨지거나 파악되지 않은 긱노동을 고려하면 정부발표의 2배인 16%정도에 이르고 점점 더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플랫폼 경제의 긱노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는 불안정노동의 확산의 영향도 큽니다. 윤지영님이 노동 현장에서 보아온 비정규직 파견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때 학생을 구하려다 순직하신 김초원, 이지애 선생님의 경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순직을 인정하지 않아서 살아서 받는 차별이 죽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비정규직은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이지만 산업재해는 정규직의 8배에 이르고 있으며, 일하는 동안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고 생활의 안정도 취약해져 우울함도 높고 자살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합니다. 결국 비정규직은 모든 부분에서 불안정하고 힘들고 이 사회에서 처벌받아도 되고 존엄성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낙인까지 찍혀있는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차별이 온존하는 상황에서 플랫폼 경제의 긱노동은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긱노동을 통해 생계를 꾸리려면 더 많은 노동시간을 투여해야 하고 더 적은 임금을 감수해야 합니다. 노동은 고립되어 자신의 노동에 대해 누구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없고 온전히 스스로 감내해야 합니다. 플랫폼 경제로 들어서면 노동자 스스로도 노동하는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전락합니다. 시간 여유도 있고 자유로울 것 같은데 알고리즘으로 더욱 심한 노동통제를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이 아닌 자영업자 독립사업자로 되어 노동자로서 사회로부터 보호받는 모든 부분의 권리를 누릴수 없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평가시스템으로 그나마 불안정한 일자리가 더욱 불안정하게 되어 버린다고 합니다.

플랫폼 긱노동의 불안정성이 문제가 되면서 미국에서는 AB5법이 등장하는데 노동자를 사실상 매개하여 이윤을 획득하는 회사는 노동법에 정한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골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을 제정하려고 했는데 이 법은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규정하여 오히려 노동자 방치법, 차별을 부추키고 있는 법이라 부를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AB5법과는 정 반대의 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헌법에서 규정한 노동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실제 노동을 규제하는 법률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약하고 노동쟁의도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해서 사실상 합법적인 쟁의를 할 수 없게 만들어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노동권을 심하게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법 개정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싸워야 함을 강조하시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윤지영님은 지금과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혁신처럼 보이지만 기존의 노동관계에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책임을 면제 받게 되어 그 이익을 누리고 있다면 그 이면에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다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말로 ‘긱 이즈 업’ 대화의 시간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머큐리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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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빚는 몫소리
사람을 생각하는 한땀한땀, 마음을 이어주는 한코한코, 다르게 만드는 뚝딱뚝딱 전시와 만들기!
차강 바느질작가와 함께

기억으로 빚는 일상
그리움을 잇고 이야기를 엮는 세월호 엄마아빠들이 만드는 소품, 4.16 기억상점과 함께

자연과 공존하는 일상
직접 만든 친환경 비누와 샴푸, 립밤을 만날 수 있는 시간!
허브 영상활동가와 함께

책으로 만나는 인권
인천인권활동가들이 권하는 다양한 인권서적들을 만날 수 있는 인권책방

선전, 서명 및 전시
여러 인권 현실과 대안에 대한 선전과 전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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