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8PM MOVE@8PM

27회_인천인권영화제_상영작_무브@8PM_이미지

퀴어 댄스팀 큐캔디 멤버 이안과 돌, 김유스는 보안 검색 감독관, 이공계 대학원생,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한편,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자신을 표현한다.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세상과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무대 사이를 오가는 긴장 속에서도 큐캔디의 세상을 향한 통쾌한 춤은 계속된다.


| 싸우는 몸 |

무브@8PM
MOVE@8PM

감독 : 정가원
제작연도 : 2022
장르 : 다큐멘터리
언어 : 한국어, 한국어자막, 영어자막, 한국수어, 자막해설
상영시간 : 86분

상영일시 : 2022.11.27(일) 오후 2:50
상영장소 : 영화공간주안 3관

11월 27일(일) 오후 2시 50분 <무브@8PM> 상영 후
정가원 감독, 큐캔디 멤버
김유스 큐캔디 멤버
돌 큐캔디 멤버
이안 큐캔디 멤버와
밍고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와 함께
무대 인사 시간을 진행했습니다.






작품해설

퀴어 댄스팀 큐캔디 멤버 이안과 돌, 김유스는 보안 검색 감독관, 이공계 대학원생,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한편,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자신을 표현한다. 8PM은 곡 선정에서부터 몸짓 하나까지 큐캔디만의 춤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정상성의 규범을 흔드는 자신들의 ‘멋짐’으로 채운 큐캔디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의 멋진 태도와 춤은 에너지가 되어 전달되고 관객들은 절로 몸을 들썩이게 된다.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세상과 얼굴을 드러내야 하는 무대 사이를 오가는 긴장 속에서도 큐캔디의 세상을 향한 통쾌한 춤은 계속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큐캔디는 각자의 일상도 춤도 일시 멈춤에 들어간다. 내가 온전히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공간과 나를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연결될 수 있는 춤에 대한 큐캔디 멤버들의 그리움과 걱정은 큐캔디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대 속 우리 모두의 모습과도 연결되어 있다. 큐캔디 멤버의 삶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춤과 함께 우리의 만남이 계속되기를, ‘멋짐’의 순간이 만드는 희열을 기대하게 된다.



인권해설

“함께 만나 같이 더 빛났던 오후 여덟 시는 오롯이 남아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제목에 대한 주석 같은 이 문장으로 끝났다. 오후 8시의 움직임은 퀴어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세상과 퀴어로서 춤추는 무대, 두 개의 세상을 매개하는 움직임이다. 주인공들은 두 개의 불화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 사실은 8시 모임을 통해서 인식 가능하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지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유독 중요하다. 세상에 위장전입 해있다가 언더에 모여들어 서로를 확인하고 회의하고 훈련한다. 해방을 위한 자리에 서기 위해서 몸과 관계를 다지는 시간. 땀과 눈물과 웃음이 흐르는 시간. 억압(적인 장소)과 해방(적 장소)을 매개하는 시공간이 없다면 억압도, 해방도 존재하지 않는다. 억압과 해방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판결문이 아니다. 억압을 인식하고 체험한 몸들이 모여서 그것을 확인하고 해석하며 해방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해방의 지향을 설정했던 그 언더그라운드에서의 8시가 있었기 때문에 두 개의 세상을 지목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여덟 시에 빛났다고 했지만 그 빛은 밖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 빛을 품고 무대에 올라서 발산한다.

부치가 무대에서 빛나고 있다. 요즘 레즈비언들에게는 부치가 멋없고 시대에 뒤떨어졌으면 세상에 적응(주류화)하지 못해 이미 멸종위기에 처했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는데 (‘비남성의 남성성’이 멋있지 않다니 나는 당황스럽다) 재현의 중심이 되어 다큐에서도 빛나고 있다. 부치란 무엇인가. “펨이 아니라서 부치”인가, “여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나타난 존재”인가, 여성성과 남성성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되어야 부치인가. 이런 질문을 품은 이들이 춤을 추느라 무대 위에 있다. 어렸을 때부터 소외되었지만 스스로 좀 멋있음을 아는 이들이었다. 너는 “머리도 짧고 되게 이상해, 이미지가 안 좋아”라는 평가를 받지만 무대 위에서 군무를 추고, 비보잉을 하고, 분위기를 주도하고, 환호성을 이끌어내는 몸이다. 이들이 선곡을 하고, 안무를 짜고, 무대 위에서 취하는 태도는 멋있음을 추구하지만 “여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나타난” 동성애적 주체는 겸손(비천)할 수밖에 없다. 두 세계를 오가느라 지쳤고, 무대에 오르기 전에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서 강제로 목소리를 내서 성별을 증명해야 했을 것이고, 성차별과 성폭력을 겪으면서 생존해왔다. 이들이 무대 위에서 빛난다는 것은 퀴어 생존의 확인이면서, 이들이 가진 ‘겸손한’ 멋있음이 무대를 통한 연대의 ‘태도’를 구축한다.

큐캔디의 무대를 열광하는 이들에게 그 겸손한 멋있음에 눌리는 버튼이 있다. 피플퍼스트 대회에서도 대차게 눌렸다. 이들이 눈빛과 표정에서, 멘트에서 느껴지는 퀴어 생존자의 분노와 결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관객에 대한 애정, 취약성과 겸손함이 담긴 상호적인 연대의 마음. 한 명의 디바를 중심에 둔 것이 아닌 군무가 만들어내는 합창과 같은 정서. 그래서 당사자, 연대자, 문화예술공연자로 이들이 다양한 몸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때, 이로 인해 또 다른 세계에서의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을 압도했다.

코로나19로 파괴된 것이 어떤 세계에 걸친 것이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먹고사는 세계가 붕괴하고 위협받았지만 빛나는 무대도 사라졌고, 무엇보다 8시 언더그라운드의 회합이 멈춤으로써 두 세계를 매개하던 움직임이 중단되었다. 이 중단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와 손해에 대해서 세상은 알기나 할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단절이라는 수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의 움직임이 분절된 세계를 잇는 중요한 매개자였는지 알리자. 아! 새 멤버가 들어왔다.

타리/나영정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등의 활동가
모든 연분홍치마 작품의 광팬, 품위있는 부치 지망생.




감독
정가원 Jung Ga-won

K-컨텐츠를 만들어 온 시간만큼 케이 팝에 맞춰 춤을 췄다. 그렇게 춤추던 어느 날, 함께 전국을 누비며 춤을 추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카메라를 들었다.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고 있다. 단편 다큐멘터리<하우스오브캔디>(2019), 지보이스 뮤직비디오<나 같은 언니>(2020), 퀴어가족시트콤<으랏파파>(2021)을 연출했다.