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스토리, 스티븐 메잉 | 2024 | 다큐멘터리 | 104분 | 영어 한국어자막해설 |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전·현직 노동자들이 아마존 노동조합(ALU)으로 모여 세계적으로 큰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과 맞서 싸운다. 회사의 노조 와해 책략이 노골적이지만, 각자의 삶의 무게와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은 결의를 잃지 않고 집단행동을 이어간다.
Synopsys
The Amazon Labor Union (ALU)—a group of current and former Amazon workers in New York City’s Staten Island—takes on one of the world’s largest and most powerful companies in the fight to unionize. Despite Amazon’s constant anti-union machinations, the workers never lose hope, and we witness their determination and how effective collective action can be.
| 일렁이는 몸들 |
아마존 노동조합
Union
감독 : 브렛 스토리, 스티븐 메잉
제작연도 : 2024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영어 한국어자막해설
상영시간 : 104분
상영일시 : 2024.11.30. (토) 오후 1:20
상영장소 : 영화공간 주안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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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시간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저자
최효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분회장
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작품해설
2022년 4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그 주인공은 뉴욕시 스태튼 아일랜드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던 ‘전·현직’ 노동자들로, 전·현직인 이유는 해고된 노동자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1994년 설립 이래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왔고, 노조결성을 막기 위해 각종 노조 와해 책략과 압력을 행사해 왔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급성장한 아마존은 미국의 민간기업 중 두 번째로 고용 규모가 큰 기업이 되었으나 노동자에 대한 통제와 감시, 잦은 해고, 열악한 노동 조건은 여전했다. 밀폐된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해도 안전을 위한 조치보다는 폭주하는 물량의 배송 지연을 걱정하여 노동자들을 더 옥죄였다. 이에 항의하며 파업하다 해고된 이를 중심으로 노동자들은 회사의 방해와 탄압에도, 각자가 처한 개인적인 어려움과 투쟁의 방향을 둘러싼 갈등 등을 헤쳐나가며 결의를 잃지 않고 집단행동을 이어 나간다.
센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인권해설
현대자본주의의 과제는 물건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넘치는 물건을 어떻게 한정된 소비자에게 판매할 것인가이다. 문제의 해법은 소비자의 욕망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과 빛의 속도로 상품을 배달하는 것이다. 무수한 족발집 사장님들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족발을 먹고 싶은 인근 동네 주민에게만 가게를 홍보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식욕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고 식욕이 사라지기 전에 족발을 배달해야 한다.
플랫폼자본은 인간의 뇌에 정보를 캐는 칩을 심는 것 대신 핸드폰을 쥐여주고 플랫폼에 접속해서 놀게 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SNS에 취미가 무엇인지, 어디로 놀러 갔는지 등을 사진과 글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기 시작했고 친구의 콘텐츠에 좋아요와 구독을 남기는 소비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거 소비자들이 백화점과 마트에서 쇼핑과 문화생활을 함께 했다면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웹툰과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쇼핑을 한다. 아무리 많은 쿠팡노동자들이 죽는다 해도, 쿠팡플레이를 통해 손흥민, 김민재의 경기를 볼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쿠팡의 멤버가 된다. 플랫폼기업에 대항하는 저항운동이 어려운 이유다.
반면, 플랫폼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의 일터는 놀이터가 아니다. 가장 빠른 배달을 위해 지어진 물류창고에는 상품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노동자들이 상시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이들은 계절적 수요에 따라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자여야 하지만 물류창고를 벗어나면 안 되기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채용한다. 반면 물류창고를 들렀다 소비자에게 떠나야 하는 노동자들은 건당 임금을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들로 계약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고 배달 속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플랫폼 자본의 필요에 따라 고용형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고용형태이든 노동조합을 조직하기는 어렵다. 언제든지 계약해지와 계약체결이 가능한 유연한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자본은 자본주의 탄생 이후 파업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최초의 자본이다.
그렇다면 플랫폼노동자들의 조직화는 가능할까? 영화 아마존 노동조합에서 보듯이 가능하다. 한국에 라이더유니온이 있다. 오히려 질문을 바꿔야 한다. 노동조합 조직을 한 뒤 과연 파업을 통해 동등한 협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까. 항시적인 대체인력이 있는 가운데 파업으로 회사에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운동은 노동운동이자 사회의 여론을 움직여야 하는 사회운동이자 정치운동이어야 한다. 아마존 노동조합의 매력적인 리더 크리스 스몰스가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운동은 ‘새로운 방식’의 노동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마존 노조조직을 위해 위장취업을 하고, 소속노동자가 아닌 활동가들이 노조활동을 지원하고, 공짜 피자와 공짜 대마초를 뿌리며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모습은 전통적인 노동운동의 모습이다. 심지어 리더의 독단적인 모습과 내분까지 닮았다. 우리나라의 초기 노동운동 리더들 역시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들이었다. 사람들이 플랫폼노동운동이 새롭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존 노조를 만드는 것처럼 미조직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노조는 어제의 미조직노동자들이었다. 오늘의 늙은 노동자들은 ‘노조’라는 말에 가슴 떨려하며 유인물을 뿌리고 우왕좌왕하던 청년노동자였다.
