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캠튼, 루벤 햄린 | 2023 | 다큐멘터리 | 80분 | 영어 한국어자막해설 |
미국의 대학생 테일러는 온라인에 유포된 자신의 딥페이크 포르노를 발견한다. 딥페이크에 대한 어떤 사회적 조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직접 해결에 나선다. 그녀에게 다른 피해자 동료들이 나타나고 함께 해법과 정의를 찾아간다.
Synopsys
SXSW Special Jury Award Winning documentary ANOTHER BODY follows American college student Taylor’s search for answers and justice after she discovers deepfake pornography of herself circulating online. She dives headfirst into the underground world of deepfakes, and discovers a growing culture of men terrorizing women—influencers, classmates, friends. More than just a cautionary tale about misused technology and the toxicity of the online world, this documentary transforms the deepfake technology weaponized against Taylor into a tool that allows her to tell her story and reclaim her identity.
| 일렁이는 몸들 |
어나더 바디
Another Body
감독 : 소피 캠튼, 루벤 햄린
제작연도 : 2023년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영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80분
상영일시 : 2024.11.29. (금) 오후 7:3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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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여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과 가짜를 의미하는 단어인 ‘페이크’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가짜 이미지나 영상물을 뜻한다. 미국의 대학생 테일러는 온라인에 유포된 자신의 딥페이크 포르노를 발견한다. 자기 얼굴이 다른 이의 몸에 합성되어 음란물 사이트를 통해 수많은 이들에게 노출되었지만, 경찰은 실제 그녀의 몸이 아니기에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없다고 답한다. 테일러는 딥페이크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직접 해결에 나선다.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한 다른 피해자들을 찾아낸 그녀는 그들과 함께 딥페이크 성폭력의 배후를 파헤치며 자신의 삶을 계속해서 달려가려 노력한다. 영화는 그녀들의 용기와 연대의 과정을 따라가며 딥페이크라는 기술을 어떤 의도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담는다. 그럼으로써 딥페이크 성폭력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범죄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오래전부터 깔려있는 성폭력이 다른 탈을 쓰고 등장했을 뿐이라는 것을 알린다.
희우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2024년의 한국과 2023년 미국. 공교롭게도 피해자와 연대자들이 딥페이크 성폭력을 사회 문제로 제기한 2024년 한국에서 2023년에 개봉한 <어나더 바디>의 상영은 이 문제가 어떻게 국경을 초월한 여성에 대한 폭력인지를 보여준다.
<어나더 바디>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머릿속에 물음표가 뜨게 한다.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이 진짜일까?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장면일까? 그러고는 어떤 순간에는 갑자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화면으로 전환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촬영의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와 그 밖의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 사이의 경계는 얼마나 흐릿한가? 그 속에 등장하는 나는 전부 나인가? 컴퓨터를 끄면 사라지는 세계인가?
한국에서는 2020년 텔레그램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합성·편집·가공을 통한 성폭력을 다루는 법이 성폭력처벌법 안에 신설되었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합성·편집·가공이 허위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해당 법 조항의 이름이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등’에 관한 죄라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하여 피해자들은 여전히 이런 질문을 받는다. ‘진짜 네 몸이 아닌데 뭐가 그렇게 심각해?’ 우리는 이 질문에 어떻게 반박해 나갈 수 있을까. ‘정말 진짜처럼 보이기 때문에 문제다’라는 반박은 ‘너무나 정교해서 딥페이크물인 줄 몰랐다’는 가해자들의 변명 앞에서 힘을 잃기 쉽다. 진짜와 가짜의 구분은 피해자들의 사회적 고통을 규명하는 데 다시 발목을 잡는다.
오히려 우리는 딥페이크물이 피해자의 존재와 얼마나 같은 것인지를 설명하는 데에 골몰하기보다, 피해자의 존재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설명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딥페이크물이 ‘어나더 바디’로 구성되는 데에 어떤 것들이 작용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테일러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이렇게 증언한다. ‘가해자가 같은 재학생일까봐 걱정된다.’, ‘이름, 대학, 동네, 주소, 신용카드 정보 등이 유포되었다. 찾아와서 강간한다는데 두렵다.’, ‘누가 이 폭력에 관여했는지 모르니까 새로운 공동체 안에서 소극적이게 된다.’, ‘그 영상이 나의 평판을 망친 것 같다.’ 여성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재현하는 딥페이크물이 문제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해자는 대상화를 통하여 여성을 통제하고, 성적 대상화는 여성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시켜 통제를 해내기에 지금의 사회에서는 너무나 유효한 방법이다. 성적 대상화를 통한 사회적 평판의 훼손에 이용되는 도구로 쓰인 이미지가 촬영의 방식 혹은 딥페이크의 방식, 어떤 방식으로 ‘생성’되었는지는 폭력이 구성되는 데에 크게 상관없을 수 있다. 그 이미지의 내용이 가슴이나 성기가 얼마나 노출이 되었든, 고양이를 안고 찍은 사진인지 역시 폭력이 구성되는 데에 크게 상관없을 수 있다. 심지어는 이미지가 이용되었는가, 이름, 학교, 직장, 주소,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만이 이용되었는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테일러는 성적 대상화에 맞선다. <어나더 바디>에서 딥페이크물로 대상화된 ‘나’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나’가 누구인지 보여준다. 나는 어떤 성격이고, 피해를 인지한 이후 무엇이 가장 고통스러웠으며, 어떻게 대응을 해나가고 싶었고, 평소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매일 매일 생각과 감정이 어떤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성취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테일러가 거치는 과정은 가해자가 멋대로 통제하고 깎아내릴 수 없는 존엄한 ‘나’를 구성해 나가는 여정으로 보인다.
온라인 성폭력 산업은 남성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산업은 다시 남성문화를 유해한 방향으로 이끈다. 테일러가 아닌 또 다른 피해자의 딥페이크물의 조회수는 53만여 회, 딥페이크 포르노 사이트 개수는 6,500여 개, 그리고 ‘걔가 그랬을 리 없어’라는 친구의 말을 들었다는 피해자의 증언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판 훼손이라는 가해자의 의도가 얼마나 잘 작동할 수 있는 사회인지를 보여준다. 한편, 이 다큐멘터리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저항과 변화의 가능성은 결국 여성주의 네트워크 연대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자명한 사실에서 희망을 찾는다.
남성의 심기를 거스른 여성들에 대한 ‘처벌’로서의 딥페이크. 그러니 진짜인가? 가짜인가? 그것이 아니라 뭣이 중헌디. 이것이 <어나더 바디>가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여파/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감독
소피 캠튼 Sophie Compton
불평등에 대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국 감독, 작가이자 활동가이다. 그는 에든버러페스티벌 프린지 수상작인 <퓨너럴 플라워스 Funeral Flowers>를 포함하여 여섯 편의 연극을 제작하고 연출했다.
감독
루벤 햄린 Reuben Hamlyn
개인 경험의 내밀한 프레임을 통해 권력과 불공정, 기술과 미디어가 정체성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그의 전작인 <로저 Roger>는 기술적 장벽을 우회하려는 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