라이더유니온의 주요한 활동 중 하나는 유튜브다. 배달노동자 2~3만 명이 노조의 유튜브를 매주 시청한다. 그러나 유튜브로 노조에 가입하는 사람은 적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고 밥 먹고 이야기하고 술 먹고 싸우는 지난한 과정에서 조합에 가입한다. 유인물을 유튜브로 바꾸었을 뿐 새로운 것은 없다. 젊은 청년이나 새로운 산업이 새 노동운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해방’이라는 오래된 꿈에서 가슴 뛰는 노동운동이 또다시 만들어진다. 이토록 당연하고 보편적인 일이 미국 아마존에서도 일어났을 뿐이다.
박정훈 배달노동자, 공공운수노동조합 부위원장
인권해설
2022년 4월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조합 설립 소식이 쿠팡 노동자들에게도 들려왔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합은 2021년 6월 6일에 설립됐다. 그 소식이 미국에도,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도 들렸을까?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몰과 물류센터 운영방식을 그대로 한국에 복사, 붙여넣기 한 쿠팡. 쿠팡 물류센터의 현실은 2020년 쿠팡 부천신선센터에서의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한국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미만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세운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그나마 노동조합법이 미국처럼 악독하지 않아서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전국 3만~4만 명의 노동자 중에서 13명의 노동자가 모였음에도 설립할 수 있었다.
우리 노동조합의 활동과 유사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특히 내가 2년을 근무했고, 해고된 이후에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쿠팡 인천4물류센터 출입구가 겹쳐 보였다. 해고되기 전, 그리고 해고된 이후에도 매일 자리를 지켰던 그곳. 그 출입구 앞에서 노동조합은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 차 나눔도 했었다. 여성의 날에는 장미꽃을 나눠주기도 했다. 무료법률상담소를 설치하기도 했고,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받기도 했다. 1,500명 노동자 중 900명 이상이 동참했던 서명운동. 노조 소식지를 비롯한 선전물도 많이 나눠줬다. 연대 오신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님이 “여러분들에게 돈을 갖다주는 소식지입니다. 받아 가면 돈이 생기는 소식지입니다!”라 외쳤던 것은 정말 잊기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다. 영화 속 바람에 무너진 천막은 올해 폭우로 송두리째 날아가 박살 난 온도감시단 대구출장소 천막을, 작년 태풍 때 빗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폭삭 주저앉은 인천 천막농성장을 연상시켰다. 방송차에서 자주 잠을 청해야 했던 올여름, 아마존 물류센터에서도 차에서 잠든 활동가가 있었을까?
그래서 아마존 노동조합은 어떻게 되었을까? 쿠팡물류센터 현장은 노동조합 설립 이후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름철 폭염시기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에어컨이 설치된 현장도 있고 약간이나마 추가 휴게시간이 보장된다. 폭염과 혹한에 대한 예방이 사업주가 의무가 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노동조합이 분회를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는 현장에는 관리자의 갑질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노사협의회 선거에도 출마하여 모두 최다득표자가 되어 근로자위원으로 당선됐다. 2022년으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미국 아마존 노동조합의 현재가 궁금해진다. 토네이도 사고 이후 아마존 물류센터에는 휴대폰 반입이 허용됐다고 하는데. 아직 쿠팡에서는 덕평물류센터가 전소되는 화재를 겪어도 현장 휴대폰 반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쿠팡 한국법인의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미꾸라지처럼 책임을 회피한 쿠팡 김범석 의장. 미국에 산다고 하는데 속히 만나러 가야겠다. 바다 건너간 김에 아마존 노동조합과 스몰스 위원장을 꼭 만나보고 싶다. “아마존에서 노조 하기 힘드시죠? 쿠팡도 비슷합니다. 그래도 우리, 길게 보고 포기하지 맙시다. 투쟁!”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
감독
브렛 스토리 Brett Story
브렛 스토리는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다. <가장 더운 8월 The Hottest August>(2019) 등을 연출했다. <아마존 노동조합 Union>은 2024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감독
스티븐 메잉 Stephen Maing
영화제작자이자 촬영감독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장편 논픽션 영화 제작의 미학적 형식과 한계의 확장을 추구한다. 그에게 작품은 사회현상이나 복잡한 권력관계와 이에 도전하는 이들에 대한 시각적 탐구이기도 하다. <크라임+퍼니시먼트 crime+punishment>(2018) 등을 연출했다.
연출의도
일군의 노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아마존을 상대로 예상치 못한 노조 결성 운동을 벌인다. 〈아마존 노동조합〉은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 위치해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조직하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노력을 밀착취재하여 놀랍도록 생생하게 기록한 연대기이다. 이 영화는 오늘날의 세계화된 경제 환경 속에서 존엄성과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위한 투쟁, 그리고 집단행동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를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